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원지사 ‘휴가 중’·직원들 ‘근무 중’

입력 2020.10.22 (11:05) 수정 2020.10.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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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울본부에 근무를 요청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 당시 본부장님으로부터 '노조 출신은 보안상 문제가 있다'면서 거부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본부가 무슨 비밀스러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지…."

제주도 노동조합 소속 한 공무원의 말입니다. 서울본부 근무를 희망했지만, 보안을 이유로 거절당한 이 공무원은 결국 외부 홍보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정부나 국회와의 업무협조체제 구축 등을 위해 설치된 서울본부가 내부 직원들에게까지 숨긴 '보안상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최근 김무성 전 국회의원 주도의 마포포럼에 참석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런데 원 지사가 혈세로 운영되는 제주도 서울본부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탐사K는 원 지사의 대권 도전에 맞춰 '대선 전초기지'라는 눈총을 받아 온 제주도 서울본부를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 당선 이후 조직 확대, 시작부터 삐걱…'측근 챙기기' 논란


정부나 국회와의 업무협조체제 구축 등을 위해 설치된 서울본부. 당초 서울 강서구 탐라영재관에서 '서울사무소'로 운영됐지만, 2014년 원 지사 당선 이후 '본부'로 승격해 현재의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고, 본부장 직급도 4급에서 3급으로 올리면서 정원도 9명에서 14명으로 늘었습니다.

전국 시도의 서울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본부장에게 3급을 내주고, 임기제를 크게 늘리면서 원 지사 주변 정치적 낭인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거졌지만, 중앙 절충 강화란 명분을 앞세워 조직이 확대됐습니다.

2014년 8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 심사에서 당초 9명을 추가로 늘려달라는 제주도의 요구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5명 증원으로 조율하면서 "개방형 및 공직 내부 일반직 공무원을 균형 있게 임용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중앙 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 확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지난 2014년 8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중앙 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 확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시작부터 측근 챙기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초대 본부장은 원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이기재 씨. 그런데 1년 만에 원 지사의 과거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후임 본부장에 임명된 김일용 씨 역시 원 지사의 선거를 도왔던 인물입니다. 이후 일반직 공무원 3명이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1년 동안 본부장을 맡았는데, 최근에는 원 지사 선거캠프의 공보단장 출신인 강영진 씨가 임명되면서 선거공신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특히 강 본부장은 4급 공보관에서 3년 만에 3급으로 승급했는데, 공무원들 내부에서는 "조직개편을 통해 공보실을 도지사 직속 대변인실로 격상해 3급으로 승진하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서울본부장으로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어쩌다 공무원' 비중 전국 최고 수준…'원 지사 개인을 위한 조직?'


서울본부장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 역시 원 지사를 위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유인 즉, 현재 서울본부에 근무하는 12명 가운데 흔히 '어쩌다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임기제는 67%인 8명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봤을 때 임기제 공무원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울산(현원 7명 중 5명) 다음으로 높습니다. 일반직과 균형 있게 임용하라던 조직개편 조건을 어기고, 측근들을 앉힐 수 있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서울본부 구성원들을 보면 원희룡 지사의 최측근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서울본부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진 라민우 전 제주도 정무기획보좌관은 사퇴 1년 만에 서울본부 정책대외협력관에 임명됐다 넉 달 만에 제주도 정책보좌관 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적도 있습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4월에는 6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가 당선 이후 5명이 곧바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4급 서기관에 임명된 손정욱 씨는 원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입니다.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전 대표는 "같은 공간에서 제주도 전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 개인의 대권 플랜에 따라서 인력 배치라든가 조직 위치 같은 것들이 결합해 버리면 사실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조직 운영도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서울본부 여의도 사무실이 아닌 외부 홍보관에 배치된 임기범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은 "무슨 비밀스러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지 의아했다"면서 "파견된 공무원들로부터 소외받는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 국회·대외협력팀엔 일반직 배치 안 해…국회 업무협조 오히려 '뚝'


업무는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먼저 조직 구성을 살펴봤습니다.

서울본부는 현재 행정지원과와 세종사무소, 그리고 임시직제인 국회협력팀과 대외협력팀으로 나뉘어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회와 대외협력팀에는 단 한 번도 일반직 공무원을 배치한 적이 없습니다.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자체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도 만들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필요시에 들어왔다가 필요시에 나갔다가 그런 근무행태를 봤을 때 부정적인 평가들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선 얼마나 노력했을까? 지역 현안 국회 업무협조 현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조직 확대 전인 2013년의 협조 추진 건은 75건, 지난해는 57건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국비와 법률 관련 내용으로 좁혀보면 차이는 더 커지는데, 2013년에는 47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4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이에 문종태 제주도의원은 "사실 예산 시기에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런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 오히려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발 자주 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원 지사 의전횟수 늘고, 언론인 간담회 지출도 증가


이처럼 본연의 업무 수행에 대한 의문이 좀처럼 가시지 않지만, 올 들어 원 지사를 위한 업무는 눈에 띕니다.

지난달까지 차량운행 일지를 분석해보니, 올 들어 9월까지 본부 전체 차량 운행 횟수는 37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33건보다 줄었지만, 원 지사 의전수행은 지난해 32건에서 올해 34건으로 되려 늘었습니다.

업무추진비도 들여다봤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10명 이상 모이는 언론인 간담회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권 도전을 시사한 5월에는 전년보다 57% 넘게 언론인 간담회로 지출했고, 이후에도 지출이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전 대표는 "대권이라는 플랜 속에서 언론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까 도지사의 중요한 멘트를 제주도를 통해서 들은 게 아니라 대부분 중앙언론 쪽에서 들은 적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본부는 사업부서가 아니라 정량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해명합니다. 강영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독자적 사업이 없는데 서울본부가 성과를 독자적으로 낸 게 뭐가 있냐고 얘기하면 할 말은 없다. 우리는 지원부서이기 때문"이라면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휴가 중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 선언…'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지난 15일 휴가를 내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포럼이 끝난 뒤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의 수행을 받으며 관용차로 향하고 있다.지난 15일 휴가를 내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포럼이 끝난 뒤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의 수행을 받으며 관용차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탐사K는 취재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원 지사가 김무성 전 국회의원 주도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 일명 '마포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지난 1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원 지사는 이날 휴가를 내고 포럼에 참석했는데, 강연장 근처에서 익숙한 차 한 대가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바로 서울본부 관용차입니다. 원 지사를 수행하는 인물도 서울본부 직원이었습니다.

근무시간 중 원 지사의 휴가 일정을 수행한 이 직원은 이후 취재진에게 "따로 수행한 건 아니고 잠깐 하시는 걸 보러 갔다 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포럼이 시작한 오후 3시부터 중앙 기자단과의 인터뷰가 끝난 오후 6시쯤까지 곁을 지키는 직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 지사는 포럼이 끝난 뒤 관용차에 짐을 싣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날 운전기사와 수행원은 모두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는 엄연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입니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공용물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에 따르면 공무원은 관용 차량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됩니다. 또, 제13조2(사적 노무 요구 금지)에는 공무원은 자신의 지위 등을 이용해 직무관련자에게 사적 노무를 제공받거나 요구해선 안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과 제주도 서울본부의 '연결고리'


이날 포럼에선 또 다른 인물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윤상일 전 국회의원으로, 원 지사가 주축인 코리아비전포럼의 공동대표입니다. 코리아비전포럼은 2007년 원 지사의 한나라당 경선 출마 당시 지지자들이 결성한 조직입니다.

취재 결과, 초대 서울본부장인 이기재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었고, 김일용 전 본부장은 창립멤버로 확인됐습니다. 또 제주도 정무특보였던 경윤호 씨는 8월부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본부의 정책자문위원인 최홍재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단장은 포럼 정책실장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본부는 앞서 12명 규모의 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후 유일하게 정책자문으로 위촉한 인물입니다.

연결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두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간의 거리는 불과 20여 미터. 코리아비전포럼이 이전한 시점은 2015년 3월로, 서울본부가 이전한 시점으로부터 반년 뒤일 정도로 접점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포럼 관계자들은 우연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일부 교류는 인정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 관계자는 "우리가 심포지엄을 연다 그러면 와서 같이 듣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이런 가운데 서울본부 건물 1층에는 보수 진영 정치권 인사들 주도의 협동조합 카페 하우스(how's)가 문을 열 예정입니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문종태 제주도의원은 "서울본부는 사실상 지사의 개인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권력을 사유화하는 경향이 굉장히 많은 조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과의 연관성에 대해 서울본부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강영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무슨 인적 교류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뭐 가끔가다 오다가다 만나는 정도지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휴가 중인 원 지사를 서울본부가 수행한 부분에 대해선 출장 일정으로 착각했다며 앞으론 일일이 확인하겠다면서도, 서울본부가 원 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 서울본부장은 "민선 자치로 바뀐 이후에는 도지사의 정책이라던가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업들을 하지 않느냐"며 "일반 공무원도 마찬가지지만, 정무직 같은 경우는 거기에 더 플러스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도는 서울본부가 원 지사의 대선 조직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울본부 답변이 공식 입장이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민 혈세로 운영하는 서울본부, 지사 아닌 제주를 위한 조직이어야"


앞서 서울본부가 선거를 돕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던 원 지사.

2018년 재선을 앞두고 서울본부 직원 6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 복귀한 상황을 놓고 제주도의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원 지사는 "직업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면서 "참모조직 운영 사례를 보면 이게 전국 지자체 중에 최소한의 사례일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조직의 특성상 정무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황국 제주도의원은 "여야를 막론한 행정부, 국회의원을 만나는 업무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면서 "다만 지사가 대권 도전을 명확히 하셨기 때문에 그 업무 자체가 왜곡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제주도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라는 지적입니다.

임기범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은 "업무의 연속성이라든가 전문성에 대해서 저희들(일반직 공무원)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과연 이 조직이 도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고, 제주도를 위한 조직인지 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적 지원뿐 아니라 법률적 지원을 중앙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국회의원들만으로는 사실 어렵다"며 "계속 설명하고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기타 등등을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진정한 서울본부의 역할이자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관기사] [탐사K] 휴가 중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서울본부는 선거 조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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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원지사 ‘휴가 중’·직원들 ‘근무 중’
    • 입력 2020-10-22 11:05:41
    • 수정2020-10-22 20:00:38
    탐사K

"제주도 서울본부에 근무를 요청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 당시 본부장님으로부터 '노조 출신은 보안상 문제가 있다'면서 거부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본부가 무슨 비밀스러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지…."

제주도 노동조합 소속 한 공무원의 말입니다. 서울본부 근무를 희망했지만, 보안을 이유로 거절당한 이 공무원은 결국 외부 홍보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정부나 국회와의 업무협조체제 구축 등을 위해 설치된 서울본부가 내부 직원들에게까지 숨긴 '보안상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최근 김무성 전 국회의원 주도의 마포포럼에 참석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런데 원 지사가 혈세로 운영되는 제주도 서울본부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탐사K는 원 지사의 대권 도전에 맞춰 '대선 전초기지'라는 눈총을 받아 온 제주도 서울본부를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 당선 이후 조직 확대, 시작부터 삐걱…'측근 챙기기' 논란


정부나 국회와의 업무협조체제 구축 등을 위해 설치된 서울본부. 당초 서울 강서구 탐라영재관에서 '서울사무소'로 운영됐지만, 2014년 원 지사 당선 이후 '본부'로 승격해 현재의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고, 본부장 직급도 4급에서 3급으로 올리면서 정원도 9명에서 14명으로 늘었습니다.

전국 시도의 서울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본부장에게 3급을 내주고, 임기제를 크게 늘리면서 원 지사 주변 정치적 낭인들의 안식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거졌지만, 중앙 절충 강화란 명분을 앞세워 조직이 확대됐습니다.

2014년 8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 심사에서 당초 9명을 추가로 늘려달라는 제주도의 요구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5명 증원으로 조율하면서 "개방형 및 공직 내부 일반직 공무원을 균형 있게 임용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중앙 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 확대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시작부터 측근 챙기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초대 본부장은 원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인 이기재 씨. 그런데 1년 만에 원 지사의 과거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후임 본부장에 임명된 김일용 씨 역시 원 지사의 선거를 도왔던 인물입니다. 이후 일반직 공무원 3명이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1년 동안 본부장을 맡았는데, 최근에는 원 지사 선거캠프의 공보단장 출신인 강영진 씨가 임명되면서 선거공신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특히 강 본부장은 4급 공보관에서 3년 만에 3급으로 승급했는데, 공무원들 내부에서는 "조직개편을 통해 공보실을 도지사 직속 대변인실로 격상해 3급으로 승진하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서울본부장으로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어쩌다 공무원' 비중 전국 최고 수준…'원 지사 개인을 위한 조직?'


서울본부장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 역시 원 지사를 위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유인 즉, 현재 서울본부에 근무하는 12명 가운데 흔히 '어쩌다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임기제는 67%인 8명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봤을 때 임기제 공무원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울산(현원 7명 중 5명) 다음으로 높습니다. 일반직과 균형 있게 임용하라던 조직개편 조건을 어기고, 측근들을 앉힐 수 있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서울본부 구성원들을 보면 원희룡 지사의 최측근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서울본부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진 라민우 전 제주도 정무기획보좌관은 사퇴 1년 만에 서울본부 정책대외협력관에 임명됐다 넉 달 만에 제주도 정책보좌관 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적도 있습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4월에는 6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가 당선 이후 5명이 곧바로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4급 서기관에 임명된 손정욱 씨는 원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입니다.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전 대표는 "같은 공간에서 제주도 전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 개인의 대권 플랜에 따라서 인력 배치라든가 조직 위치 같은 것들이 결합해 버리면 사실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습니다.

조직 운영도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서울본부 여의도 사무실이 아닌 외부 홍보관에 배치된 임기범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은 "무슨 비밀스러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지 의아했다"면서 "파견된 공무원들로부터 소외받는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 국회·대외협력팀엔 일반직 배치 안 해…국회 업무협조 오히려 '뚝'


업무는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먼저 조직 구성을 살펴봤습니다.

서울본부는 현재 행정지원과와 세종사무소, 그리고 임시직제인 국회협력팀과 대외협력팀으로 나뉘어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국회와 대외협력팀에는 단 한 번도 일반직 공무원을 배치한 적이 없습니다.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자체적으로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도 만들고 있지 않고 있다"며 "필요시에 들어왔다가 필요시에 나갔다가 그런 근무행태를 봤을 때 부정적인 평가들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선 얼마나 노력했을까? 지역 현안 국회 업무협조 현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조직 확대 전인 2013년의 협조 추진 건은 75건, 지난해는 57건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국비와 법률 관련 내용으로 좁혀보면 차이는 더 커지는데, 2013년에는 47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4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이에 문종태 제주도의원은 "사실 예산 시기에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런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 오히려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발 자주 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원 지사 의전횟수 늘고, 언론인 간담회 지출도 증가


이처럼 본연의 업무 수행에 대한 의문이 좀처럼 가시지 않지만, 올 들어 원 지사를 위한 업무는 눈에 띕니다.

지난달까지 차량운행 일지를 분석해보니, 올 들어 9월까지 본부 전체 차량 운행 횟수는 37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433건보다 줄었지만, 원 지사 의전수행은 지난해 32건에서 올해 34건으로 되려 늘었습니다.

업무추진비도 들여다봤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10명 이상 모이는 언론인 간담회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권 도전을 시사한 5월에는 전년보다 57% 넘게 언론인 간담회로 지출했고, 이후에도 지출이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전 대표는 "대권이라는 플랜 속에서 언론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까 도지사의 중요한 멘트를 제주도를 통해서 들은 게 아니라 대부분 중앙언론 쪽에서 들은 적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본부는 사업부서가 아니라 정량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다고 해명합니다. 강영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독자적 사업이 없는데 서울본부가 성과를 독자적으로 낸 게 뭐가 있냐고 얘기하면 할 말은 없다. 우리는 지원부서이기 때문"이라면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휴가 중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 선언…'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지난 15일 휴가를 내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포럼이 끝난 뒤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의 수행을 받으며 관용차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탐사K는 취재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원 지사가 김무성 전 국회의원 주도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 일명 '마포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지난 15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원 지사는 이날 휴가를 내고 포럼에 참석했는데, 강연장 근처에서 익숙한 차 한 대가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바로 서울본부 관용차입니다. 원 지사를 수행하는 인물도 서울본부 직원이었습니다.

근무시간 중 원 지사의 휴가 일정을 수행한 이 직원은 이후 취재진에게 "따로 수행한 건 아니고 잠깐 하시는 걸 보러 갔다 온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포럼이 시작한 오후 3시부터 중앙 기자단과의 인터뷰가 끝난 오후 6시쯤까지 곁을 지키는 직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 지사는 포럼이 끝난 뒤 관용차에 짐을 싣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이날 운전기사와 수행원은 모두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는 엄연한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입니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공용물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에 따르면 공무원은 관용 차량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됩니다. 또, 제13조2(사적 노무 요구 금지)에는 공무원은 자신의 지위 등을 이용해 직무관련자에게 사적 노무를 제공받거나 요구해선 안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과 제주도 서울본부의 '연결고리'


이날 포럼에선 또 다른 인물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윤상일 전 국회의원으로, 원 지사가 주축인 코리아비전포럼의 공동대표입니다. 코리아비전포럼은 2007년 원 지사의 한나라당 경선 출마 당시 지지자들이 결성한 조직입니다.

취재 결과, 초대 서울본부장인 이기재 씨가 공동대표를 맡았었고, 김일용 전 본부장은 창립멤버로 확인됐습니다. 또 제주도 정무특보였던 경윤호 씨는 8월부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본부의 정책자문위원인 최홍재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단장은 포럼 정책실장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본부는 앞서 12명 규모의 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후 유일하게 정책자문으로 위촉한 인물입니다.

연결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두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간의 거리는 불과 20여 미터. 코리아비전포럼이 이전한 시점은 2015년 3월로, 서울본부가 이전한 시점으로부터 반년 뒤일 정도로 접점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포럼 관계자들은 우연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일부 교류는 인정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 관계자는 "우리가 심포지엄을 연다 그러면 와서 같이 듣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이런 가운데 서울본부 건물 1층에는 보수 진영 정치권 인사들 주도의 협동조합 카페 하우스(how's)가 문을 열 예정입니다.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문종태 제주도의원은 "서울본부는 사실상 지사의 개인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권력을 사유화하는 경향이 굉장히 많은 조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과의 연관성에 대해 서울본부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강영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무슨 인적 교류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뭐 가끔가다 오다가다 만나는 정도지 같이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휴가 중인 원 지사를 서울본부가 수행한 부분에 대해선 출장 일정으로 착각했다며 앞으론 일일이 확인하겠다면서도, 서울본부가 원 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 서울본부장은 "민선 자치로 바뀐 이후에는 도지사의 정책이라던가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업들을 하지 않느냐"며 "일반 공무원도 마찬가지지만, 정무직 같은 경우는 거기에 더 플러스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제주도는 서울본부가 원 지사의 대선 조직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울본부 답변이 공식 입장이라며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민 혈세로 운영하는 서울본부, 지사 아닌 제주를 위한 조직이어야"


앞서 서울본부가 선거를 돕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던 원 지사.

2018년 재선을 앞두고 서울본부 직원 6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 복귀한 상황을 놓고 제주도의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원 지사는 "직업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면서 "참모조직 운영 사례를 보면 이게 전국 지자체 중에 최소한의 사례일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조직의 특성상 정무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황국 제주도의원은 "여야를 막론한 행정부, 국회의원을 만나는 업무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들어가야 된다고 본다"면서 "다만 지사가 대권 도전을 명확히 하셨기 때문에 그 업무 자체가 왜곡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제주도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라는 지적입니다.

임기범 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은 "업무의 연속성이라든가 전문성에 대해서 저희들(일반직 공무원)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과연 이 조직이 도민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고, 제주도를 위한 조직인지 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적 지원뿐 아니라 법률적 지원을 중앙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국회의원들만으로는 사실 어렵다"며 "계속 설명하고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기타 등등을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진정한 서울본부의 역할이자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관기사] [탐사K] 휴가 중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서울본부는 선거 조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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