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나이키가 상하이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이유는?

입력 2020.11.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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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동안 열렸던 제3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가 막을 내렸습니다.

매년 11월 초 상하이에서 열리는 이 박람회는, 중국이 2018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자 만들어낸 고육책입니다. 주최도 중국 상무부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싶은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수입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중국의 구매력을 안팎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행사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이렇게 너희 제품을 많이 사주는데, 너희들이 미국 편만 들 수는 없겠지'라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에도 전시 면적 늘려중국 속내는?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장 전경 [사진 출처: CIIE 공식 트위터 캡처]중국 국제수입박람회장 전경 [사진 출처: CIIE 공식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올해 박람회를 오프라인으로 열었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입장 인원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전시 면적은 축구장(FIFA 권장 규격) 50개에 해당하는 규모(약 36만㎡)로, 지난해와 비교해 3만㎡ 더 늘었습니다.

대신 수십만 명의 참가자 전원이 사전에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출하고 2주 동안의 건강 상태 관찰 기록도 내야 했는데요.

이렇게까지 하면서 행사를 강행한 이유, 시진핑 주석의 개막 연설을 보면 그 속뜻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제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국제 질서와 규범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을 세계의 시장, 공유하는 시장, 모두의 시장으로 만들어 국제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 많이 불어넣을 것이다."

박람회 주제어마저도 '새로운 시대, 함께 하는 미래'로 내걸었을 정도입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전시장 내부 [사진 출처: 연합뉴스]중국 국제수입박람회 전시장 내부 [사진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은 자유 무역과 다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큰 손'임을 내세우는 전략입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미국과 비교해 올 3분기 4.9% 경제성장률을 이룬 중국으로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중국 경제는 정상화됐다는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죠.

올해는 얼마나 많이 참가했을까?…쏟아진 기록들

실제 어제 폐막하면서 중국이 내놓은 기록들만 살펴보면,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도 전시회 참여 [사진 출처: 로이터=연합뉴스]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도 전시회 참여 [사진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자동차 전시장의 경우 세계 7대 완성차 그룹이 모두 참석했고, 의료기기와 의약 보건 전시장 역시 제약업계 10위 이내와 의료기기 업계 14위 이내 업체가 모두 참여했습니다.

110명의 세계 500대 기업 등 대표가 온라인으로 참석했고 69개국 주중 사절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오프라인으로 박람회에 참석했습니다.

신제품과 신기술, 신서비스 411가지도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놀라운 건 구매 계약액수입니다.

중국은 2018년 약 578억 달러, 지난해 약 711억 달러, 올해 계약액은 지난해보다 2.1% 늘어서 726억2천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오늘 발표했습니다.

1달러가 약 1,200원이라고 계산했을 때 우리 돈 약 87조 원 천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나이키도 첫 참가…왜?

천문학적인 돈이 풀리는 전시회장, 기업으로서는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여한 우리 기업들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여한 우리 기업들

실제 아모레퍼시픽과 현대차, 삼성 등 우리 기업들도 전시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거나 유지했고, 중소기업들도 지난해에 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곳들이 많았습니다.

포드와 테슬라를 포함해 미국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처음 박람회에 전시관을 꾸민 미국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였습니다.

나이키 전시관 전면에 전시된 빨간색 ‘CHINA’ 농구복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나이키 전시관 전면에 전시된 빨간색 ‘CHINA’ 농구복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나이키 측은 전시관 전면에 'CHINA(중국)'가 써진 붉은 농구복을 입은 마네킹들을 내세웠는데요.

나이키라는 브랜드 로고는 옷 한쪽에 작게 새겨 넣었습니다.

중국 내 나이키 지원 사업을 강조한 전시관 모습중국 내 나이키 지원 사업을 강조한 전시관 모습

또 전시관 대부분은 나이키의 중국 내 지원 사업 사진으로 도배했습니다.

사실 나이키는 글로벌 유통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번 박람회에 굳이 전시관을 차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기업입니다.

그런데도 올해 처음 전시관을 꾸린 이유는 단연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키 측은 '왜 올해 처음으로 참가를 결정했는지.' 인터뷰를 요청하자 답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에는 전시관을 꾸려서 중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지만, 미국에는 자국 기업으로서 적극적으로 중국 내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이키 측의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 중이라고 불릴 만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나 머니(중국의 구매력)'를 두고 일종의 타협을 한 셈입니다.

미·중 사이 낀 기업들, '눈치 보기 힘들다, 힘들어'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몇몇 기업에 박람회 참가 이유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관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또는 기업이 중국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와 같은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 편에 선 것으로 비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 인터뷰를 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속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실제 중국의 14억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지만큼이나 중국을 완전히 믿어도 될까 하는 두려움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징벌적 성격이 강한 경제 제한 조치들을 봐 왔거나 직접 겪어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문제가 얽혀있거나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비공식적으로는 한한령이 풀리지 않고 있죠.

드라마, 영화 등은 아직도 중국 내 방영이 어렵고 공연 등도 개최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 역시 전면 중단된 지 오래입니다.

미국프로농구(NBA)도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미국프로농구 NBA 전시관 [사진 출처: 연합뉴스]중국 국제수입박람회 미국프로농구 NBA 전시관 [사진 출처: 연합뉴스]

1년 전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홍콩의 반중국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중국에서는 그 후 1년 동안 TV에서 NBA 경기 중계를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에야 겨우 생중계가 재개됐는데, 올해 2월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못했던 중국에 NBA 측이 100만 달러의 의료 지원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대놓고 실리만 챙길 수도 없는 기업들, 그들의 고민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격화될수록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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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나이키가 상하이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이유는?
    • 입력 2020-11-11 18:55:48
    특파원 리포트
5일 동안 열렸던 제3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가 막을 내렸습니다.

매년 11월 초 상하이에서 열리는 이 박람회는, 중국이 2018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자 만들어낸 고육책입니다. 주최도 중국 상무부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싶은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수입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중국의 구매력을 안팎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행사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이렇게 너희 제품을 많이 사주는데, 너희들이 미국 편만 들 수는 없겠지'라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에도 전시 면적 늘려중국 속내는?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장 전경 [사진 출처: CIIE 공식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올해 박람회를 오프라인으로 열었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입장 인원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전시 면적은 축구장(FIFA 권장 규격) 50개에 해당하는 규모(약 36만㎡)로, 지난해와 비교해 3만㎡ 더 늘었습니다.

대신 수십만 명의 참가자 전원이 사전에 코로나19 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출하고 2주 동안의 건강 상태 관찰 기록도 내야 했는데요.

이렇게까지 하면서 행사를 강행한 이유, 시진핑 주석의 개막 연설을 보면 그 속뜻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제 세계화의 도전에 직면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국제 질서와 규범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다."

"중국 시장을 세계의 시장, 공유하는 시장, 모두의 시장으로 만들어 국제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 많이 불어넣을 것이다."

박람회 주제어마저도 '새로운 시대, 함께 하는 미래'로 내걸었을 정도입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전시장 내부 [사진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은 자유 무역과 다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큰 손'임을 내세우는 전략입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미국과 비교해 올 3분기 4.9% 경제성장률을 이룬 중국으로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중국 경제는 정상화됐다는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죠.

올해는 얼마나 많이 참가했을까?…쏟아진 기록들

실제 어제 폐막하면서 중국이 내놓은 기록들만 살펴보면,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도 전시회 참여 [사진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자동차 전시장의 경우 세계 7대 완성차 그룹이 모두 참석했고, 의료기기와 의약 보건 전시장 역시 제약업계 10위 이내와 의료기기 업계 14위 이내 업체가 모두 참여했습니다.

110명의 세계 500대 기업 등 대표가 온라인으로 참석했고 69개국 주중 사절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오프라인으로 박람회에 참석했습니다.

신제품과 신기술, 신서비스 411가지도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놀라운 건 구매 계약액수입니다.

중국은 2018년 약 578억 달러, 지난해 약 711억 달러, 올해 계약액은 지난해보다 2.1% 늘어서 726억2천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오늘 발표했습니다.

1달러가 약 1,200원이라고 계산했을 때 우리 돈 약 87조 원 천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나이키도 첫 참가…왜?

천문학적인 돈이 풀리는 전시회장, 기업으로서는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여한 우리 기업들
실제 아모레퍼시픽과 현대차, 삼성 등 우리 기업들도 전시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거나 유지했고, 중소기업들도 지난해에 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곳들이 많았습니다.

포드와 테슬라를 포함해 미국 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처음 박람회에 전시관을 꾸민 미국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였습니다.

나이키 전시관 전면에 전시된 빨간색 ‘CHINA’ 농구복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나이키 측은 전시관 전면에 'CHINA(중국)'가 써진 붉은 농구복을 입은 마네킹들을 내세웠는데요.

나이키라는 브랜드 로고는 옷 한쪽에 작게 새겨 넣었습니다.

중국 내 나이키 지원 사업을 강조한 전시관 모습
또 전시관 대부분은 나이키의 중국 내 지원 사업 사진으로 도배했습니다.

사실 나이키는 글로벌 유통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이번 박람회에 굳이 전시관을 차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기업입니다.

그런데도 올해 처음 전시관을 꾸린 이유는 단연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키 측은 '왜 올해 처음으로 참가를 결정했는지.' 인터뷰를 요청하자 답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에는 전시관을 꾸려서 중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지만, 미국에는 자국 기업으로서 적극적으로 중국 내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이키 측의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 중이라고 불릴 만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나 머니(중국의 구매력)'를 두고 일종의 타협을 한 셈입니다.

미·중 사이 낀 기업들, '눈치 보기 힘들다, 힘들어'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몇몇 기업에 박람회 참가 이유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관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또는 기업이 중국에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와 같은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 편에 선 것으로 비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 인터뷰를 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속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은 실제 중국의 14억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지만큼이나 중국을 완전히 믿어도 될까 하는 두려움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징벌적 성격이 강한 경제 제한 조치들을 봐 왔거나 직접 겪어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문제가 얽혀있거나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익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비공식적으로는 한한령이 풀리지 않고 있죠.

드라마, 영화 등은 아직도 중국 내 방영이 어렵고 공연 등도 개최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 역시 전면 중단된 지 오래입니다.

미국프로농구(NBA)도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미국프로농구 NBA 전시관 [사진 출처: 연합뉴스]
1년 전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이 홍콩의 반중국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중국에서는 그 후 1년 동안 TV에서 NBA 경기 중계를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달에야 겨우 생중계가 재개됐는데, 올해 2월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못했던 중국에 NBA 측이 100만 달러의 의료 지원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대놓고 실리만 챙길 수도 없는 기업들, 그들의 고민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격화될수록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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