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 재편론’에 국민의힘 “하긴 해야되는데…”

입력 2020.11.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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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야권 재편' 카드, 호응 얻는 듯했으나...

지난 6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야권 재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안 대표는 야권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연단에서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다가는 내년 보궐선거도 승산이 낮다"며 "저 나름대로 생각한 유일한 결론이 야권 재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야권 재편'에 이어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의 가능성까지 내다봤습니다. 안 대표는 국민미래포럼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른바 '혁신 플랫폼'의 하나로 새로운 정당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대'는 좋은데 '신당 창당'은 "글쎄.."

안 대표의 범야권 연대 제안에 국민의힘에서도 호응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오늘(9일) 자신의 SNS에 "정치권력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동한다. 지금은 튕겨 나가려는 원심력보다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더 필요한 때"라며 연대에 힘을 실었습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오늘 자신의 SNS에 "우리끼리 정치한다고 국민들이 쳐다봐 주시지 않는다"며 "야권 전체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오로지 혁신과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할 때"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는 "무리수"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늘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바깥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거나 그런 정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도 "안 대표가 주장하는 새로운 창당이라든지 혁신형 플랫폼이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에게 긍정적이었던 초선 의원들도 "신당 창당은 뜬금없다"며 갸우뚱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와 힘을 합쳐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지금 신당을 창당하자는 건 시기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 대표에게 호의적이었던 다른 초선 의원도 KBS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으로서 자강론이란 게 필요하고, 내부 개혁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걸 흔들고 (당을) 나가겠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한다"며 안 대표가 성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교수는 자신의 SNS에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와 범야권 후보 선출을 고민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신당 창당을 거론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뜬금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썼습니다.


한발 물러선 안 대표 "느슨한 연대에서 신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존재"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지난 6일 던진 '야권 재편' 카드가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하니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지난 포럼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니 뒤늦게 '신당 창당'으로 불쏘시개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안 대표도 '수습 모드'에 들어선 모양새입니다. 안 대표는 오늘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후 신당 창당의 방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혁신플랫폼을 말씀드린 것은 범야권의 공동노력 없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그런 절박감 때문이었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면서, "(야권 재편이라는) 혁신 플랫폼의 스펙트럼은 다양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안 대표는 오늘 오후에는 국민미래포럼을 주최했던 국민의힘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신당 창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했습니다. 안 대표는 이 문자에서 "혁신 플랫폼은 느슨한 연대에서 새로운 당 형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다"라며 "저는 화두를 던진 것에 불과하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야권 지지자까지 포함한 집단 지성으로 좋은 방향이 잡히기를 기대한다"고 썼습니다. '신당 창당'이 논란이 되자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야권 연대' 이어질까

안 대표 발 '신당 창당론'은 일단 한차례 소동으로 넘어가면서, 국민의힘은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어떤 식으로든 연대해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합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어떤 과정을 거치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늘 주장해오던바"라며 "구체적 방법에 있어선 좀 더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너무 일찍 화두를 던진 것 같다"며 "이래가지고 야권 연대까지 불이 꺼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에서 원외 인사를 영입할 수 있는 경선 룰을 만들고 있는 만큼 '느슨한 연대'의 끈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민의당도 3석이라는 한계를 딛고 선거판을 주도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를 제외한 연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혁신과 야권 재편에 대해 고민 하셨던 분들, 그리고 여기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원님들 중심으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서 이번 주에 (야권 연대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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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9 19:23:25
    취재K

안철수 '야권 재편' 카드, 호응 얻는 듯했으나...

지난 6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야권 재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안 대표는 야권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연단에서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다가는 내년 보궐선거도 승산이 낮다"며 "저 나름대로 생각한 유일한 결론이 야권 재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야권 재편'에 이어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의 가능성까지 내다봤습니다. 안 대표는 국민미래포럼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른바 '혁신 플랫폼'의 하나로 새로운 정당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대'는 좋은데 '신당 창당'은 "글쎄.."

안 대표의 범야권 연대 제안에 국민의힘에서도 호응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오늘(9일) 자신의 SNS에 "정치권력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동한다. 지금은 튕겨 나가려는 원심력보다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더 필요한 때"라며 연대에 힘을 실었습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오늘 자신의 SNS에 "우리끼리 정치한다고 국민들이 쳐다봐 주시지 않는다"며 "야권 전체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오로지 혁신과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할 때"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는 "무리수"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늘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바깥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거나 그런 정당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도 "안 대표가 주장하는 새로운 창당이라든지 혁신형 플랫폼이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에게 긍정적이었던 초선 의원들도 "신당 창당은 뜬금없다"며 갸우뚱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와 힘을 합쳐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지금 신당을 창당하자는 건 시기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안 대표에게 호의적이었던 다른 초선 의원도 KBS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으로서 자강론이란 게 필요하고, 내부 개혁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걸 흔들고 (당을) 나가겠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한다"며 안 대표가 성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교수는 자신의 SNS에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단일화와 범야권 후보 선출을 고민하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신당 창당을 거론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뜬금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썼습니다.


한발 물러선 안 대표 "느슨한 연대에서 신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존재"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지난 6일 던진 '야권 재편' 카드가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하니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지난 포럼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하니 뒤늦게 '신당 창당'으로 불쏘시개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안 대표도 '수습 모드'에 들어선 모양새입니다. 안 대표는 오늘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후 신당 창당의 방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혁신플랫폼을 말씀드린 것은 범야권의 공동노력 없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그런 절박감 때문이었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면서, "(야권 재편이라는) 혁신 플랫폼의 스펙트럼은 다양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안 대표는 오늘 오후에는 국민미래포럼을 주최했던 국민의힘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신당 창당'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했습니다. 안 대표는 이 문자에서 "혁신 플랫폼은 느슨한 연대에서 새로운 당 형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 있다"라며 "저는 화두를 던진 것에 불과하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야권 지지자까지 포함한 집단 지성으로 좋은 방향이 잡히기를 기대한다"고 썼습니다. '신당 창당'이 논란이 되자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야권 연대' 이어질까

안 대표 발 '신당 창당론'은 일단 한차례 소동으로 넘어가면서, 국민의힘은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의 어떤 식으로든 연대해야 한다는 기류가 여전합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어떤 과정을 거치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늘 주장해오던바"라며 "구체적 방법에 있어선 좀 더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너무 일찍 화두를 던진 것 같다"며 "이래가지고 야권 연대까지 불이 꺼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에서 원외 인사를 영입할 수 있는 경선 룰을 만들고 있는 만큼 '느슨한 연대'의 끈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민의당도 3석이라는 한계를 딛고 선거판을 주도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를 제외한 연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혁신과 야권 재편에 대해 고민 하셨던 분들, 그리고 여기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원님들 중심으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서 이번 주에 (야권 연대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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