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 “옵티머스 ‘비밀의 방’ 있었다”…증거은닉 정황 법정 증언

입력 2020.10.30 (19:41) 수정 2020.10.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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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금융감독원 현장검사에 대비해 이른바 ‘비밀의 방’을 만들고 ‘펀드 하자 치유 문건’ 등 주요 증거를 숨겼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오늘(30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옵티머스 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와 2대 주주 이 모 씨, 윤 모 이사 등에 대한 2번째 공판을 열었습니다.

오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소속 정 모 씨는 지난 6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 이후 사무실에 현장검사를 나갔고, 그곳에서 김 대표의 ‘비밀의 방’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이 방에 사무실에서 옮겨둔 컴퓨터와 펀드 자금을 개인적으로 회사나 개인에게 빌려준 차용증, 수표 사본, 앞으로의 도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둔 주요 메모 등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최근 언론에 보도됐던 ‘펀드 하자 치유 문건’도 이때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펀드 수익자로 참여해,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정 씨는 이날 중요한 자료는 금고에 넣고 봉인했고, 워낙 양이 많아 방 전체를 잠금장치로 잠근 뒤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은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비밀의 방’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정 씨는 또 변호사인 윤 이사가 처음에는 자신이 김 대표를 속였고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하다가, 조사 과정에서 입장을 바꿔 “주식거래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당시 윤 이사가 “누군가는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김 대표는 펀드를 계속 운용해야 하고 이 씨는 부동산 개발로 이익을 내야 하니 내가 모든 걸 책임지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윤 이사가 처음에는 사문서위조 혐의를 예상하고 모두 짊어지려고 하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현장검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자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현 대표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금융감독원이 2017년 8월과 2018년 4월에도 옵티머스에 대해 현장검사를 나갔는데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미 펀드운용현황을 보고받고, 투자제안서에서 밝힌 ‘공공기관 확정매출 채권’이 아닌 ‘사모사채’에 돈이 들어간 것을 알았으면서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당시 현장검사는 옵티머스의 적정 자기 자본금 미달 부분과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횡령 사건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펀드 운용 자체에 대해 살펴본 것은 아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의 변호인은 이 씨가 운영한 SPC(특수목적법인)이 사모사채를 통해 받은 돈을 반드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확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그렇진 않다”며 “SPC가 공공기관 매출채권보다 위험한 데 돈을 썼다는 사실을 안다면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했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옵티머스에 1억 원 넘는 돈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이 모 씨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이 씨는 “사모사채에 돈이 들어간다고 했으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당시 NH투자증권 판매사 직원으로부터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위험성이 낮은 상품이라고 소개받았다며, 저축은행 금리보다 약간 높은 2.8% 정도의 수익률이라 오히려 안전하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만약 확정된 매출채권이 아니라 다른 곳에 투자한다고 설명을 들었다면 투자를 했겠냐”고 물었고, 이 씨는 “절대 아니다”라며 “저런 복잡한 구조인 걸 알았으면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2일 세 번째 공판을 열고,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NH투자증권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습니다.

옵티머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 2천9백여 명으로부터 1조 1천억여 원을 끌어모아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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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30 19:41:15
    • 수정2020-10-30 19:44:25
    사회
1조원 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금융감독원 현장검사에 대비해 이른바 ‘비밀의 방’을 만들고 ‘펀드 하자 치유 문건’ 등 주요 증거를 숨겼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오늘(30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옵티머스 자산운용 김재현 대표와 2대 주주 이 모 씨, 윤 모 이사 등에 대한 2번째 공판을 열었습니다.

오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소속 정 모 씨는 지난 6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 이후 사무실에 현장검사를 나갔고, 그곳에서 김 대표의 ‘비밀의 방’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이 방에 사무실에서 옮겨둔 컴퓨터와 펀드 자금을 개인적으로 회사나 개인에게 빌려준 차용증, 수표 사본, 앞으로의 도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둔 주요 메모 등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최근 언론에 보도됐던 ‘펀드 하자 치유 문건’도 이때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펀드 수익자로 참여해,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정 씨는 이날 중요한 자료는 금고에 넣고 봉인했고, 워낙 양이 많아 방 전체를 잠금장치로 잠근 뒤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은 검찰은 다음 날 곧바로 ‘비밀의 방’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정 씨는 또 변호사인 윤 이사가 처음에는 자신이 김 대표를 속였고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하다가, 조사 과정에서 입장을 바꿔 “주식거래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당시 윤 이사가 “누군가는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김 대표는 펀드를 계속 운용해야 하고 이 씨는 부동산 개발로 이익을 내야 하니 내가 모든 걸 책임지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윤 이사가 처음에는 사문서위조 혐의를 예상하고 모두 짊어지려고 하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고 현장검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자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현 대표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금융감독원이 2017년 8월과 2018년 4월에도 옵티머스에 대해 현장검사를 나갔는데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미 펀드운용현황을 보고받고, 투자제안서에서 밝힌 ‘공공기관 확정매출 채권’이 아닌 ‘사모사채’에 돈이 들어간 것을 알았으면서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당시 현장검사는 옵티머스의 적정 자기 자본금 미달 부분과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의 횡령 사건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펀드 운용 자체에 대해 살펴본 것은 아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의 변호인은 이 씨가 운영한 SPC(특수목적법인)이 사모사채를 통해 받은 돈을 반드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확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그렇진 않다”며 “SPC가 공공기관 매출채권보다 위험한 데 돈을 썼다는 사실을 안다면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했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재판에는 옵티머스에 1억 원 넘는 돈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이 모 씨도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이 씨는 “사모사채에 돈이 들어간다고 했으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당시 NH투자증권 판매사 직원으로부터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위험성이 낮은 상품이라고 소개받았다며, 저축은행 금리보다 약간 높은 2.8% 정도의 수익률이라 오히려 안전하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만약 확정된 매출채권이 아니라 다른 곳에 투자한다고 설명을 들었다면 투자를 했겠냐”고 물었고, 이 씨는 “절대 아니다”라며 “저런 복잡한 구조인 걸 알았으면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2일 세 번째 공판을 열고,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NH투자증권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습니다.

옵티머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 올해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 2천9백여 명으로부터 1조 1천억여 원을 끌어모아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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