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물속에서 들여다본 새만금…‘돌고 도는’ 해수유통 논쟁

입력 2020.11.03 (07:01) 수정 2021.01.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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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질 문제 논란' 새만금 물속은 어떨까?


위에는 녹조, 아래에는 부유물질이 떠다니고 생명체를 찾을 수 없는 물속 공간. KBS는 최근 전북녹색연합과 전북수산산업연합회가 수중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30분 정도 분량의 새만금 수중 영상을 살펴보면 물속은 '녹색 혹은 회색'입니다. 수면 바로 아래에 녹조가 보였고, 수심이 깊은 곳부터 바닥까지는 바다나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수중 식물이나 물고기의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새만금이 수질 관리에 실패해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라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번 영상을 통해 더 확연하게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촬영한 지점의 지표상 수질은 어떤 편일까요? 새만금유역 통합환경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촬영이 이뤄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ML3 지점'의 COD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지난 10년 동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2011년에는 4.8㎎/ℓ에서 2020년에는 6.9㎎/ℓ로 올랐습니다. COD란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데요, 유기물질 등 물을 더럽힐 수 있는 물질이 산화되는 데 필요한 산소량을 말합니다. 즉, COD가 높을수록 수질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 새만금 물은 차디찬데, 논쟁은 뜨겁다.

전북 군산, 김제, 부안에 걸쳐져 있는 새만금. 단군 이래 최대 간척 사업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립니다. 사업 초기에는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농업 용지 조성이 목적이었다가 농업, 공업, 신재생 에너지, 관광 등 복합용지 개발로 방향이 수정됐고 현재까지 내부개발 비율은 목표의 38% 수준입니다. 2010년에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됐고 새만금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바닷물이 정기적으로 드나들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바닷물이 드나들지 않는 담수호가 목표입니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사용할 농업용수 등을 확보하고 새만금 수면을 해수면보다 1.5m 낮게 만들어 수변도시 조성 등 내부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최근 새만금 방조제에 있는 갑문을 온종일 열어 담수호에 바닷물을 흘려보내는 '해수유통'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수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수유통을 검토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새만금 수질 용역보고서가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해수 유통량 감소와 조류 증식 등을 수질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고, 2030년까지 가축 폐수 등 오염원이 더 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해수유통을 차단하고 새만금호를 담수화할 때는 목표 수질 3·4등급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해수유통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환경단체와 일부 어민들은 이를 근거로 삼아 해수유통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 지자체·관계기관, "새만금 해수유통 검토할 단계 아냐"


새만금 해수유통에 대한 관계기관의 의견은 정반대입니다. 전라북도는 해수유통을 하면 새만금 내부 개발이 변경·지연될 수밖에 없고, 새만금에 필요한 농업용수 등을 조달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해수유통을 하면 해수면보다 1.5m 낮은 새만금 수면이 올라가게 되고 새만금 개발 계획은 대폭 수정해야 하고 담수호의 기능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또, 만경강과 동진강의 상류 수질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고 새만금호 바닥에서 흙을 퍼내 땅을 만드는 준설·간척 작업이 끝나면 수질이 분명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를 폅니다. 환경부의 용역보고서에 대해서도 과거의 데이터로 2030년의 수질 예측은 무리가 있다며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수질 개선 정책의 결과를 기다려보고 해수유통을 논의하자는 이야기인데요, 전라북도가 제시한 시점은 내부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쯤입니다. 새만금개발청도 올여름 폭우가 이어져 하천 유량이 늘었을 때 새만금 수질이 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다양한 물고기가 관찰되는 등 '죽음의 호수'가 아니라 생태계가 잘 유지되는 곳이라며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 또 다른 '시화호'일까, '담수화 성공' 사례될까?


새만금 유역 수질 개선 방향은 연말쯤 또 다른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입니다. 환경부가 최종 보고서를 새만금위원회에 제출하면 해수유통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해수유통을 하지 않는다면 새만금 사업은 이대로 진행되지만, 해수유통을 한다면 개발 계획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게 됩니다. 새만금보다 앞서 조성된 담수호인 경기 안산의 시화호는 수질 관리에 실패해 결국 해수유통을 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새만금이 시화호의 전철을 밟게 될지, 우려를 딛고 성공한 담수호로 자리 잡을지는 사실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수중 영상을 본 네티즌들도 "수질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당장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20년 넘게 끌어온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는 게 급하다"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맞섰습니다. 새만금의 '차디찬 물'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영상편집:김동균/그래픽: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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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물속에서 들여다본 새만금…‘돌고 도는’ 해수유통 논쟁
    • 입력 2020-11-03 07:01:50
    • 수정2021-01-28 18:03:00
    취재후·사건후
■ '수질 문제 논란' 새만금 물속은 어떨까?


위에는 녹조, 아래에는 부유물질이 떠다니고 생명체를 찾을 수 없는 물속 공간. KBS는 최근 전북녹색연합과 전북수산산업연합회가 수중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30분 정도 분량의 새만금 수중 영상을 살펴보면 물속은 '녹색 혹은 회색'입니다. 수면 바로 아래에 녹조가 보였고, 수심이 깊은 곳부터 바닥까지는 바다나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수중 식물이나 물고기의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새만금이 수질 관리에 실패해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라고 주장해왔는데요, 이번 영상을 통해 더 확연하게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촬영한 지점의 지표상 수질은 어떤 편일까요? 새만금유역 통합환경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촬영이 이뤄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ML3 지점'의 COD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지난 10년 동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2011년에는 4.8㎎/ℓ에서 2020년에는 6.9㎎/ℓ로 올랐습니다. COD란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데요, 유기물질 등 물을 더럽힐 수 있는 물질이 산화되는 데 필요한 산소량을 말합니다. 즉, COD가 높을수록 수질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 새만금 물은 차디찬데, 논쟁은 뜨겁다.

전북 군산, 김제, 부안에 걸쳐져 있는 새만금. 단군 이래 최대 간척 사업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립니다. 사업 초기에는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한 농업 용지 조성이 목적이었다가 농업, 공업, 신재생 에너지, 관광 등 복합용지 개발로 방향이 수정됐고 현재까지 내부개발 비율은 목표의 38% 수준입니다. 2010년에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됐고 새만금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바닷물이 정기적으로 드나들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바닷물이 드나들지 않는 담수호가 목표입니다. 새만금 간척지에서 사용할 농업용수 등을 확보하고 새만금 수면을 해수면보다 1.5m 낮게 만들어 수변도시 조성 등 내부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최근 새만금 방조제에 있는 갑문을 온종일 열어 담수호에 바닷물을 흘려보내는 '해수유통'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수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수유통을 검토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새만금 수질 용역보고서가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해수 유통량 감소와 조류 증식 등을 수질 악화 원인으로 지목했고, 2030년까지 가축 폐수 등 오염원이 더 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해수유통을 차단하고 새만금호를 담수화할 때는 목표 수질 3·4등급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해수유통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환경단체와 일부 어민들은 이를 근거로 삼아 해수유통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 지자체·관계기관, "새만금 해수유통 검토할 단계 아냐"


새만금 해수유통에 대한 관계기관의 의견은 정반대입니다. 전라북도는 해수유통을 하면 새만금 내부 개발이 변경·지연될 수밖에 없고, 새만금에 필요한 농업용수 등을 조달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해수유통을 하면 해수면보다 1.5m 낮은 새만금 수면이 올라가게 되고 새만금 개발 계획은 대폭 수정해야 하고 담수호의 기능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또, 만경강과 동진강의 상류 수질 개선 사업을 벌이고 있고 새만금호 바닥에서 흙을 퍼내 땅을 만드는 준설·간척 작업이 끝나면 수질이 분명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를 폅니다. 환경부의 용역보고서에 대해서도 과거의 데이터로 2030년의 수질 예측은 무리가 있다며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수질 개선 정책의 결과를 기다려보고 해수유통을 논의하자는 이야기인데요, 전라북도가 제시한 시점은 내부 개발이 완료되는 2025년쯤입니다. 새만금개발청도 올여름 폭우가 이어져 하천 유량이 늘었을 때 새만금 수질이 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다양한 물고기가 관찰되는 등 '죽음의 호수'가 아니라 생태계가 잘 유지되는 곳이라며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 또 다른 '시화호'일까, '담수화 성공' 사례될까?


새만금 유역 수질 개선 방향은 연말쯤 또 다른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입니다. 환경부가 최종 보고서를 새만금위원회에 제출하면 해수유통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해수유통을 하지 않는다면 새만금 사업은 이대로 진행되지만, 해수유통을 한다면 개발 계획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게 됩니다. 새만금보다 앞서 조성된 담수호인 경기 안산의 시화호는 수질 관리에 실패해 결국 해수유통을 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새만금이 시화호의 전철을 밟게 될지, 우려를 딛고 성공한 담수호로 자리 잡을지는 사실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수중 영상을 본 네티즌들도 "수질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당장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미 20년 넘게 끌어온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는 게 급하다"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맞섰습니다. 새만금의 '차디찬 물'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영상편집:김동균/그래픽: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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