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명과 암…회장은 ‘돈벼락’·해고자들은 ‘날벼락’

입력 2020.10.17 (22:37) 수정 2020.10.1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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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 속 오히려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주식가격이 70% 가량 올랐고요.

제프베이조스 회장은 세계 1위 부자가 됐습니다.

회사는 이렇게 잘나가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회사의 전·현직 노동자들은 미 전역을 돌며 회사가 부당하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뉴욕 한보경 특파원이 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의 집 앞에서, 아마존 전,현직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5년간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했던 크리스 씨, 지난 3월에 다른 직원 4명과 함께 해고됐습니다.

회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겨서 해고한다고 했지만, 크리스 씨 생각은 다릅니다.

[크리스 스몰스/아마존 해고 노동자 : "그때는 마스크, 세정제 같은 게 없었어요. 아픈 직원들이 많아졌는데, 나는 창고 관리자로서 회사측에 뭔가를 말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일하던 스테이튼아일랜드 물류 창고 앞에서 시위를 했죠. 시위 두 시간 후에 해고됐어요."]

크리스씨는 곧바로 해고 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일곱 달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뉴욕의 베이조스 회장 집 앞에서 모였고, 이달 초에는 로스엔젤레스 집 앞에도 갔습니다.

해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현재 아마존 노동자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로 물류창고 직원인 이들은 시급 30달러, 코로나19 위험수당, 그리고 해고 직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전혀 꿈쩍하지를 않고 있습니다.

[데릭 파머/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는 1조 달러짜리 회사에요. 용납이 안 됩니다. 우리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들이 우리 얘기에 귀 기울이고, 동의할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로드테일러, 니만마커스, 센츄리21, 시어스 등 바이러스가 불러온 경기 침체에 모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뉴욕 시민 : "다들 문 닫고 있는 거 같아요. 파산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던 곳들이에요."]

이런 와중에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2분기 매출은 889억 달러, 오히려 40%가 늘었습니다.

'전염병 대유행' 시대에 이른바 '초대박'이 난 회사가 바로 이 아마존입니다.

성장 기세는 무섭습니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할인행사 '프라임데이', 업계에서는 매출을 75억 달러에서 최대 9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몹니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0% 가량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서 올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입니다.

이렇다보니, 베이조스 회장의 자산도 덩달아 1년 전보다 60%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세계 1위 부잡니다.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회장 :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해왔습니다. 첫째는 고객에게 필수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의 최전방 직원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두가지에 집중해 엄청난 양의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버티던 아마존은 안팎의 비난 여론에 밀려 결국 이달 초, 뒤늦게 사내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까지 2만명에 육박하는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감염률이 미국 평균보다 낮은 1.5%라며, 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크리스 스몰스/아마존 해고 노동자 : "우리는 아플 때마다 쉴 권리를 갖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아마존 물류 창고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져도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essential worker, 그러니깐 필수노동자들입니다.

[크샤마 사완트/미국 시애틀 시의원 : "필수노동자들은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적절한 생활수준과 병가, 그리고 건강을 위한 필수품과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해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 연방정부도 '필수노동 분야'를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필수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한다', 이런 규정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최소한의 하한선은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거대 필수 사업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로라 페딘/전국고용법률회의 선임 변호사 : "(아마존은) 정말로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은 영원할 수도 있죠. 노동자들에게 좋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건강과 안전 기준을 시행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현재 미국 온라인 상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연시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해 앞으로 10만 명을 더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뉴욕에서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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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의 명과 암…회장은 ‘돈벼락’·해고자들은 ‘날벼락’
    • 입력 2020-10-17 22:37:18
    • 수정2020-10-17 22:49:27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 속 오히려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주식가격이 70% 가량 올랐고요.

제프베이조스 회장은 세계 1위 부자가 됐습니다.

회사는 이렇게 잘나가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회사의 전·현직 노동자들은 미 전역을 돌며 회사가 부당하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뉴욕 한보경 특파원이 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의 집 앞에서, 아마존 전,현직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5년간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했던 크리스 씨, 지난 3월에 다른 직원 4명과 함께 해고됐습니다.

회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겨서 해고한다고 했지만, 크리스 씨 생각은 다릅니다.

[크리스 스몰스/아마존 해고 노동자 : "그때는 마스크, 세정제 같은 게 없었어요. 아픈 직원들이 많아졌는데, 나는 창고 관리자로서 회사측에 뭔가를 말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일하던 스테이튼아일랜드 물류 창고 앞에서 시위를 했죠. 시위 두 시간 후에 해고됐어요."]

크리스씨는 곧바로 해고 무효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일곱 달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뉴욕의 베이조스 회장 집 앞에서 모였고, 이달 초에는 로스엔젤레스 집 앞에도 갔습니다.

해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현재 아마존 노동자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로 물류창고 직원인 이들은 시급 30달러, 코로나19 위험수당, 그리고 해고 직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전혀 꿈쩍하지를 않고 있습니다.

[데릭 파머/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는 1조 달러짜리 회사에요. 용납이 안 됩니다. 우리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들이 우리 얘기에 귀 기울이고, 동의할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파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로드테일러, 니만마커스, 센츄리21, 시어스 등 바이러스가 불러온 경기 침체에 모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뉴욕 시민 : "다들 문 닫고 있는 거 같아요. 파산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던 곳들이에요."]

이런 와중에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2분기 매출은 889억 달러, 오히려 40%가 늘었습니다.

'전염병 대유행' 시대에 이른바 '초대박'이 난 회사가 바로 이 아마존입니다.

성장 기세는 무섭습니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례할인행사 '프라임데이', 업계에서는 매출을 75억 달러에서 최대 9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몹니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70% 가량 상승했습니다.

미국에서 올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입니다.

이렇다보니, 베이조스 회장의 자산도 덩달아 1년 전보다 60%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세계 1위 부잡니다.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회장 :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해왔습니다. 첫째는 고객에게 필수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의 최전방 직원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두가지에 집중해 엄청난 양의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버티던 아마존은 안팎의 비난 여론에 밀려 결국 이달 초, 뒤늦게 사내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달까지 2만명에 육박하는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감염률이 미국 평균보다 낮은 1.5%라며, 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크리스 스몰스/아마존 해고 노동자 : "우리는 아플 때마다 쉴 권리를 갖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보수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아마존 물류 창고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져도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essential worker, 그러니깐 필수노동자들입니다.

[크샤마 사완트/미국 시애틀 시의원 : "필수노동자들은 전염병 대유행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적절한 생활수준과 병가, 그리고 건강을 위한 필수품과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해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 연방정부도 '필수노동 분야'를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필수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한다', 이런 규정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최소한의 하한선은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존 같은 거대 필수 사업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로라 페딘/전국고용법률회의 선임 변호사 : "(아마존은) 정말로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힘은 영원할 수도 있죠. 노동자들에게 좋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건강과 안전 기준을 시행하는 데 쓰여야 합니다."]

현재 미국 온라인 상거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연말연시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해 앞으로 10만 명을 더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뉴욕에서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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