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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 넘실대는 ‘윤석열 화환’ 물결…“정치에 덮인 검찰”
입력 2020.10.28 (15:23) 수정 2020.10.28 (17:27) 취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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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빨갛고 노란 단풍이 산들을 물들이고, 가로수 길에는 낙엽이 쌓여갑니다.

하지만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은 이런 가을의 정취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빼곡히 늘어선 수백 개의 화환들로 때아닌 꽃동산을 이뤘습니다.

40개, 100개, 300개…하루가 다르게 늘더니 이제는 대검 앞도 모자라 길 건너편 서울고검·중앙지검 앞 도로변도 점령 중입니다.

며칠째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서초구청은 "화환들이 도시 미관과 미풍양속 유지 등에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현저히 공익을 해칠 것"이라면서 오늘(28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이 화환들은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들입니다. '윤 총장님, 힘내십시오', '윤석열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응원부터 '추미애를 수사하라',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라' 같은 구호도 눈에 띕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이제 두 사람의 감정 싸움을 넘어, 여야 정치 공방의 최대 쟁점이 되어버렸습니다.

대검 앞을 가득 메운 화환들을 순수한 응원 메시지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소독점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의 수장으로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야당과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윤 총장 입장에선 자신이 특정 정치세력에 경도돼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고 억울할 수 있습니다. 윤 총장은 실제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에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 총장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직 검찰총장로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인사가 되어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윤 총장이 이미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이상, 남은 임기 동안 검찰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윤 총장을 향해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오라. 그게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라고 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앞서 '추-윤 갈등'의 기폭제가 된 라임 관련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사의 표명 글을 통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탄식했습니다. 어쩌면 대검찰청 앞을 가득 메운 화환들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린 모습',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서초동에 넘실대는 ‘윤석열 화환’ 물결…“정치에 덮인 검찰”
    • 입력 2020-10-28 15:23:01
    • 수정2020-10-28 17:27:03
    취재K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빨갛고 노란 단풍이 산들을 물들이고, 가로수 길에는 낙엽이 쌓여갑니다.

하지만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은 이런 가을의 정취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빼곡히 늘어선 수백 개의 화환들로 때아닌 꽃동산을 이뤘습니다.

40개, 100개, 300개…하루가 다르게 늘더니 이제는 대검 앞도 모자라 길 건너편 서울고검·중앙지검 앞 도로변도 점령 중입니다.

며칠째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서초구청은 "화환들이 도시 미관과 미풍양속 유지 등에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현저히 공익을 해칠 것"이라면서 오늘(28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이 화환들은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들입니다. '윤 총장님, 힘내십시오', '윤석열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응원부터 '추미애를 수사하라',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라' 같은 구호도 눈에 띕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은 이제 두 사람의 감정 싸움을 넘어, 여야 정치 공방의 최대 쟁점이 되어버렸습니다.

대검 앞을 가득 메운 화환들을 순수한 응원 메시지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소독점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의 수장으로서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찰총장이 야당과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윤 총장 입장에선 자신이 특정 정치세력에 경도돼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고 억울할 수 있습니다. 윤 총장은 실제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에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윤 총장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직 검찰총장로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적 인사가 되어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윤 총장이 이미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이상, 남은 임기 동안 검찰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윤 총장을 향해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오라. 그게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라고 말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앞서 '추-윤 갈등'의 기폭제가 된 라임 관련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사의 표명 글을 통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탄식했습니다. 어쩌면 대검찰청 앞을 가득 메운 화환들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린 모습', 그 자체를 형상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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