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초에 9000억 썼지만…아깝지 않은 이유

입력 2020.10.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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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NASA사진출처: NASA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20일(현지시각) 소행성 '101955 베누(Bennu)' 표면에 접지해 암석 표본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구에서 약 3억 3,400만 km 떨어진 곳에서 전해진 소식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4년 전 오시리스 렉스를 발사한 순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며 매년 주기적으로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해 왔는데요. 접지하는 순간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생생하게 공개됐습니다.

지름 500m가량의 이 소행성에서 토양과 자갈 일부 60g가량을 채취한 게 왜 이토록 중요한 걸까요.

■ 46억 년의 비밀을 담은 '베누'

태양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은 약 78만 개입니다. 베누는 이 중에서도 좀 특별한 소행성입니다. 베누가 만들어진 시기는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후, 1천만 년이 채 안 된 시기로 추정됩니다.

이후 46억 년 동안의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다른 행성의 중력과 소행성과의 충돌 등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동안 베누를 구성하는 물질은 거의 변형 없이 그대로 간직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베누의 샘플을 채취해 연구하면, 초창기 태양계 형성과 구성 성분, 기원을 알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베누가 46억 년 전으로 날아갈 수 있는 '타임캡슐'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 나사는 베누를 가리켜 "지구와 태양계의 역사를 말해 줄 로제타석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탐사처인 베누라 하더라도,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탐사하기 어려울 겁니다. 혹은 자전 속도가 너무 빨라도 탐사선이 내려앉을 수 없으니 곤란하게 됩니다.

그런데 베누의 조건은 모든 면에서 탐사에 부합합니다.

사진출처: NASA사진출처: NASA
우선 거리 면에서, 베누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해 시속 10만 km의 속도로 태양 궤도를 공전합니다. 6년마다 지구와 가까워지는 지구 근접 천체인데요. 지구 근접 천체는 지구와의 거리가 특별히 가까워 우리가 유심히 관찰하는 곳들입니다. 지금 베누는 3억 km가 넘게 떨어져 있지만, 가까울 때는 50만 km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지구에서 날아간 탐사선이 샘플을 채취하고 돌아오기에 무리 없는 거리입니다.

자전 속도도 중요합니다. 소행성이 한 바퀴 자전하는 데 1분이 걸릴 정도로 빠르다면 탐사선이 내려앉아 표면을 채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전 속도는 지름 크기와 연관되는데 통상 지름 200m 이내의 소행성은 착륙이 어렵다고 평가됩니다.

베누는 지름 492m로 자전 시간이 4.3시간으로 탐사에 용이한 수준입니다.

■ 외계 생명체 존재도 추적

이번에 채취된 베누의 샘플은 2023년쯤 받아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나사는 이를 통해 베누의 구성 성분과 기원, 형성과정 등을 살피고 수분의 존재 여부 등도 조사하게 됩니다. 물이나 얼음이 있다면 우주 어딘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베누는 22세기 말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나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베누의 궤도를 바꿀 방안도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에 접지한 시간은 약 10여 초 가량입니다. 이를 위해 나사는 예산 8억 달러(약 9,050억 원)를 들였고, 4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3년 후 받아보게 될 베누의 표면 샘플은 약 60g가량입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우리와 태양계의 근원을 추적하고 형성 과정을 알아볼 예정입니다. 46억 년의 비밀을 한 꺼풀 벗기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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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1 14:51:13
    취재K
사진출처: NASA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20일(현지시각) 소행성 '101955 베누(Bennu)' 표면에 접지해 암석 표본을 채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구에서 약 3억 3,400만 km 떨어진 곳에서 전해진 소식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4년 전 오시리스 렉스를 발사한 순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리며 매년 주기적으로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해 왔는데요. 접지하는 순간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생생하게 공개됐습니다.

지름 500m가량의 이 소행성에서 토양과 자갈 일부 60g가량을 채취한 게 왜 이토록 중요한 걸까요.

■ 46억 년의 비밀을 담은 '베누'

태양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은 약 78만 개입니다. 베누는 이 중에서도 좀 특별한 소행성입니다. 베누가 만들어진 시기는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후, 1천만 년이 채 안 된 시기로 추정됩니다.

이후 46억 년 동안의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다른 행성의 중력과 소행성과의 충돌 등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동안 베누를 구성하는 물질은 거의 변형 없이 그대로 간직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베누의 샘플을 채취해 연구하면, 초창기 태양계 형성과 구성 성분, 기원을 알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베누가 46억 년 전으로 날아갈 수 있는 '타임캡슐'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 나사는 베누를 가리켜 "지구와 태양계의 역사를 말해 줄 로제타석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탐사처인 베누라 하더라도,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탐사하기 어려울 겁니다. 혹은 자전 속도가 너무 빨라도 탐사선이 내려앉을 수 없으니 곤란하게 됩니다.

그런데 베누의 조건은 모든 면에서 탐사에 부합합니다.

사진출처: NASA우선 거리 면에서, 베누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해 시속 10만 km의 속도로 태양 궤도를 공전합니다. 6년마다 지구와 가까워지는 지구 근접 천체인데요. 지구 근접 천체는 지구와의 거리가 특별히 가까워 우리가 유심히 관찰하는 곳들입니다. 지금 베누는 3억 km가 넘게 떨어져 있지만, 가까울 때는 50만 km 거리까지 접근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지구에서 날아간 탐사선이 샘플을 채취하고 돌아오기에 무리 없는 거리입니다.

자전 속도도 중요합니다. 소행성이 한 바퀴 자전하는 데 1분이 걸릴 정도로 빠르다면 탐사선이 내려앉아 표면을 채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전 속도는 지름 크기와 연관되는데 통상 지름 200m 이내의 소행성은 착륙이 어렵다고 평가됩니다.

베누는 지름 492m로 자전 시간이 4.3시간으로 탐사에 용이한 수준입니다.

■ 외계 생명체 존재도 추적

이번에 채취된 베누의 샘플은 2023년쯤 받아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나사는 이를 통해 베누의 구성 성분과 기원, 형성과정 등을 살피고 수분의 존재 여부 등도 조사하게 됩니다. 물이나 얼음이 있다면 우주 어딘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베누는 22세기 말쯤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나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베누의 궤도를 바꿀 방안도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번에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에 접지한 시간은 약 10여 초 가량입니다. 이를 위해 나사는 예산 8억 달러(약 9,050억 원)를 들였고, 4년 가까이 기다렸습니다.

3년 후 받아보게 될 베누의 표면 샘플은 약 60g가량입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우리와 태양계의 근원을 추적하고 형성 과정을 알아볼 예정입니다. 46억 년의 비밀을 한 꺼풀 벗기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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