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국’ 키움 러셀 “내 형제, 김하성의 빅리그 도전이 기대돼!”
입력 2020.11.04 (10: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키움의 외국인 선수 에디슨 러셀이 오늘(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났다. 러셀은 가족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로 돌아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다시 개인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키움과는 '예정된 이별'이다. 러셀은 지난 6월,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키움과 계약했다. 애초 한국 진출 자체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한 '쇼케이스'였다.
러셀은 지난해 개인사와 부상 등으로 시카고 컵스로부터 방출됐다. 계약 당시 코로나 사태로 메이저리그 시즌 진행이 불투명해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평상시라면 한국에 올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에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역대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는 컸다. 가정 폭력 전력으로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러셀은 지난 7월 28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4타수 2안타 2타점의 준수한 활약. 이후 러셀은 8월까지 3할 타율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9월 들어 타율이 1할대로 추락했고, 급기야 수비까지 흔들렸다. 러셀은 정규시즌 막바지 대타 요원으로 전락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역시 대타로 나와 3타수 무안타. '그래도 가을야구에서는 해주겠지.'라는 기대를 무너뜨린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해할 수 없는 부진에 대해 동료들은 '향수병'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막바지 KBS와의 인터뷰에서 "러셀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가족들이 한국에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힘들어하고 있어 경기 외적으로 더 도와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전처와 결별한 러셀은 현재 아내와 자녀 한 명을 두고 있다. 한국행 결정이 워낙 늦었고,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가족 없이 국내에서 홀로 지냈다. 어린아이의 경우 여권 발급에 석 달 이상 걸리고, 자가 격리 기간까지 포함하면 굳이 가족까지 한국에 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러셀의 전담 통역을 맡았던 키움 허승필 매니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허 매니저는 "러셀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초반 2~3주 동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부진이 이어진다. 정작 러셀은 초반에 잘하다가 나중에 성적이 나빠졌다. 9월 들어 향수병 때문에 경기력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허 매니저는 2013년부터 외국인 선수 업무를 전담해 왔다. 지난 7월 러셀이 입국한 이후 경기도 양평에서 자가격리 기간을 함께 보냈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러셀을 도우며 함께 생활했다.
러셀 본인도 외로움을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러셀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데 가족도 곁에 없어 외로웠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러셀은 또, 마치 형제같이 지냈던 김하성의 미국행에 응원을 보냈다. 러셀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며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러셀과의 일문일답.
-9월부터 갑작스럽게 성적이 나빠진 이유는?
선수 생활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2013년이다. 당시 개막 후 두 달 동안 타율 1할대로 허덕였는데, 이후 만회해 2할 6푼 9리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부진이었다.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9개월 동안 경기감각이 없었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자가격리 해제 후, 팀에 합류했을 때 이제 막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느낌이었다.
-국내에서 혼자 지낸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아침, 밤에 화상채팅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팀 동료들과 프런트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가족의 빈자리는 어쩔 수 없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강점인 수비도 문제로 지적됐는데?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다만, 시즌 도중 합류해 팀 전술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과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라운드 잔디 환경이 미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 경험해 본 KBO리그의 수준은?
전체적인 팀 측면에서는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개개인은 신체적인 측면에서 빅리그 선수들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 그 선수들이 모여 구성된 팀 측면에서는 메이저리그팀 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료들과 어떻게 작별했는지?
동료들과 서로 격려하는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시즌 내내 많은 격려와 지원을 받았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잊지 못할 동료들이다. 특히, 박병호와 김하성, 이정후는 형제 같았다. 내년에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TV를 통해 응원하고, SNS로 연락하기로 했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기대된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대해 몇 차례 물었을 때 진심으로 조언했던 기억이 있다. 그가 보여준 긍정적인 생각, 도전 정신, 강한 경쟁심과 함께 자신의 기량을 더하면 우수한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나 역시 김하성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한국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과 한국 야구를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구단과 팀 동료들,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기대했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야구가 역시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늘 출국’ 키움 러셀 “내 형제, 김하성의 빅리그 도전이 기대돼!”
-
- 입력 2020-11-04 10:42:11
프로야구 키움의 외국인 선수 에디슨 러셀이 오늘(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났다. 러셀은 가족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로 돌아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계약 문제는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다시 개인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키움과는 '예정된 이별'이다. 러셀은 지난 6월,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키움과 계약했다. 애초 한국 진출 자체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한 '쇼케이스'였다.
러셀은 지난해 개인사와 부상 등으로 시카고 컵스로부터 방출됐다. 계약 당시 코로나 사태로 메이저리그 시즌 진행이 불투명해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평상시라면 한국에 올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에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역대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는 컸다. 가정 폭력 전력으로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실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러셀은 지난 7월 28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4타수 2안타 2타점의 준수한 활약. 이후 러셀은 8월까지 3할 타율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9월 들어 타율이 1할대로 추락했고, 급기야 수비까지 흔들렸다. 러셀은 정규시즌 막바지 대타 요원으로 전락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역시 대타로 나와 3타수 무안타. '그래도 가을야구에서는 해주겠지.'라는 기대를 무너뜨린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해할 수 없는 부진에 대해 동료들은 '향수병'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박병호는 정규시즌 막바지 KBS와의 인터뷰에서 "러셀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가족들이 한국에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힘들어하고 있어 경기 외적으로 더 도와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전처와 결별한 러셀은 현재 아내와 자녀 한 명을 두고 있다. 한국행 결정이 워낙 늦었고,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가족 없이 국내에서 홀로 지냈다. 어린아이의 경우 여권 발급에 석 달 이상 걸리고, 자가 격리 기간까지 포함하면 굳이 가족까지 한국에 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러셀의 전담 통역을 맡았던 키움 허승필 매니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허 매니저는 "러셀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초반 2~3주 동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부진이 이어진다. 정작 러셀은 초반에 잘하다가 나중에 성적이 나빠졌다. 9월 들어 향수병 때문에 경기력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허 매니저는 2013년부터 외국인 선수 업무를 전담해 왔다. 지난 7월 러셀이 입국한 이후 경기도 양평에서 자가격리 기간을 함께 보냈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러셀을 도우며 함께 생활했다.
러셀 본인도 외로움을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러셀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데 가족도 곁에 없어 외로웠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러셀은 또, 마치 형제같이 지냈던 김하성의 미국행에 응원을 보냈다. 러셀은 메이저리그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며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러셀과의 일문일답.
-9월부터 갑작스럽게 성적이 나빠진 이유는?
선수 생활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2013년이다. 당시 개막 후 두 달 동안 타율 1할대로 허덕였는데, 이후 만회해 2할 6푼 9리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부진이었다.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9개월 동안 경기감각이 없었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자가격리 해제 후, 팀에 합류했을 때 이제 막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느낌이었다.
-국내에서 혼자 지낸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아침, 밤에 화상채팅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팀 동료들과 프런트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가족의 빈자리는 어쩔 수 없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
-강점인 수비도 문제로 지적됐는데?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다만, 시즌 도중 합류해 팀 전술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과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라운드 잔디 환경이 미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 경험해 본 KBO리그의 수준은?
전체적인 팀 측면에서는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개개인은 신체적인 측면에서 빅리그 선수들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 그 선수들이 모여 구성된 팀 측면에서는 메이저리그팀 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료들과 어떻게 작별했는지?
동료들과 서로 격려하는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시즌 내내 많은 격려와 지원을 받았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잊지 못할 동료들이다. 특히, 박병호와 김하성, 이정후는 형제 같았다. 내년에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TV를 통해 응원하고, SNS로 연락하기로 했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기대된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대해 몇 차례 물었을 때 진심으로 조언했던 기억이 있다. 그가 보여준 긍정적인 생각, 도전 정신, 강한 경쟁심과 함께 자신의 기량을 더하면 우수한 경기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나 역시 김하성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한국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과 한국 야구를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구단과 팀 동료들,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기대했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야구가 역시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
-
강재훈 기자 bahn@kbs.co.kr
강재훈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