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수 공개채용서 최저점 담합 의혹…왜?

입력 2020.10.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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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모 학과 교수 채용면접...심사위원 7명 중 4명이 같은 점수

부산대학교 모 학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담합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하는 교수를 대신할 교원을 공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있었던 일입니다. 교수 채용은 논문 내용 심사와 전공 적부 심사 등 1차 서류 전형과 2차 공개 강의, 면접 심사로 이뤄지는데, 1차는 실적 등을 기준으로 한 정량적 평가이고 2차는 정성평가입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교수 7명 가운데 4명이 2차 심사에서 지원자 3명의 점수를 똑같이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채용 무산시키려 담합" VS "적임자 없어 최저점"

2차 심사의 면접과 공개강의는 각각 15점 만점으로 총 배점은 30점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면접과 공개강의 평가자료표를 보면 1차 서류전형에서 최고점을 받은 3명의 지원자 가, 나, 다에게 4명의 심사위원이 모두 최하점인 3점을 줬습니다. 2차 심사 점수는 최고점과 최하점을 각각 제외하고 나머지의 평균으로 합산하는데 4명이나 최하점을 주는 바람에 평균은 확 낮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30점 만점에 가 지원자는 8.8점, 나 지원자는 12점, 다 지원자는 6.8점을 받았습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70점 만점에 62.4점, 57점, 57.3점을 받았던 지원자들은 최저점이 몰아친 2차 심사 결과 때문에 3차 최종심사에 오를 수 있는 최저점수 75점에 겨우 4~6점 정도가 모자라 모두 탈락했습니다.

한번 국립대 교수로 임용되면 정년까지 후학을 책임져야 하니 면접심사가 어느 절차보다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아무리 형편 없는 지원자라 할지라도 확률적으로 4명의 심사위원이 면접/공개 강의 점수를 똑같이 최하점으로 맞출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한 지원자는 4명에게 최하점을 받았지만 2명 심사위원에게는 최고점인 30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지원자는 탈락 이후에 다른 국립대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최저점을 준 교수들도 이유는 있습니다. 면접 전에 제출해야하는 강의 계획서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누구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는 문제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학과 내부에서는 최저점 담합으로 공채 무산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진정서도 제출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가 커질 기미가 보이자 부산대는 외부 심사위원 3명을 보강해 채용절차를 진행토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산대 교무처는 학과의 전문성을 존중해 원칙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학과에 일임하지만 잡음이 생길 경우에는 외부심사위원을 보강하거나 대학본부가 직접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학과 교수들의 교수채용 심사 독점, 대책은 없나?

오래전부터 대학 교수 채용은 내정자를 미리 점찍어두고 들러리를 세운다는 말이 있어왔습니다. 진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채용 절차가 가진 맹점 때문 아닐까 짐작됩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서류와 면접 등은 전공분야 해당 학과에 채용절차를 위임하는데 이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심사를 독점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교수 개인의 양심과 지성에 맡겨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기보다는 점수 몰아주기 같은 방법으로 마음에 들지않는 지원자를 떨어뜨리거나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불공정 의혹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적지 않기때문입니다. 이번 의혹에 대해 부산대 역시 외부 심사의원을 추가하는 정도로 후속 조치를 끝냈습니다.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지원자는 탈락했고, 해당학과 학생들은 수업권을 침해받았는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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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대 교수 공개채용서 최저점 담합 의혹…왜?
    • 입력 2020-10-20 06:02:05
    취재K

■ 부산대 모 학과 교수 채용면접...심사위원 7명 중 4명이 같은 점수

부산대학교 모 학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담합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하는 교수를 대신할 교원을 공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있었던 일입니다. 교수 채용은 논문 내용 심사와 전공 적부 심사 등 1차 서류 전형과 2차 공개 강의, 면접 심사로 이뤄지는데, 1차는 실적 등을 기준으로 한 정량적 평가이고 2차는 정성평가입니다. 그런데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교수 7명 가운데 4명이 2차 심사에서 지원자 3명의 점수를 똑같이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채용 무산시키려 담합" VS "적임자 없어 최저점"

2차 심사의 면접과 공개강의는 각각 15점 만점으로 총 배점은 30점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면접과 공개강의 평가자료표를 보면 1차 서류전형에서 최고점을 받은 3명의 지원자 가, 나, 다에게 4명의 심사위원이 모두 최하점인 3점을 줬습니다. 2차 심사 점수는 최고점과 최하점을 각각 제외하고 나머지의 평균으로 합산하는데 4명이나 최하점을 주는 바람에 평균은 확 낮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30점 만점에 가 지원자는 8.8점, 나 지원자는 12점, 다 지원자는 6.8점을 받았습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70점 만점에 62.4점, 57점, 57.3점을 받았던 지원자들은 최저점이 몰아친 2차 심사 결과 때문에 3차 최종심사에 오를 수 있는 최저점수 75점에 겨우 4~6점 정도가 모자라 모두 탈락했습니다.

한번 국립대 교수로 임용되면 정년까지 후학을 책임져야 하니 면접심사가 어느 절차보다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력이 아무리 형편 없는 지원자라 할지라도 확률적으로 4명의 심사위원이 면접/공개 강의 점수를 똑같이 최하점으로 맞출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한 지원자는 4명에게 최하점을 받았지만 2명 심사위원에게는 최고점인 30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지원자는 탈락 이후에 다른 국립대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최저점을 준 교수들도 이유는 있습니다. 면접 전에 제출해야하는 강의 계획서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을 누구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는 문제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학과 내부에서는 최저점 담합으로 공채 무산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진정서도 제출되는 등 공식적으로 문제가 커질 기미가 보이자 부산대는 외부 심사위원 3명을 보강해 채용절차를 진행토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산대 교무처는 학과의 전문성을 존중해 원칙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학과에 일임하지만 잡음이 생길 경우에는 외부심사위원을 보강하거나 대학본부가 직접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학과 교수들의 교수채용 심사 독점, 대책은 없나?

오래전부터 대학 교수 채용은 내정자를 미리 점찍어두고 들러리를 세운다는 말이 있어왔습니다. 진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채용 절차가 가진 맹점 때문 아닐까 짐작됩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서류와 면접 등은 전공분야 해당 학과에 채용절차를 위임하는데 이는 해당 학과 교수들이 심사를 독점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교수 개인의 양심과 지성에 맡겨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기보다는 점수 몰아주기 같은 방법으로 마음에 들지않는 지원자를 떨어뜨리거나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불공정 의혹 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적지 않기때문입니다. 이번 의혹에 대해 부산대 역시 외부 심사의원을 추가하는 정도로 후속 조치를 끝냈습니다.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지원자는 탈락했고, 해당학과 학생들은 수업권을 침해받았는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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