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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5살 장애아 130여대 때린 교사, 징계는?
입력 2020.11.07 (08:00) 수정 2020.11.07 (08:00) 취재후

학대 피해 아동의 머리에 난 상처.

■언어치료실에서 '교육' 대신 '학대'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언어치료실.
경남 사천의 유일한 장애아전담어린이집에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21일 오후, 이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에는 교육하는 모습이 아닌 학대 장면이 찍혔습니다. 뇌병변 장애 2급인 5살 A군은 이곳에서 보육교사한테 최소 30대 이상 맞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먹으로 수십 대를 맞고 스테인리스 컵으로도 머리를 4대나 맞은 A군은 울고 있었지만, 교사는 학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A군의 어머니가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서 폐쇄회로TV 영상을 통해 확인한 보육교사의 학대 장면입니다. A군의 어머니는 가해 교사가 학대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보육교사가 A군의 손등을 때리는 모습.

■일상이 된 학대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15일까지 녹화된 이 장애아전담어린이집의 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A군은 보육교사 한 명으로부터 130여 대를 맞았습니다. 한 달여 동안 이어진 학대는 12차례에 걸쳐 일어났는데,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오전부터 오후까지 4번에 걸쳐 학대한 정황도 이틀이나 발견됐습니다. 온종일 학대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겁니다. 추가로 취재하던 중 다른 보육교사가 또 다른 어린이의 머리를 손가락을 튕겨서 때리거나 물 묻은 손을 털어 어린이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장면도 확인했습니다. 이 어린이는 머리를 맞기 전 해당 교사가 자신을 향해 손을 들었을 뿐인데 머리를 감싸 쥐는 행동도 보였습니다. 이번 폭력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게 의심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더욱이 녹화된 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주변에 있던 다른 교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혼이 나고 맞아도 가해 교사를 막지 않았습니다. 아동기관 종사자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아동복지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동 학대가 일상이 된 게 아닌지 우려됐습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행정처분은 불과 자격정지 6개월?

사천시는 관련 보도 이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하고, A군을 때린 교사에게도 이달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행정처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포털 누리집에 등록된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130여 대를 때리고도 교사는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는 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누구나 행정처분이 약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아동학대가 인정되면 자격정지 2년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에게 중대한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한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사천시는 이보다 더 낮은 기준인 '비위생적인 급식을 제공하거나 영유아 안전 보호를 태만히 하여 영유아에게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를 적용해 6개월 정직처분을 내렸습니다. 사천시는 학대가 '중대한'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학대가 심하더라도 '중대한' 손해를 입히지 않으면 행정처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행정처분이 약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징계 재검토 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는 손해, 정신적 고통,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까지도 중대한 손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을 받더라도 형사처벌은 3.3%

행정처분도 문제이지만, 법원의 판결도 약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모두 3만 45건입니다.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고소,고발 등의 사건 처리 조치를 취한 것은 만 998건입니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은 361건, 3.3%에 불과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논란이 될 때마다 아동학대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피해아동의 학부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촉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번 장애아동 학대 사건을 접하고 성명서를 냈습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인 보육기관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과 학대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피의자 처벌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장애아전담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등 정책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무엇보다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뇌병변 장애아동을 이해하는 자세가 이번과 같은 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의사소통 전문가를 배치하거나 보육교사가 의사소통 기술을 배워 장애아동을 보살펴야 한다는 게 학대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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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대 때렸는데…고작 ‘자격 정지 6개월’
  • [취재후] 5살 장애아 130여대 때린 교사, 징계는?
    • 입력 2020-11-07 08:00:52
    • 수정2020-11-07 08:00:57
    취재후

학대 피해 아동의 머리에 난 상처.

■언어치료실에서 '교육' 대신 '학대'

언어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언어치료실.
경남 사천의 유일한 장애아전담어린이집에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8월 21일 오후, 이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에는 교육하는 모습이 아닌 학대 장면이 찍혔습니다. 뇌병변 장애 2급인 5살 A군은 이곳에서 보육교사한테 최소 30대 이상 맞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먹으로 수십 대를 맞고 스테인리스 컵으로도 머리를 4대나 맞은 A군은 울고 있었지만, 교사는 학대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A군의 어머니가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서 폐쇄회로TV 영상을 통해 확인한 보육교사의 학대 장면입니다. A군의 어머니는 가해 교사가 학대 이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보육교사가 A군의 손등을 때리는 모습.

■일상이 된 학대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15일까지 녹화된 이 장애아전담어린이집의 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A군은 보육교사 한 명으로부터 130여 대를 맞았습니다. 한 달여 동안 이어진 학대는 12차례에 걸쳐 일어났는데,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오전부터 오후까지 4번에 걸쳐 학대한 정황도 이틀이나 발견됐습니다. 온종일 학대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겁니다. 추가로 취재하던 중 다른 보육교사가 또 다른 어린이의 머리를 손가락을 튕겨서 때리거나 물 묻은 손을 털어 어린이의 얼굴에 물을 뿌리는 장면도 확인했습니다. 이 어린이는 머리를 맞기 전 해당 교사가 자신을 향해 손을 들었을 뿐인데 머리를 감싸 쥐는 행동도 보였습니다. 이번 폭력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게 의심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더욱이 녹화된 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주변에 있던 다른 교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혼이 나고 맞아도 가해 교사를 막지 않았습니다. 아동기관 종사자들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아동복지법에 규정돼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동 학대가 일상이 된 게 아닌지 우려됐습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행정처분은 불과 자격정지 6개월?

사천시는 관련 보도 이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하고, A군을 때린 교사에게도 이달에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행정처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포털 누리집에 등록된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130여 대를 때리고도 교사는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는 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누구나 행정처분이 약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아동학대가 인정되면 자격정지 2년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에게 중대한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한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사천시는 이보다 더 낮은 기준인 '비위생적인 급식을 제공하거나 영유아 안전 보호를 태만히 하여 영유아에게 생명·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를 적용해 6개월 정직처분을 내렸습니다. 사천시는 학대가 '중대한'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학대가 심하더라도 '중대한' 손해를 입히지 않으면 행정처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행정처분이 약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징계 재검토 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는 손해, 정신적 고통,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까지도 중대한 손해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을 받더라도 형사처벌은 3.3%

행정처분도 문제이지만, 법원의 판결도 약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은 모두 3만 45건입니다.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고소,고발 등의 사건 처리 조치를 취한 것은 만 998건입니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건은 361건, 3.3%에 불과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논란이 될 때마다 아동학대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피해아동의 학부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촉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번 장애아동 학대 사건을 접하고 성명서를 냈습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인 보육기관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과 학대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피의자 처벌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장애아전담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등 정책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무엇보다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뇌병변 장애아동을 이해하는 자세가 이번과 같은 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의사소통 전문가를 배치하거나 보육교사가 의사소통 기술을 배워 장애아동을 보살펴야 한다는 게 학대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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