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통합? 두 지자체의 모순된 약속

입력 2020.11.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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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은 인구 2만 3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 지방자치단체입니다.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0.133으로 전국 1위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지자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군위군이 '대구광역시 편입'과 '대구 경북 행정통합' 두 이슈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 "군위군을 대구광역시로 편입"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지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던 지난 7월, 권영진 대구시장은 깜짝 제안을 했습니다.

군위군을 대구광역시로 편입하겠다는 겁니다. 지역 민심을 들으면서 대구 편입 의사를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내용을 담은 공동합의문이 작성됐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서명했습니다. 이행을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대구시장, 경북도지사가 직접 나서 지역 광역의원 대다수와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아냈습니다.

지난 7월 당시 공동합의문  지난 7월 당시 공동합의문

군위군민은 대체로 대구광역시 편입 찬성입니다. 경북 내 23개 시군 가운데 하나로 있으면서 여러 농촌 지자체와 함께 지원받느니, 대구의 9번째 기초지자체가 되는 게 지역 발전에 더 효과적이란 거죠.

실제 군위군의 행동도 재빨랐습니다. 공항 입지 절차가 대략 마무리된 8월 13일, 군위군은 즉시 편입 절차에 돌입해 군의회 보고를 진행했고, 18일에는 자치단체 관할구역 변경 건의를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제출했습니다.

공동합의문에 따라 이후 과정도 재빨리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말이죠.

■행정통합 되면 군위군 편입 무산?

하지만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합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입장은 '검토 중'입니다.

경상북도는 내년 상반기쯤, 6개월이 걸리는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그 결과에 따라 도의회 보고, 행정안전부 등의 후속 작업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대구시는 경북도와 속도를 맞춘다는 취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 구역을 바꾸는 일인 만큼 일정 부분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군위군민은 현재 진행 상황을 '시간 끌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치적으로 '편입'을 선언한 마당에, 용역 하느라 시간을 더 쓸 필요가 없다는 거죠.

대구시와 경북도로서는 편입 절차에 시간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구 경북 행정 통합 때문입니다.

현재 대구 경북에서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활동 중입니다.

내년 중으로 주민투표를 하고, 2022년 7월에는 통합한다는 시간표도 나와 있습니다. 만약 두 광역자치단체가 통합하게 된다면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사라지고 새로운 자치정부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군위군 입장에선, 군위군을 편입해 줄 대구광역시가 없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군위군민으로선 대구광역시민이 되는 줄 알고 공항 이전에 찬성했는데, 행정통합이 되면 그 이유가 원천적으로 사라지는 겁니다.

대구시와 경북도 입장에서는 어쩌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군위군 대구광역시 편입'에 속도를 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제안을 했고, 또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서명한 공동합의문은, 두 단체장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대구 경북 통합 논의 흐름 속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작은 지자체 주민들의 염원은 그냥 휩쓸려 가버릴까요.

대구 경북 통합 논의를 바라보는 군위군민들의 씁쓸함만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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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입? 통합? 두 지자체의 모순된 약속
    • 입력 2020-11-11 13:41:57
    취재K

경북 군위군은 인구 2만 3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 지방자치단체입니다.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0.133으로 전국 1위인 곳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지자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군위군이 '대구광역시 편입'과 '대구 경북 행정통합' 두 이슈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 "군위군을 대구광역시로 편입"

대구 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지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던 지난 7월, 권영진 대구시장은 깜짝 제안을 했습니다.

군위군을 대구광역시로 편입하겠다는 겁니다. 지역 민심을 들으면서 대구 편입 의사를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내용을 담은 공동합의문이 작성됐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서명했습니다. 이행을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대구시장, 경북도지사가 직접 나서 지역 광역의원 대다수와 국회의원의 서명을 받아냈습니다.

지난 7월 당시 공동합의문
군위군민은 대체로 대구광역시 편입 찬성입니다. 경북 내 23개 시군 가운데 하나로 있으면서 여러 농촌 지자체와 함께 지원받느니, 대구의 9번째 기초지자체가 되는 게 지역 발전에 더 효과적이란 거죠.

실제 군위군의 행동도 재빨랐습니다. 공항 입지 절차가 대략 마무리된 8월 13일, 군위군은 즉시 편입 절차에 돌입해 군의회 보고를 진행했고, 18일에는 자치단체 관할구역 변경 건의를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제출했습니다.

공동합의문에 따라 이후 과정도 재빨리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말이죠.

■행정통합 되면 군위군 편입 무산?

하지만 이후 논의는 지지부진합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입장은 '검토 중'입니다.

경상북도는 내년 상반기쯤, 6개월이 걸리는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그 결과에 따라 도의회 보고, 행정안전부 등의 후속 작업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대구시는 경북도와 속도를 맞춘다는 취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행정 구역을 바꾸는 일인 만큼 일정 부분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군위군민은 현재 진행 상황을 '시간 끌기'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치적으로 '편입'을 선언한 마당에, 용역 하느라 시간을 더 쓸 필요가 없다는 거죠.

대구시와 경북도로서는 편입 절차에 시간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구 경북 행정 통합 때문입니다.

현재 대구 경북에서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활동 중입니다.

내년 중으로 주민투표를 하고, 2022년 7월에는 통합한다는 시간표도 나와 있습니다. 만약 두 광역자치단체가 통합하게 된다면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사라지고 새로운 자치정부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군위군 입장에선, 군위군을 편입해 줄 대구광역시가 없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군위군민으로선 대구광역시민이 되는 줄 알고 공항 이전에 찬성했는데, 행정통합이 되면 그 이유가 원천적으로 사라지는 겁니다.

대구시와 경북도 입장에서는 어쩌면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군위군 대구광역시 편입'에 속도를 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된 제안을 했고, 또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서명한 공동합의문은, 두 단체장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대구 경북 통합 논의 흐름 속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작은 지자체 주민들의 염원은 그냥 휩쓸려 가버릴까요.

대구 경북 통합 논의를 바라보는 군위군민들의 씁쓸함만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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