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안전K] 끝나지 않는 공포, 스토킹의 민낯
입력 2020.10.27 (19:26) 수정 2020.10.27 (20:20) 뉴스7(전주)
자동재생
동영상영역 시작
동영상영역 끝
지난 17일, 전주의 한 아파트.

20대 남성이 직접 만든 폭발물을 들고 수년간 스토킹해온 여성의 집 앞을 찾아갔습니다.

폭발물이 터지자, 굉음에 놀란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아파트 창문이 깨지고 철문 곳곳이 움푹 패었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가스통이 터지는 것처럼 '펑' 했어요. 유리도 깨져 있고, 계단에 연기가 있는 것 같았고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어요."]

'접근하다, 몰래 다가가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스톡'에서 유래된 '스토킹'.

상대방의 동의 없이 지속적으로 접근해 괴롭히는 불법 행위입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과 일부 유명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스토킹 범죄가 최근 일반인에게도 확산하며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만난 A 씨.

미성년자인 A 씨는 2년 전, 동네에서 마주친 한 남성 때문에 수 개월간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가는 도중에 30대 초반인 남성이 저한테 접근해서 자기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내가 배터리가 없다, 이런 식으로 저의 휴대전화로 그 친구한테 연락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문자를 넣어줬어요, 그 친구 번호인 줄 알고…"]

하지만 우연히 베푼 호의는 곧 집착으로 돌아왔습니다.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왔습니다.

이 남성은 A 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이름은 물론 다른 개인정보도 금방 알아냈습니다.

집 근처에서 이 남성을 다시 마주치게 된 A씨, 어느덧 집 밖을 나서기도 두려워졌습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같은 동네라고 하니까 더 불안한 마음도 있고, 길 가다가 다신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쫓기고 있다는 불안감.

일상은 멈췄고, 자유는 사라졌다고 스토킹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B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소름 돋았어요. 막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진짜 무섭기만 해서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게 끝이 나긴 나는 건가 싶고…."]

이처럼 피해자에게 폭행과 협박을 하는 등의 2차 가해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지만, 실제로 모습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맹목적으로 피해자를 쫓아다니는 이른바 '조용한 스토킹' 또한 극심한 사생활 침해를 불러올 수 있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임미정/전주 여성의 전화 대표 : "가해자를 정확히 알지 못해요. 그러니까 문밖 세상이 다 공포인 거예요. 나가지를 못해요. 자기를 계속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고…."]

경찰청이 지난 2018년 6월 스토킹 피해 신고를 처음 집계한 뒤, 올 8월까지 전북지역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모두 2백 32건.

올해 들어 접수된 건수만 86건입니다.

전주 여성의 전화에 접수된 스토킹 가해자 유형에는 전 배우자와 헤어진 연인이 가장 많았으며, 동료와 이웃 등 지인,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례로도 이어져 평범한 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습니다.

[임미정/전주 여성의 전화 대표 : "자기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가지고 사이버, SNS상에다가 게재하는 경우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이번만 만나주면 헤어져 주겠다고 얘기해서 만나서 감금해서 도주하려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더구나 스토킹은 현행법상 경범죄에 속해 범죄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힘듭니다.

쫓아다니거나 연락하는 등의 스토킹만으로는 가해자와 분리 조치나 접근 금지 처분을 할 수 없다 보니, 사실상 피해자에게 폭력이나 감금, 살해 등 2차 가해가 일어나기 전까진 보호받을 길이 없는 겁니다.

1년 넘도록 스토킹 범죄에 시달린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해 남성을 8차례 넘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최근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이 남성이 받은 처분은 범칙금 5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9단 : "제가 신고했습니다. 이 사람이 지속적으로 저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스토킹 가해자/음성변조 : "야, 조혜연아. 너 너무 막 나간다. 아주 재밌다."]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위해 협박과 재물 손괴 등 지난 1년 반 동안 끈질기게 2차 가해를 입증해야 했습니다.

결국, 지난주 열린 재판에서 가해 남성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9단 : "정신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 이런 것은 도저히 보상이 안 되는 정도이고요. 출소한 이후 정말 무서울 것 같습니다. 또 나타날 거거든요. 이번에는 보복할 가능성이 크고…."]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이자, 질병이기 때문에 처벌 강화와 함께 꾸준한 치료, 관리가 병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 않다 보니, 주변 도움 없이는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정상근/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망상 질환에 의해 나올 수도 있고요.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약물치료, 정신치료, 행동치료를 통해서 병적인 문제 인식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지난 15대 국회에서의 처음으로 발의된 뒤 지금까지 20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사라진 스토킹 범죄 처벌 법안은 모두 20여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5건 정도 발생한 스토킹 범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대응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 [안전K] 끝나지 않는 공포, 스토킹의 민낯
    • 입력 2020-10-27 19:26:55
    • 수정2020-10-27 20:20:38
    뉴스7(전주)
지난 17일, 전주의 한 아파트.

20대 남성이 직접 만든 폭발물을 들고 수년간 스토킹해온 여성의 집 앞을 찾아갔습니다.

폭발물이 터지자, 굉음에 놀란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아파트 창문이 깨지고 철문 곳곳이 움푹 패었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아파트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가스통이 터지는 것처럼 '펑' 했어요. 유리도 깨져 있고, 계단에 연기가 있는 것 같았고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어요."]

'접근하다, 몰래 다가가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스톡'에서 유래된 '스토킹'.

상대방의 동의 없이 지속적으로 접근해 괴롭히는 불법 행위입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과 일부 유명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스토킹 범죄가 최근 일반인에게도 확산하며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 만난 A 씨.

미성년자인 A 씨는 2년 전, 동네에서 마주친 한 남성 때문에 수 개월간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가는 도중에 30대 초반인 남성이 저한테 접근해서 자기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내가 배터리가 없다, 이런 식으로 저의 휴대전화로 그 친구한테 연락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문자를 넣어줬어요, 그 친구 번호인 줄 알고…"]

하지만 우연히 베푼 호의는 곧 집착으로 돌아왔습니다.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왔습니다.

이 남성은 A 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이름은 물론 다른 개인정보도 금방 알아냈습니다.

집 근처에서 이 남성을 다시 마주치게 된 A씨, 어느덧 집 밖을 나서기도 두려워졌습니다.

[A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같은 동네라고 하니까 더 불안한 마음도 있고, 길 가다가 다신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쫓기고 있다는 불안감.

일상은 멈췄고, 자유는 사라졌다고 스토킹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B 씨/스토킹 피해자/음성변조 : "소름 돋았어요. 막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진짜 무섭기만 해서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게 끝이 나긴 나는 건가 싶고…."]

이처럼 피해자에게 폭행과 협박을 하는 등의 2차 가해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지만, 실제로 모습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맹목적으로 피해자를 쫓아다니는 이른바 '조용한 스토킹' 또한 극심한 사생활 침해를 불러올 수 있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임미정/전주 여성의 전화 대표 : "가해자를 정확히 알지 못해요. 그러니까 문밖 세상이 다 공포인 거예요. 나가지를 못해요. 자기를 계속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고…."]

경찰청이 지난 2018년 6월 스토킹 피해 신고를 처음 집계한 뒤, 올 8월까지 전북지역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모두 2백 32건.

올해 들어 접수된 건수만 86건입니다.

전주 여성의 전화에 접수된 스토킹 가해자 유형에는 전 배우자와 헤어진 연인이 가장 많았으며, 동료와 이웃 등 지인,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례로도 이어져 평범한 이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습니다.

[임미정/전주 여성의 전화 대표 : "자기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가지고 사이버, SNS상에다가 게재하는 경우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이번만 만나주면 헤어져 주겠다고 얘기해서 만나서 감금해서 도주하려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더구나 스토킹은 현행법상 경범죄에 속해 범죄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힘듭니다.

쫓아다니거나 연락하는 등의 스토킹만으로는 가해자와 분리 조치나 접근 금지 처분을 할 수 없다 보니, 사실상 피해자에게 폭력이나 감금, 살해 등 2차 가해가 일어나기 전까진 보호받을 길이 없는 겁니다.

1년 넘도록 스토킹 범죄에 시달린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해 남성을 8차례 넘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최근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이 남성이 받은 처분은 범칙금 5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9단 : "제가 신고했습니다. 이 사람이 지속적으로 저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스토킹 가해자/음성변조 : "야, 조혜연아. 너 너무 막 나간다. 아주 재밌다."]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위해 협박과 재물 손괴 등 지난 1년 반 동안 끈질기게 2차 가해를 입증해야 했습니다.

결국, 지난주 열린 재판에서 가해 남성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조혜연/프로바둑기사 9단 : "정신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 이런 것은 도저히 보상이 안 되는 정도이고요. 출소한 이후 정말 무서울 것 같습니다. 또 나타날 거거든요. 이번에는 보복할 가능성이 크고…."]

스토킹은 심각한 범죄이자, 질병이기 때문에 처벌 강화와 함께 꾸준한 치료, 관리가 병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가해자가 자신의 행위를 잘못된 것으로 여기지 않다 보니, 주변 도움 없이는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정상근/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망상 질환에 의해 나올 수도 있고요.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약물치료, 정신치료, 행동치료를 통해서 병적인 문제 인식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지난 15대 국회에서의 처음으로 발의된 뒤 지금까지 20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사라진 스토킹 범죄 처벌 법안은 모두 20여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5건 정도 발생한 스토킹 범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대응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