고비 맞은 태국 반정부 시위…전격 금지에 긴장 고조

입력 2020.10.17 (22:30) 수정 2020.10.1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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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다시 열린 태국에선 정부가 5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시위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 특파원.

어제였죠.

태국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 강제 진압에 나섰다고 하던데요.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15일부터 태국 정부가 시위를 전면 금지.

다섯 명 이상 모이면 안 돼.

하지만 어제도 도시 한복판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서 강제 해산시켰는데요.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시위에서 물리력으로 충돌한 것은 어제가 처음.

태국 민주화 시위가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한 듯.

지금 이 시각 방콕 시내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고, 경찰 물대포등 동원 진압 중.

[앵커]

시위대가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뭔가요?

[기자]

쿠데타로 집권한 지금 총리의 사퇴 그리고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입헌군주제인 태국의 왕정 개혁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요구는 반대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더 복잡합니다.

정부 청사로 향하던 시위대를 경찰 버스들이 가로막았습니다.

시민들은 총리의 사퇴와 헌법 개정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쿠데타로 들어선 현 정부는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모두 지명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습니다.

사실상 정부가 국회의원을 뽑는 것입니다.

올 초에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총선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받으며 제3당이 된 퓨처포워드당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대규모 시위의 발화점이 됐습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아논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아논 남빠/변호사/시민단체 대표 : "우리는 국회에 개헌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즉각 재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만약 체포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석 달 전 대학생들이 시작한 민주화 시위에 시민들의 참여도 부쩍 늘었습니다.

[마리 뜨레압 : "정의도 없고, 생필품 값이 너무 올랐어요. 전혀 나아지는 게 없어요. 사람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실제 코로나로 경제가 기울면서 태국의 빈부격차는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8%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부담은 대부분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도심에 어둠이 내리고 거리엔 노숙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습니다.

코로나 이후 시민단체가 주는 무료도시락을 기다리는 시민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대학생 : "저는 시위대를 이해해요. 하지만 지금은 관심 없어요. 그럴 시간이 없어요."]

반면 고소득층 상당수는 코노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방콕 시내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이른바 수퍼카들이 마치 동호회를 하듯이 잔뜩 주차돼 있습니다.

태국은 사실상 재산세와 상속세 등을 내지 않는 나랍니다.

시위대는 최근에는 태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왕정개혁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특히 민주화 시위대가 왕정개혁을 요구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왕정개혁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노란 셔츠를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위대 주변으로 왕실 차량이 지나가자 왕실 개혁을 주장하는 시위대와 왕실을 지지하는 시위대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왕실 지지 시민 : "(시위대가 왕실이 국민 세금을 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왕실은 시암은행 같은 기업의 주주이고, 거기서 나오는 정당한 돈을 쓰는 겁니다."]

이날 하루종일 왕실 개혁세력과 왕실 개혁에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일촉즉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왕정 개혁 요구가 본격화 되자 정부는 지난 15일 아침부터 모든 집회를 금지했습니다.

[키사나 파차라사논/태국 경찰청 부대변인 : "이 집회는 모두 불법입니다. 참가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를 몰랐다고 주장해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시위대에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했던 경찰은 강경하게 돌아섰습니다.

아논 변호사등 시위 지도자들도 잇달아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위대는 다시 집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내정 불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 32년 이후 19번이나 쿠데타가 일어났던 태국에서, 다시 정국 불안의 그림자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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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비 맞은 태국 반정부 시위…전격 금지에 긴장 고조
    • 입력 2020-10-17 22:30:45
    • 수정2020-10-17 22: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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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다시 열린 태국에선 정부가 5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시위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 특파원.

어제였죠.

태국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 강제 진압에 나섰다고 하던데요.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 15일부터 태국 정부가 시위를 전면 금지.

다섯 명 이상 모이면 안 돼.

하지만 어제도 도시 한복판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서 강제 해산시켰는데요.

지난 7월부터 이어진 시위에서 물리력으로 충돌한 것은 어제가 처음.

태국 민주화 시위가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한 듯.

지금 이 시각 방콕 시내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고, 경찰 물대포등 동원 진압 중.

[앵커]

시위대가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뭔가요?

[기자]

쿠데타로 집권한 지금 총리의 사퇴 그리고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입헌군주제인 태국의 왕정 개혁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요구는 반대하는 시민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더 복잡합니다.

정부 청사로 향하던 시위대를 경찰 버스들이 가로막았습니다.

시민들은 총리의 사퇴와 헌법 개정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쿠데타로 들어선 현 정부는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모두 지명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습니다.

사실상 정부가 국회의원을 뽑는 것입니다.

올 초에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총선에서 청년들의 지지를 받으며 제3당이 된 퓨처포워드당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대규모 시위의 발화점이 됐습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아논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아논 남빠/변호사/시민단체 대표 : "우리는 국회에 개헌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즉각 재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만약 체포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석 달 전 대학생들이 시작한 민주화 시위에 시민들의 참여도 부쩍 늘었습니다.

[마리 뜨레압 : "정의도 없고, 생필품 값이 너무 올랐어요. 전혀 나아지는 게 없어요. 사람들이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실제 코로나로 경제가 기울면서 태국의 빈부격차는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8%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부담은 대부분 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도심에 어둠이 내리고 거리엔 노숙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습니다.

코로나 이후 시민단체가 주는 무료도시락을 기다리는 시민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대학생 : "저는 시위대를 이해해요. 하지만 지금은 관심 없어요. 그럴 시간이 없어요."]

반면 고소득층 상당수는 코노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방콕 시내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에 이른바 수퍼카들이 마치 동호회를 하듯이 잔뜩 주차돼 있습니다.

태국은 사실상 재산세와 상속세 등을 내지 않는 나랍니다.

시위대는 최근에는 태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왕정개혁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특히 민주화 시위대가 왕정개혁을 요구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왕정개혁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노란 셔츠를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위대 주변으로 왕실 차량이 지나가자 왕실 개혁을 주장하는 시위대와 왕실을 지지하는 시위대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왕실 지지 시민 : "(시위대가 왕실이 국민 세금을 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왕실은 시암은행 같은 기업의 주주이고, 거기서 나오는 정당한 돈을 쓰는 겁니다."]

이날 하루종일 왕실 개혁세력과 왕실 개혁에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일촉즉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왕정 개혁 요구가 본격화 되자 정부는 지난 15일 아침부터 모든 집회를 금지했습니다.

[키사나 파차라사논/태국 경찰청 부대변인 : "이 집회는 모두 불법입니다. 참가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를 몰랐다고 주장해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시위대에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했던 경찰은 강경하게 돌아섰습니다.

아논 변호사등 시위 지도자들도 잇달아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위대는 다시 집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내정 불안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 32년 이후 19번이나 쿠데타가 일어났던 태국에서, 다시 정국 불안의 그림자가 내려앉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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