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탐사K] ‘국회의원 아들 갈등’ 군 간부 부당 처벌?…감찰 검토

입력 2020.10.23 (21:41) 수정 2020.10.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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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 아들을 위해 군 간부들이 죽 심부름을 했다.

보직에 맞지 않는 군 생활관에 뜻대로 머무르게 해줬다.

어제(22일) KBS가 보도해드린 김병기 의원 아들 군 특혜 의혹 첩보 문건 내용입니다.

군은 오늘(23일) 사실관계를 확인해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문건에 담긴 의혹, 더 있습니다.

문제의 공군 장성이 김 의원 아들과 갈등이 있던 공군 간부를 부당하게 처벌하려고 했다는 의혹입니다.

해당 간부는 무혐의 결정을 받긴 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방부 인사 발령이 취소됐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김병기 의원의 아들이 지난해 5월 작성해 제10 전투비행단 감찰실에 제출한 서면 진술섭니다.

낙엽을 쓸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더니 상관인 A 중사가 욕설을 했다, 비웃고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 국회의원 아들인 자신이 들으라는듯 국방개혁 정책을 비판해 모욕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A 중사에 대해 '다른 부모 가슴에 천추의 한을 남길 자'라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진술서를 토대로 감찰실은 A 중사를 감찰했고 5차례가량 조사했습니다.

A 중사는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고 결국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전 제10 전투비행단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A 중사가) 근무하는 곳이 수사실이다 보니까 폭언이나 이런 거는 (하기 어려운 분위기죠)."]

KBS가 확인한 김병기 의원 아들 관련 첩보 문건에는 부대 최고 책임자인 박칠호 단장이 무혐의 결론에도 지속적으로 A 중사 처벌을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법무실장이 무리하게 처벌을 요구할 경우 직권남용으로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취지로 조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무혐의가 확정되자 박 단장은 김병기 의원에게 전화해 감찰 결과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박칠호/소장/전 제10 전투비행단장 : "더 이상 불합리한 일 없도록 군대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전화)했죠. 고통받고 있으면 다른 병사들도 똑같이 합니다."]

A 중사는 올해 1월 선호 부서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인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국방부는 이동 직전인 지난 5월, 돌연 발령을 취소했습니다.

수사관 경력이 2년 6개월로 짧고 주요 보직 경험이 없다는 게 사유였습니다.

당초에는 없었던 수사관 경력 5년 조건을 추가했는데, 적임자가 없자 경력 조건을 다시 낮췄습니다.

[전 제10 전투비행단 관계자/음성변조 : "(A 중사는) 집도 다 서울에 구해놓은 겁니다. 전혀 그런 (경력) 기준도 없고 그냥 안 받으려고..."]

뒤늦게 조건을 바꿔가며 인사를 취소한 이유를 묻자 감찰 조사 전력을 거론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병사하고 마찰이 있어서 감찰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병사가 김병기 의원 아들이잖아요?) 저도 잘 몰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좀 더, 좀 더 좋은 자원을 보내달라 뭐 그런 취지로..."]

취재진은 김병기 의원에게 A 중사에 대한 감찰이나 처벌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인사 취소에 관여했는지 질의했지만 김 의원은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 것으로 생각해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으며 A 중사 사건의 본질은 군대 내 괴롭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A 중사가 국방부로 발령받았던 사실은 몰랐고 문제 제기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군은 KBS가 보도한 김병기 의원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 박상욱/영상편집:송화인/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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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탐사K] ‘국회의원 아들 갈등’ 군 간부 부당 처벌?…감찰 검토
    • 입력 2020-10-23 21:41:24
    • 수정2020-10-23 21:59:53
    뉴스 9
[앵커]

국회의원 아들을 위해 군 간부들이 죽 심부름을 했다.

보직에 맞지 않는 군 생활관에 뜻대로 머무르게 해줬다.

어제(22일) KBS가 보도해드린 김병기 의원 아들 군 특혜 의혹 첩보 문건 내용입니다.

군은 오늘(23일) 사실관계를 확인해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문건에 담긴 의혹, 더 있습니다.

문제의 공군 장성이 김 의원 아들과 갈등이 있던 공군 간부를 부당하게 처벌하려고 했다는 의혹입니다.

해당 간부는 무혐의 결정을 받긴 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방부 인사 발령이 취소됐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김병기 의원의 아들이 지난해 5월 작성해 제10 전투비행단 감찰실에 제출한 서면 진술섭니다.

낙엽을 쓸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더니 상관인 A 중사가 욕설을 했다, 비웃고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 국회의원 아들인 자신이 들으라는듯 국방개혁 정책을 비판해 모욕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A 중사에 대해 '다른 부모 가슴에 천추의 한을 남길 자'라고 말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진술서를 토대로 감찰실은 A 중사를 감찰했고 5차례가량 조사했습니다.

A 중사는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고 결국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이 나왔습니다.

[전 제10 전투비행단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A 중사가) 근무하는 곳이 수사실이다 보니까 폭언이나 이런 거는 (하기 어려운 분위기죠)."]

KBS가 확인한 김병기 의원 아들 관련 첩보 문건에는 부대 최고 책임자인 박칠호 단장이 무혐의 결론에도 지속적으로 A 중사 처벌을 주장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법무실장이 무리하게 처벌을 요구할 경우 직권남용으로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취지로 조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무혐의가 확정되자 박 단장은 김병기 의원에게 전화해 감찰 결과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박칠호/소장/전 제10 전투비행단장 : "더 이상 불합리한 일 없도록 군대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전화)했죠. 고통받고 있으면 다른 병사들도 똑같이 합니다."]

A 중사는 올해 1월 선호 부서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인사 발령을 받았습니다.

국방부는 이동 직전인 지난 5월, 돌연 발령을 취소했습니다.

수사관 경력이 2년 6개월로 짧고 주요 보직 경험이 없다는 게 사유였습니다.

당초에는 없었던 수사관 경력 5년 조건을 추가했는데, 적임자가 없자 경력 조건을 다시 낮췄습니다.

[전 제10 전투비행단 관계자/음성변조 : "(A 중사는) 집도 다 서울에 구해놓은 겁니다. 전혀 그런 (경력) 기준도 없고 그냥 안 받으려고..."]

뒤늦게 조건을 바꿔가며 인사를 취소한 이유를 묻자 감찰 조사 전력을 거론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병사하고 마찰이 있어서 감찰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병사가 김병기 의원 아들이잖아요?) 저도 잘 몰랐습니다. 그 당시에는. 좀 더, 좀 더 좋은 자원을 보내달라 뭐 그런 취지로..."]

취재진은 김병기 의원에게 A 중사에 대한 감찰이나 처벌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인사 취소에 관여했는지 질의했지만 김 의원은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역차별을 받는 것으로 생각해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으며 A 중사 사건의 본질은 군대 내 괴롭힘이라고 반박했습니다.

A 중사가 국방부로 발령받았던 사실은 몰랐고 문제 제기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군은 KBS가 보도한 김병기 의원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 박상욱/영상편집:송화인/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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