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복원’ 경복궁 자경전 꽃담…문화재청은 방치

입력 2020.10.19 (21:47) 수정 2020.10.1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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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복궁 자경전의 담장은 워낙 아름답고 독특해 '꽃담'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이 꽃담에 새겨진 그림과 글자가 엉터리로 복원돼 있지만, 문화재청은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물 제809호로 지정된 경복궁 자경전.

서쪽 담장 바깥에 다채로운 꽃 그림과 글자가 장식돼 있습니다.

그래서 '꽃담'으로 불립니다.

옛 한자 서체로 된 글자를 오른쪽에서부터 읽어보니 '낙강', '만년장춘'이라 돼 있는데, 가운데는 어찌 된 일인지 비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찍은 흑백사진과 비교해 보니 달라진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지금은 8개뿐인 그림도 당시엔 아홉 폭이었고, 가운데 사라진 그림과 함께 글자 '만세'가 있었습니다.

전체 글자를 조합해보면 '낙강만세 만년장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문구로 풀이됩니다.

[혜문/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만세'라는 글자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대비께서 오래 살라는 축원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다소 해석이 어려운 엉뚱한 뜻으로 읽히는 그런 오류가 범해졌습니다."]

글자의 획과 그림에서도 오류가 확인됩니다.

남아 있는 여섯 글자 중 절반은 획이 빠져 있거나 잘못됐고, 그림을 보면 꽃봉오리 부분이 원형과 다르거나, 엉성하게 표현된 것도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글자가 빠져 있는 등 복원 오류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훼손 등의 이유로 방치해 뒀습니다.

[김태영/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사무관 : "수리를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조성 당시에 사용된 꽃 문양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대부분 소실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청에서 쉽게 보수 행위를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나 6·25전쟁 전후에 복원한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언제, 어떤 근거로 복원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용기/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 : "국가지정문화재가 언제 어떻게 변형됐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종의 세심한 효심이 담긴 조선 왕실의 상징물을 원형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공익 감사를 청구한 가운데, 문화재청은 꽃담 변형 과정 등에 대한 기초 조사를 거쳐 재복원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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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복원’ 경복궁 자경전 꽃담…문화재청은 방치
    • 입력 2020-10-19 21:47:55
    • 수정2020-10-19 21:59:17
    뉴스 9
[앵커]

경복궁 자경전의 담장은 워낙 아름답고 독특해 '꽃담'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이 꽃담에 새겨진 그림과 글자가 엉터리로 복원돼 있지만, 문화재청은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다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보물 제809호로 지정된 경복궁 자경전.

서쪽 담장 바깥에 다채로운 꽃 그림과 글자가 장식돼 있습니다.

그래서 '꽃담'으로 불립니다.

옛 한자 서체로 된 글자를 오른쪽에서부터 읽어보니 '낙강', '만년장춘'이라 돼 있는데, 가운데는 어찌 된 일인지 비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찍은 흑백사진과 비교해 보니 달라진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지금은 8개뿐인 그림도 당시엔 아홉 폭이었고, 가운데 사라진 그림과 함께 글자 '만세'가 있었습니다.

전체 글자를 조합해보면 '낙강만세 만년장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문구로 풀이됩니다.

[혜문/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만세'라는 글자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대비께서 오래 살라는 축원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다소 해석이 어려운 엉뚱한 뜻으로 읽히는 그런 오류가 범해졌습니다."]

글자의 획과 그림에서도 오류가 확인됩니다.

남아 있는 여섯 글자 중 절반은 획이 빠져 있거나 잘못됐고, 그림을 보면 꽃봉오리 부분이 원형과 다르거나, 엉성하게 표현된 것도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글자가 빠져 있는 등 복원 오류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훼손 등의 이유로 방치해 뒀습니다.

[김태영/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사무관 : "수리를 들어가게 되면 최초의 조성 당시에 사용된 꽃 문양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대부분 소실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청에서 쉽게 보수 행위를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나 6·25전쟁 전후에 복원한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언제, 어떤 근거로 복원했는지 알 수 있는 기록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용기/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 : "국가지정문화재가 언제 어떻게 변형됐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종의 세심한 효심이 담긴 조선 왕실의 상징물을 원형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공익 감사를 청구한 가운데, 문화재청은 꽃담 변형 과정 등에 대한 기초 조사를 거쳐 재복원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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