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KT만 100억 꿀꺽?…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협약부터 부실

입력 2020.10.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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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화폐 동백전부산지역화폐 동백전

■ '100억' 챙겨 놓고, 약속 안 지키는 KT

부산에는 지역화폐 '동백전'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행이 시작됐는데요. 동백전 운영대행사인 KT는 발행 수수료로만 100억 원을 챙겨갔습니다. 그런데 KT가 지역화폐 운영대행사로 선정되면서 만들기로 한 '모바일 지역 쇼핑몰' 은 10개월이 넘도록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약속대로라면 이미 지난 달 모바일 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왜 KT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을까요? 운영대행사 선정 과정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는 지역화폐 '동백전' 발행을 구상하며 '중소상공인을 위한 온·오프라인 통합형 지역화폐'라는 계획을 세웁니다. 오프라인에서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시민들이 현금 할인 혜택을 받아 중소상공업체의 이용률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온라인에서도 모바일 쇼핑몰과 배달서비스를 구축해 중소상공업체의 매출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역화폐추진단'은 동백전 운영대행사로 이미 모바일 쇼핑몰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한 중소기업을 대행사로 선정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쇼핑몰 구축 기술도 없는 대기업 KT를 지역화폐 동백전의 운영대행사로 선정했습니다. 결제 안정성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추진단이 쇼핑몰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동백전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자, 부산시는 KT에게 기술개발을 통해 쇼핑몰 구축을 할 수 있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기술개발이 필요한 KT를 굳이 부산시가 운영대행사로 선정한 겁니다.

하지만 KT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계획대로라면 동백전은 이미 지난달, 스마트폰 앱을 통한 쇼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산시와 동백전 운영대행사인 'KT가 맺은 협약서를 보면, 9월에 지역 상품몰을 출범하겠다고 돼 있습니다.

KT와 부산시의 쇼핑몰 구축 협약 내용KT와 부산시의 쇼핑몰 구축 협약 내용

■ '부실 협약' 탓에 KT에 책임도 못 물어

KT가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책임을 물을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쇼핑몰 구축과 관련한 협약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재조항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협약서를 보면 9월에 쇼핑몰 구축을 한다고 되어 있지만 쇼핑몰 구축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 KT가 직접 기술개발을 하는지 하도급을 하는지, 구축을 하지 않으면 책임소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전혀 없습니다.

부산시는 사업이 늦어지고 있을 뿐, KT가 고의적으로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지난 7월 KT는 9월 구축을 앞두고 부랴부랴 서울의 한 운영대행사를 부산시에 추천합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제시한 운영수수료는 '8%'. 지역화폐추진단은 해당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러자 KT는 대행사 선정을 멈춥니다. 이에 부산시가 운영대행사를 찾아 나섰는데, 해당 대행사들도 역시 운영수수료 2%, 3%를 제시했습니다. 운영수수료가 없는 타 지자체와 상반됩니다.

인천의 경우만 봐도 부산시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천의 경우 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 하나만으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까지 다 되는데, 모두 사업자와의 첫 계약에 따라 한 번에 이뤄졌습니다. 운영 수수료도 없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시는 KT에 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운영대행사를 정하더라도 기술 개발을 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두 달. 게다가 그때쯤이면 KT와의 동백전 계약 자체가 종료됩니다.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KT가 사업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애초 계획과 달리 모바일 사업이 좌초되는 상황 속에서 KT가 동백전 발행으로 챙긴 수수료만 100억 원입니다.

■ 이번엔 GS 컨소시엄에 10억?

이미 만들어져야 할 쇼핑몰 사업은 시작조차 못했는데, 부산시는 비슷한 모바일 사업을 또 추진합니다. 10억 원을 GS 컨소시엄에 투자합니다. 바로 '공공모바일마켓' 사업입니다.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지역시장, 골목식당, 중소기업 상품을 이용하도록 합니다. KT가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지 않은 '동백몰' 사업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부산시 공공모바일마켓 사업부산시 공공모바일마켓 사업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부산시가 정작 해야 할 사업은 독촉하지 않고, 또 세금을 들여 '중복 사업'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해당 앱을 만들면 또 다시 시민들에게 홍보를 해야하고 회원가입을 받아야 합니다. 입점할 업체들도 다시 모집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을 끌어들일 혜택도 마땅히 없습니다. 동백전의 경우 '캐시백'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이 있지만, 공공모바일마켓앱은 이러한 캐시백 혜택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시민들이 이 어플을 이용할까요?

중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와도 어긋납니다. 입점을 원하는 소상공인은 운영수수료를 GS에, 결제수수료를 카드사에 또 지불해야 합니다. 동백몰에 입점할 상공인들은 두 곳에 이중으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부산시의 잘못된 정책 설계 탓에, 지역화폐 사업이 '중소상공인들을 살리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지역화폐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화폐 자체가 사라질까봐 두렵다.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을 바로잡길 바란다." 부산지역 중소상공인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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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KT만 100억 꿀꺽?…부산 지역화폐 ‘동백전’ 협약부터 부실
    • 입력 2020-10-21 06:01:30
    취재K
부산지역화폐 동백전
■ '100억' 챙겨 놓고, 약속 안 지키는 KT

부산에는 지역화폐 '동백전'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행이 시작됐는데요. 동백전 운영대행사인 KT는 발행 수수료로만 100억 원을 챙겨갔습니다. 그런데 KT가 지역화폐 운영대행사로 선정되면서 만들기로 한 '모바일 지역 쇼핑몰' 은 10개월이 넘도록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약속대로라면 이미 지난 달 모바일 쇼핑몰 이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왜 KT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을까요? 운영대행사 선정 과정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는 지역화폐 '동백전' 발행을 구상하며 '중소상공인을 위한 온·오프라인 통합형 지역화폐'라는 계획을 세웁니다. 오프라인에서 동백전으로 결제하면 시민들이 현금 할인 혜택을 받아 중소상공업체의 이용률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온라인에서도 모바일 쇼핑몰과 배달서비스를 구축해 중소상공업체의 매출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역화폐추진단'은 동백전 운영대행사로 이미 모바일 쇼핑몰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한 중소기업을 대행사로 선정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쇼핑몰 구축 기술도 없는 대기업 KT를 지역화폐 동백전의 운영대행사로 선정했습니다. 결제 안정성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추진단이 쇼핑몰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동백전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자, 부산시는 KT에게 기술개발을 통해 쇼핑몰 구축을 할 수 있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기술개발이 필요한 KT를 굳이 부산시가 운영대행사로 선정한 겁니다.

하지만 KT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계획대로라면 동백전은 이미 지난달, 스마트폰 앱을 통한 쇼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산시와 동백전 운영대행사인 'KT가 맺은 협약서를 보면, 9월에 지역 상품몰을 출범하겠다고 돼 있습니다.

KT와 부산시의 쇼핑몰 구축 협약 내용
■ '부실 협약' 탓에 KT에 책임도 못 물어

KT가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책임을 물을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쇼핑몰 구축과 관련한 협약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재조항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협약서를 보면 9월에 쇼핑몰 구축을 한다고 되어 있지만 쇼핑몰 구축을 어떤 방법으로 할지, KT가 직접 기술개발을 하는지 하도급을 하는지, 구축을 하지 않으면 책임소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전혀 없습니다.

부산시는 사업이 늦어지고 있을 뿐, KT가 고의적으로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지난 7월 KT는 9월 구축을 앞두고 부랴부랴 서울의 한 운영대행사를 부산시에 추천합니다. 하지만 해당 업체가 제시한 운영수수료는 '8%'. 지역화폐추진단은 해당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러자 KT는 대행사 선정을 멈춥니다. 이에 부산시가 운영대행사를 찾아 나섰는데, 해당 대행사들도 역시 운영수수료 2%, 3%를 제시했습니다. 운영수수료가 없는 타 지자체와 상반됩니다.

인천의 경우만 봐도 부산시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인천의 경우 지역화폐 애플리케이션 하나만으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서비스까지 다 되는데, 모두 사업자와의 첫 계약에 따라 한 번에 이뤄졌습니다. 운영 수수료도 없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시는 KT에 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운영대행사를 정하더라도 기술 개발을 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소 두 달. 게다가 그때쯤이면 KT와의 동백전 계약 자체가 종료됩니다.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KT가 사업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애초 계획과 달리 모바일 사업이 좌초되는 상황 속에서 KT가 동백전 발행으로 챙긴 수수료만 100억 원입니다.

■ 이번엔 GS 컨소시엄에 10억?

이미 만들어져야 할 쇼핑몰 사업은 시작조차 못했는데, 부산시는 비슷한 모바일 사업을 또 추진합니다. 10억 원을 GS 컨소시엄에 투자합니다. 바로 '공공모바일마켓' 사업입니다.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지역시장, 골목식당, 중소기업 상품을 이용하도록 합니다. KT가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지 않은 '동백몰' 사업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부산시 공공모바일마켓 사업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부산시가 정작 해야 할 사업은 독촉하지 않고, 또 세금을 들여 '중복 사업'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해당 앱을 만들면 또 다시 시민들에게 홍보를 해야하고 회원가입을 받아야 합니다. 입점할 업체들도 다시 모집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을 끌어들일 혜택도 마땅히 없습니다. 동백전의 경우 '캐시백'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이 있지만, 공공모바일마켓앱은 이러한 캐시백 혜택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시민들이 이 어플을 이용할까요?

중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와도 어긋납니다. 입점을 원하는 소상공인은 운영수수료를 GS에, 결제수수료를 카드사에 또 지불해야 합니다. 동백몰에 입점할 상공인들은 두 곳에 이중으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부산시의 잘못된 정책 설계 탓에, 지역화폐 사업이 '중소상공인들을 살리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지역화폐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화폐 자체가 사라질까봐 두렵다. 지금이라도 부산시가 잘못을 인정하고 정책을 바로잡길 바란다." 부산지역 중소상공인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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