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 방송 시청하고 소감문 제출하라” 완도군수의 지시사항?

입력 2020.10.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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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 나온 방송 보고 소감문 제출하라고?


직장 상사가 출연한 50분짜리 방송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보고 소감문을 제출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의무는 아니지만, 소감문을 제출하면 승진에 필요한 교육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럼 어떨까요?

그다지 소감문을 쓰고 싶지 않지만, 옆자리에 있는 직장 동료가 소감문을 써서 제출한다고 합니다.유명한 문학 작품도 아닌데 소감문을 써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가상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완도군이 지난 20일 공무원들에게 발송한 공문을 보면 '군정 홍보 방송 적극 시청 독려'라는 제목 옆에 '군수 지시사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LG 헬로비전 '이홍렬의 볼매토크-신우철 완도군수 편'을 시청하고 소감문을 작성해 제출해달라는 겁니다. 또, 각 부서는 물론 읍면 단위까지 소감문을 '최소 200자 이상' 써서 제출하라고면 글의 길이까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제출자에게는 승진에 필요한 상시학습을 1시간 인정해주겠다는 당근(?)도 제공됐습니다.


완도군이 직원들에게 시청하라고 한 방송은 지난 19일 LG 헬로비전 호남방송을 통해 방영됐습니다.완도군 홍보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분량은 50분 정도. 대체 어떤 방송일까 ? 신우철 완도군수가 직접 출연해 진행자와 함께 완도의 역사와 문화, 관광지 등을 소개합니다. 민선 7기 2주년을 맞아 제작된 방송입니다. 군정을 홍보하기 위한 방송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소감문까지 제출할 정도까지 인지는 의문입니다.

제출하면 '상시학습 1시간' 인정…. 공무원들 '줄세우기' 비판


공문에 따르면 소감문 제출은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제출한 사람에겐 '상시학습' 1시간을 인정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는게 문제 입니다. 상시 학습은 공무원들이 승진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교육 중 하나입니다. 완도군 공무원 A 씨는 이를 두고 "관료주의적이며 줄세우기"하는 행태라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방송 시청을 권유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상시학습 1시간을 인정해주면서까지 소감문을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소감문 제출이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승진에 필요한 상시학습을 인정해 준다고 하니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승진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쓴 사람이 있으면, 이를 외면하고 소감문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완도군 하루 만에 공문 철회…."군수 직접 지시사항 아니다"


완도군은 결국 공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철회했습니다. 직원들의 방송 시청을 독려하기 위한 방법이 부적절했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지않다는 걸 인지해 곧바로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시학습과 관련해서는 평소 직원들이 이수하는 상시학습의 동영상 교육이 50분 분량이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등의 교육도 진행되고 있어 비슷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완도군은, 소감문 제출의 경우 신우철 완도군수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며 발을 뺐습니다.신 군수는 간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군정 홍보 방송을 적극적으로 시청해달라고 독려했을 뿐이고, 이를 전달받은 담당 부서인 기획예산과가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공문은 철회됐지만, 관료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출처: LG 헬로비전 '이홍렬의 볼매토크-신우철 완도군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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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수님 방송 시청하고 소감문 제출하라” 완도군수의 지시사항?
    • 입력 2020-10-23 08:01:07
    취재K
군수님 나온 방송 보고 소감문 제출하라고?


직장 상사가 출연한 50분짜리 방송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보고 소감문을 제출하라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의무는 아니지만, 소감문을 제출하면 승진에 필요한 교육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럼 어떨까요?

그다지 소감문을 쓰고 싶지 않지만, 옆자리에 있는 직장 동료가 소감문을 써서 제출한다고 합니다.유명한 문학 작품도 아닌데 소감문을 써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가상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완도군이 지난 20일 공무원들에게 발송한 공문을 보면 '군정 홍보 방송 적극 시청 독려'라는 제목 옆에 '군수 지시사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LG 헬로비전 '이홍렬의 볼매토크-신우철 완도군수 편'을 시청하고 소감문을 작성해 제출해달라는 겁니다. 또, 각 부서는 물론 읍면 단위까지 소감문을 '최소 200자 이상' 써서 제출하라고면 글의 길이까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제출자에게는 승진에 필요한 상시학습을 1시간 인정해주겠다는 당근(?)도 제공됐습니다.


완도군이 직원들에게 시청하라고 한 방송은 지난 19일 LG 헬로비전 호남방송을 통해 방영됐습니다.완도군 홍보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분량은 50분 정도. 대체 어떤 방송일까 ? 신우철 완도군수가 직접 출연해 진행자와 함께 완도의 역사와 문화, 관광지 등을 소개합니다. 민선 7기 2주년을 맞아 제작된 방송입니다. 군정을 홍보하기 위한 방송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소감문까지 제출할 정도까지 인지는 의문입니다.

제출하면 '상시학습 1시간' 인정…. 공무원들 '줄세우기' 비판


공문에 따르면 소감문 제출은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제출한 사람에겐 '상시학습' 1시간을 인정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는게 문제 입니다. 상시 학습은 공무원들이 승진하기 위해 이수해야 하는 교육 중 하나입니다. 완도군 공무원 A 씨는 이를 두고 "관료주의적이며 줄세우기"하는 행태라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직원들에게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방송 시청을 권유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상시학습 1시간을 인정해주면서까지 소감문을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소감문 제출이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승진에 필요한 상시학습을 인정해 준다고 하니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승진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쓴 사람이 있으면, 이를 외면하고 소감문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완도군 하루 만에 공문 철회…."군수 직접 지시사항 아니다"


완도군은 결국 공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철회했습니다. 직원들의 방송 시청을 독려하기 위한 방법이 부적절했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지않다는 걸 인지해 곧바로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시학습과 관련해서는 평소 직원들이 이수하는 상시학습의 동영상 교육이 50분 분량이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등의 교육도 진행되고 있어 비슷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완도군은, 소감문 제출의 경우 신우철 완도군수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며 발을 뺐습니다.신 군수는 간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군정 홍보 방송을 적극적으로 시청해달라고 독려했을 뿐이고, 이를 전달받은 담당 부서인 기획예산과가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공문은 철회됐지만, 관료주의적 사고에서 나온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출처: LG 헬로비전 '이홍렬의 볼매토크-신우철 완도군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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