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민의보다 자리싸움…경남 지방의회 ‘넉 달째’ 공전

입력 2020.11.03 (19:24) 수정 2020.11.0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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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려고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취재하고 준비하는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간입니다.

민선 8기 지방의회 후반기가 지난 7월 시작됐죠.

하지만 일부 의회는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공전을 거듭하는 경남의 지방의회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민의의 전당이라는 지방의회.

하지만 민의를 대변하기보다 자리싸움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급기야 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끼리 물리적 충돌을 빚거나 양보와 타협으로 정치가 이뤄져야 할 의회의 일을 법원의 결정에 맡기는 일도 벌어집니다.

경남의 자치의회, 민의는 실종되고 갈등만 거듭합니다.

경상남도의회 본회의장.

단상 위에서 의원들끼리 고성을 지르며 승강이를 벌입니다.

깃대가 휘청일 정도로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때리겠다 이 사람아. (미니까 그러지.)"]

이때 장규석 부의장이 승강이가 벌어지는 반대쪽으로 단상이 올라가려고 하자, 다른 의원이 막아서면서 장 부의장과 부딪히고 맙니다.

["뭐하는 짓이야 이게. (뭐하는 짓이라니.)"]

이 같은 고성과 몸싸움에 맞고소가 지금 경남도의회의 모습입니다.

갈등의 발단은 민선 8기 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

도의회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내부 경선으로 의장 후보를 결정했지만, 내부 경선을 거치지 않은 김하용 의원이 출마해 의장에 당선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은 내부경선 후보가 의장선거에서 떨어진 건 국민의힘이 합의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민의 힘은 자신들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며 민주당의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합니다.

[이정훈/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 "의석수로 볼 때 우리당에서 100% 다 찍어 줬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무소속, 민주당 포함해서 최소 10표는 이렇게 동참이 되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우리당이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의문입니다."]

선거 이후 김하용 의장과 장규석 부의장은 당론을 어겼다며 민주당에서 제명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의사를 주재하는 의장단에 막히면서 파행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송오성/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사회자로서 원만하게 진행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의장이 의장의 생각을 가지고 의회를 운영하게 되면 결국은 의장의 독단이 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의회의 민주주의 자체가 지금 훼손된 상황이다."]

양산시의회 역시 거대 양당이 의장 선거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측에서 의장을 배출했지만, 이후 민주당에서 출당조치 된 의원이 국민의힘과 같이하면서 의장이 불신임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임정섭/양산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 "○○○ 의원이 경선결과에 불복해서 나는 국민의힘 당의 힘을 빌려 가지고 국민의힘당에 모든 의석 위원장을 다 주고 의장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합의, 사전 모의를 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보험을 들어놓고 의장 경선에 참여한 거라고 밖에 판단이 안 됩니다."]

반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당내 경선 결과에 대한 불복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사정이라는 입장입니다.

집안 단속을 못 해 소속 의원을 내친 민주당에서 내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린다는 겁니다.

[이상정/양산시의회 부의장/국민의힘 : "사전의 근본 원인은 더불어 민주당 양산시 의회 의원 상호 간의 내분으로 인해 출발한 어떤 파행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겁니다."]

법원이 양산시의회 의장 불신임안의 효력을 중지시키면서 임 의장은 직무에 복귀했지만, 강경대응을 시사하면서 양당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함안군의회도 의장 선출을 놓고 내홍이 벌어져 법원으로까지 일이 번졌습니다.

팽팽한 선거전에서 국민의힘 소속 감표 위원이 민주당 의원들의 담함이 의심된다며 일부 표를 무효로 처리한 겁니다.

[이관맹/함안군의회 의원/국민의힘 : "그날 제가 이의 제기를 통해서 그날 결정을 못 내리고 차후 임시회를 통해서 투표용지를 확인한 결과 왼쪽 위와 왼쪽 아래에 반복적으로 투표된 기표 두 장의 투표용지는 무효표 처리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의힘 후보가 의장에 당선됐고, 민주당 쪽에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천시의회는 후반기 원 구성은 마쳤지만, 쌓인 앙금으로 갈등을 거듭했습니다.

의원들 사이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면서 동료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피소된 의원은 회의에 불참하면서 의회운영이 중단된 상탭니다.

[이삼수/사천시의회 의장/국민의힘 : "본 회의에 운영위원회 위원 교체 안건을 상정시키겠다. 교체해서라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반기 원 구성에서 진주와 김해 등 다른 자치의회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의장단 선거와 원 구성을 놓고 여러 잡음이 있어 왔습니다.

다만 이전의 잡음이 개인의 자리 욕심이 원인이었다면 이번엔 개인에 더한 정당끼리 갈등으로 해소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방자치가 지날수록 성숙해지기보다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는 지방의회.

과연 누구를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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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민의보다 자리싸움…경남 지방의회 ‘넉 달째’ 공전
    • 입력 2020-11-03 19:24:07
    • 수정2020-11-03 19: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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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려고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취재하고 준비하는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간입니다.

민선 8기 지방의회 후반기가 지난 7월 시작됐죠.

하지만 일부 의회는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공전을 거듭하는 경남의 지방의회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민의의 전당이라는 지방의회.

하지만 민의를 대변하기보다 자리싸움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급기야 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끼리 물리적 충돌을 빚거나 양보와 타협으로 정치가 이뤄져야 할 의회의 일을 법원의 결정에 맡기는 일도 벌어집니다.

경남의 자치의회, 민의는 실종되고 갈등만 거듭합니다.

경상남도의회 본회의장.

단상 위에서 의원들끼리 고성을 지르며 승강이를 벌입니다.

깃대가 휘청일 정도로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때리겠다 이 사람아. (미니까 그러지.)"]

이때 장규석 부의장이 승강이가 벌어지는 반대쪽으로 단상이 올라가려고 하자, 다른 의원이 막아서면서 장 부의장과 부딪히고 맙니다.

["뭐하는 짓이야 이게. (뭐하는 짓이라니.)"]

이 같은 고성과 몸싸움에 맞고소가 지금 경남도의회의 모습입니다.

갈등의 발단은 민선 8기 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거.

도의회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내부 경선으로 의장 후보를 결정했지만, 내부 경선을 거치지 않은 김하용 의원이 출마해 의장에 당선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민주당은 내부경선 후보가 의장선거에서 떨어진 건 국민의힘이 합의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국민의 힘은 자신들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며 민주당의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합니다.

[이정훈/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 : "의석수로 볼 때 우리당에서 100% 다 찍어 줬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무소속, 민주당 포함해서 최소 10표는 이렇게 동참이 되어야 하는데 어찌하여 우리당이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의문입니다."]

선거 이후 김하용 의장과 장규석 부의장은 당론을 어겼다며 민주당에서 제명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의사를 주재하는 의장단에 막히면서 파행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송오성/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사회자로서 원만하게 진행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의장이 의장의 생각을 가지고 의회를 운영하게 되면 결국은 의장의 독단이 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의회의 민주주의 자체가 지금 훼손된 상황이다."]

양산시의회 역시 거대 양당이 의장 선거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다수당이었던 민주당 측에서 의장을 배출했지만, 이후 민주당에서 출당조치 된 의원이 국민의힘과 같이하면서 의장이 불신임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임정섭/양산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 "○○○ 의원이 경선결과에 불복해서 나는 국민의힘 당의 힘을 빌려 가지고 국민의힘당에 모든 의석 위원장을 다 주고 의장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합의, 사전 모의를 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보험을 들어놓고 의장 경선에 참여한 거라고 밖에 판단이 안 됩니다."]

반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당내 경선 결과에 대한 불복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사정이라는 입장입니다.

집안 단속을 못 해 소속 의원을 내친 민주당에서 내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린다는 겁니다.

[이상정/양산시의회 부의장/국민의힘 : "사전의 근본 원인은 더불어 민주당 양산시 의회 의원 상호 간의 내분으로 인해 출발한 어떤 파행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겁니다."]

법원이 양산시의회 의장 불신임안의 효력을 중지시키면서 임 의장은 직무에 복귀했지만, 강경대응을 시사하면서 양당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함안군의회도 의장 선출을 놓고 내홍이 벌어져 법원으로까지 일이 번졌습니다.

팽팽한 선거전에서 국민의힘 소속 감표 위원이 민주당 의원들의 담함이 의심된다며 일부 표를 무효로 처리한 겁니다.

[이관맹/함안군의회 의원/국민의힘 : "그날 제가 이의 제기를 통해서 그날 결정을 못 내리고 차후 임시회를 통해서 투표용지를 확인한 결과 왼쪽 위와 왼쪽 아래에 반복적으로 투표된 기표 두 장의 투표용지는 무효표 처리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의힘 후보가 의장에 당선됐고, 민주당 쪽에서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천시의회는 후반기 원 구성은 마쳤지만, 쌓인 앙금으로 갈등을 거듭했습니다.

의원들 사이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면서 동료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피소된 의원은 회의에 불참하면서 의회운영이 중단된 상탭니다.

[이삼수/사천시의회 의장/국민의힘 : "본 회의에 운영위원회 위원 교체 안건을 상정시키겠다. 교체해서라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반기 원 구성에서 진주와 김해 등 다른 자치의회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도 의장단 선거와 원 구성을 놓고 여러 잡음이 있어 왔습니다.

다만 이전의 잡음이 개인의 자리 욕심이 원인이었다면 이번엔 개인에 더한 정당끼리 갈등으로 해소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방자치가 지날수록 성숙해지기보다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는 지방의회.

과연 누구를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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