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프 강제추행 의혹…캠프도 경찰도 2차 가해

입력 2020.11.10 (19:31) 수정 2020.11.1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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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4·15 총선 당시, 경남의 한 선거 캠프 선대위에서 고문직을 맡았던 한 남성이 여성 자원봉사자를 강제 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선거 캠프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고, 경찰 수사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차주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13일,

경남의 한 지역구 캠프 선거대책위의 60대 고문이 40대 여성 자원봉사자 A씨를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습니다.

자원봉사자 A씨는 선거 운동 중이던 한낮에 평소 개인적 친분이 없던 고문이 차를 마시자고 해 카페에 갔다가 동의도 없이 주변 모텔로 차를 몰아 강제로 내리게 하려 했다고 말합니다.

[피해 여성 A씨/음성변조 : "(차를 사준다고 불러서) 상관들이 부르면 호출하면 가야 하거든요. 모텔 주차장으로 돌진하는 거죠. 보조석 문을 열고 팔을 잡아당기면서 내리라는 거예요. 내가 여기 왜 내립니까, 그랬거든요. 치욕감이 들어서..."]

해당 고문은 동의 없이 모텔에 데려간 것은 맞지만 일정이 생겨 돌아왔다며, 실랑이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선거캠프 선대위 고문/음성변조 : "(캠프 활동에서 A씨를) 처음 봤으니까. 그쪽에서 동의 안 한 걸로 알고 마침 가니까 (주변에 모텔이) 있어서... 안 원해서 들어갔다가 1분 만에 바로 나온 겁니다."]

A씨 측은 곧장 캠프 사무장에게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선거법상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 선대위는 선거사무소 내부 조직인데도, 캠프 측은 선거 사무소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책임질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선거캠프 사무장/음성변조 : "(당시) 선거도 이틀 남았으니까 악영향 미치지 말고 본인들끼리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라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선거 사무국에서 관여하는 것은 맞지도 않았을뿐더러..."]

성추행 조사에 미온적인 것은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신청한 신뢰관계자와 동석하게 해야 하지만, 경찰은 이유를 알리지 않고 피해자 혼자 조사받게 했습니다.

[피해자 신뢰관계자/음성변조 : "수사 시작 7분 정도. (경찰의) 나가라는 말이 거의 명령조로 들렸기 때문에 나간 거죠."]

경찰의 진술조사서를 보면 손잡은 내용을 묻는 것만 스무 차례가량!

가해자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직설적인 질문을 자제하도록 하는 경찰청 성폭력 표준 조사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피해 여성 A씨/음성변조 : "(경찰 조사관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질문하는 거죠. '손을 잡은 건 승인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하면서 취조하듯이."]

증거 확보도 부실했습니다.

가해자 요청한 카페와 길거리 폐쇄회로TV는 확보했지만, 피해자가 요청한 모텔 CCTV는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모텔 주차장 CCTV) 저장 기일이 지났다는 거죠, 6일 저장 기간이. 그래서 자료가 없다 이거죠. 피해자가 주장하는 거로 봐서는 그때 불안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사건이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자,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윤소영/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 : "경찰관이 앞에 보여준 태도나 언어, 행동을 봤을 때 피해자가 느끼는 것은 나를 믿지 못해서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인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일상의 언어, 태도, 행동에 대해서 교육받고..."]

A 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 항고를 제기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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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캠프 강제추행 의혹…캠프도 경찰도 2차 가해
    • 입력 2020-11-10 19:31:20
    • 수정2020-11-10 19:38:51
    뉴스7(창원)
[앵커]

지난 4·15 총선 당시, 경남의 한 선거 캠프 선대위에서 고문직을 맡았던 한 남성이 여성 자원봉사자를 강제 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선거 캠프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고, 경찰 수사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차주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13일,

경남의 한 지역구 캠프 선거대책위의 60대 고문이 40대 여성 자원봉사자 A씨를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습니다.

자원봉사자 A씨는 선거 운동 중이던 한낮에 평소 개인적 친분이 없던 고문이 차를 마시자고 해 카페에 갔다가 동의도 없이 주변 모텔로 차를 몰아 강제로 내리게 하려 했다고 말합니다.

[피해 여성 A씨/음성변조 : "(차를 사준다고 불러서) 상관들이 부르면 호출하면 가야 하거든요. 모텔 주차장으로 돌진하는 거죠. 보조석 문을 열고 팔을 잡아당기면서 내리라는 거예요. 내가 여기 왜 내립니까, 그랬거든요. 치욕감이 들어서..."]

해당 고문은 동의 없이 모텔에 데려간 것은 맞지만 일정이 생겨 돌아왔다며, 실랑이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선거캠프 선대위 고문/음성변조 : "(캠프 활동에서 A씨를) 처음 봤으니까. 그쪽에서 동의 안 한 걸로 알고 마침 가니까 (주변에 모텔이) 있어서... 안 원해서 들어갔다가 1분 만에 바로 나온 겁니다."]

A씨 측은 곧장 캠프 사무장에게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선거법상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 선대위는 선거사무소 내부 조직인데도, 캠프 측은 선거 사무소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어서 책임질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선거캠프 사무장/음성변조 : "(당시) 선거도 이틀 남았으니까 악영향 미치지 말고 본인들끼리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라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선거 사무국에서 관여하는 것은 맞지도 않았을뿐더러..."]

성추행 조사에 미온적인 것은 경찰 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신청한 신뢰관계자와 동석하게 해야 하지만, 경찰은 이유를 알리지 않고 피해자 혼자 조사받게 했습니다.

[피해자 신뢰관계자/음성변조 : "수사 시작 7분 정도. (경찰의) 나가라는 말이 거의 명령조로 들렸기 때문에 나간 거죠."]

경찰의 진술조사서를 보면 손잡은 내용을 묻는 것만 스무 차례가량!

가해자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직설적인 질문을 자제하도록 하는 경찰청 성폭력 표준 조사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피해 여성 A씨/음성변조 : "(경찰 조사관이) 가해자의 입장에서 질문하는 거죠. '손을 잡은 건 승인한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하면서 취조하듯이."]

증거 확보도 부실했습니다.

가해자 요청한 카페와 길거리 폐쇄회로TV는 확보했지만, 피해자가 요청한 모텔 CCTV는 확보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모텔 주차장 CCTV) 저장 기일이 지났다는 거죠, 6일 저장 기간이. 그래서 자료가 없다 이거죠. 피해자가 주장하는 거로 봐서는 그때 불안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사건이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자,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윤소영/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 : "경찰관이 앞에 보여준 태도나 언어, 행동을 봤을 때 피해자가 느끼는 것은 나를 믿지 못해서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인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일상의 언어, 태도, 행동에 대해서 교육받고..."]

A 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 항고를 제기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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