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셋째아이 성별을 따진다고요?…국가성평등지수, 10년 만에 바뀐다

입력 2020.11.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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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하는 남녀의 비율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평등한 상태일까요?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여성 육아휴직 비율의 10%만 돼도 '완전 평등 상태'로 볼 수 있을까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 기준은 지난 2009년 '국가성평등지수'가 만들어질 당시 실제 기준 중 하나입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우리나라의 성 평등 실태와 개선 정도, 성 불평등 정도가 높은 분야와 그 원인을 파악할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리고 이후 10년 넘게 지표체계에 큰 변화 없이 유지됐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일부 지표가 최근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지난해부터 개편안을 준비했습니다.

■ '셋째 아이 이상 출생 성비' 삭제…'경력단절 여성 비율' 지표 추가
오늘(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선 '국가성평등지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성 평등, 통계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그간 진행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국가성평등지수 개편과 활용 방향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였습니다.


발제를 맡은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 평등 실현을 위한 3대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동등한 권한', '자원의 동등한 접근', '평등한 관계'입니다. 이는 의사결정, 노동, 교육, 소득 등 7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먼저, 노동과 교육 등의 영역에서 노동시장 참여나 임금 같은 '양적 성취'뿐 아니라 노동시장 분절, 경력단절 현상, 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비율 등 '질적 측면'을 측정하는 신규 지표가 포함됐습니다.

또 '돌봄'을 신규 영역으로 편성했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된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나 가족관계 만족도 성비 같은 지표는 삭제됐습니다. 남아 선호가 강했던 과거에선 셋째 아이가 남성인 경우가 많았지만, 더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미 1994년에 첫째 아이는 자연 출생성비인 1.06에 도달했고, 셋째 아이도 107.4로 낮아졌으며, 출산율이 1.0을 밑도는 저출산 시대에 셋째 아이의 성비를 지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설된 '젠더 의식'…"남녀 모두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져"
성 평등 의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지수체계 안에서 처음으로 설정된 '젠더 의식'도 있습니다. 최근 성 평등에서 주관적 의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부터 대중매체, 온라인까지 성별 고정관념과 혐오표현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데 따른 겁니다.

이 영역은 두 문항, '성별분업 태도'와 '모성 태도'로 측정됩니다. 성별분업 태도는 '남자가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과, 여자가 할 일은 가정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개념을, 모성 태도는 '여성은 자신의 직장 생활보다는 어린 자녀를 돌보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재선 박사는 이 지표에 대해 "남녀 간 차이를 비교해서 나오는 격차를 성 불평등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남녀 각각의 '수준'을 살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격차가 줄었다고 해도 성 평등의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된 것과는 별개일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두 지표는 최근 성별 차이가 크게 없고, 오히려 젠더 의식 수준이 남녀 모두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성폭력 피해율 여성이 2.5배 높아 …"여성 폭력에 대한 공식 통계 필요"
연구진은 개편되는 국가성평등지수에 포함한 내용 외에도, 후속 논의도 제안했습니다. '여성폭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과거 지표에선 성 평등을 평가할 때 전반적 안전의식과 강력범죄 피해자 성비만으로 측정됐습니다. 연구진은 여성 폭력의 여러 유형을 면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표를 새로 내놨습니다.


연구진은 5개 영역, 12개 지표를 기준으로 현재 이용할 수 있는 통계를 활용해 시범 분석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여성이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가"를 보는 만연성 개념을 살펴봤습니다. 평생 성폭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2.2%로, 여성이 46.2%, 남성이 18.7%였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2.5배 높은 피해율을 보인 겁니다. 성폭력 유형 중 신체적 폭력만으로 대상을 좁히면 여성은 21.3%, 남성은 1.2%로 그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제시하며, 여성 폭력에 대한 공식 통계 생산을 위해 검찰청, 경찰청, 법원 등 사법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 폭력 영역을 성평등 지수에 반영할 건지, 별도의 지수 체계로 유지할 건지에 대한 후속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국가성평등지수 개편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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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셋째아이 성별을 따진다고요?…국가성평등지수, 10년 만에 바뀐다
    • 입력 2020-11-09 17:03:00
    취재K

육아휴직을 하는 남녀의 비율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평등한 상태일까요?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여성 육아휴직 비율의 10%만 돼도 '완전 평등 상태'로 볼 수 있을까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 기준은 지난 2009년 '국가성평등지수'가 만들어질 당시 실제 기준 중 하나입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우리나라의 성 평등 실태와 개선 정도, 성 불평등 정도가 높은 분야와 그 원인을 파악할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리고 이후 10년 넘게 지표체계에 큰 변화 없이 유지됐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일부 지표가 최근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지난해부터 개편안을 준비했습니다.

■ '셋째 아이 이상 출생 성비' 삭제…'경력단절 여성 비율' 지표 추가
오늘(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선 '국가성평등지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성 평등, 통계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그간 진행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국가성평등지수 개편과 활용 방향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는 자리였습니다.


발제를 맡은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 평등 실현을 위한 3대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동등한 권한', '자원의 동등한 접근', '평등한 관계'입니다. 이는 의사결정, 노동, 교육, 소득 등 7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먼저, 노동과 교육 등의 영역에서 노동시장 참여나 임금 같은 '양적 성취'뿐 아니라 노동시장 분절, 경력단절 현상, 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비율 등 '질적 측면'을 측정하는 신규 지표가 포함됐습니다.

또 '돌봄'을 신규 영역으로 편성했습니다.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된 셋째 아이 이상 출생성비나 가족관계 만족도 성비 같은 지표는 삭제됐습니다. 남아 선호가 강했던 과거에선 셋째 아이가 남성인 경우가 많았지만, 더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미 1994년에 첫째 아이는 자연 출생성비인 1.06에 도달했고, 셋째 아이도 107.4로 낮아졌으며, 출산율이 1.0을 밑도는 저출산 시대에 셋째 아이의 성비를 지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설된 '젠더 의식'…"남녀 모두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져"
성 평등 의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지수체계 안에서 처음으로 설정된 '젠더 의식'도 있습니다. 최근 성 평등에서 주관적 의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부터 대중매체, 온라인까지 성별 고정관념과 혐오표현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데 따른 겁니다.

이 영역은 두 문항, '성별분업 태도'와 '모성 태도'로 측정됩니다. 성별분업 태도는 '남자가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과, 여자가 할 일은 가정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개념을, 모성 태도는 '여성은 자신의 직장 생활보다는 어린 자녀를 돌보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재선 박사는 이 지표에 대해 "남녀 간 차이를 비교해서 나오는 격차를 성 불평등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남녀 각각의 '수준'을 살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격차가 줄었다고 해도 성 평등의 전체적인 수준이 향상된 것과는 별개일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두 지표는 최근 성별 차이가 크게 없고, 오히려 젠더 의식 수준이 남녀 모두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성폭력 피해율 여성이 2.5배 높아 …"여성 폭력에 대한 공식 통계 필요"
연구진은 개편되는 국가성평등지수에 포함한 내용 외에도, 후속 논의도 제안했습니다. '여성폭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과거 지표에선 성 평등을 평가할 때 전반적 안전의식과 강력범죄 피해자 성비만으로 측정됐습니다. 연구진은 여성 폭력의 여러 유형을 면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표를 새로 내놨습니다.


연구진은 5개 영역, 12개 지표를 기준으로 현재 이용할 수 있는 통계를 활용해 시범 분석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여성이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가"를 보는 만연성 개념을 살펴봤습니다. 평생 성폭력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2.2%로, 여성이 46.2%, 남성이 18.7%였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2.5배 높은 피해율을 보인 겁니다. 성폭력 유형 중 신체적 폭력만으로 대상을 좁히면 여성은 21.3%, 남성은 1.2%로 그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제시하며, 여성 폭력에 대한 공식 통계 생산을 위해 검찰청, 경찰청, 법원 등 사법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이 폭력 영역을 성평등 지수에 반영할 건지, 별도의 지수 체계로 유지할 건지에 대한 후속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국가성평등지수 개편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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