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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큰 희생을 추모하는 날…“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2020.11.11 (19:55) 취재K
11월 11일은 영국 연방 국가들의 현충일(Remembrance day)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1월 11일을 추모의 날로 지정한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11월 11일을 법정기념일인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왜 11월 11일을 기념하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유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의식이 처음 열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빈센트 커트니가 2007년, '11월 11일에 6·25전쟁 참전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을 향해 묵념하자'고 제안한 이후 매년 11월 11일 11시에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추모식(TURN TOWARD BUSAN)이 진행됐습니다.


11월 11일 11시 전 세계가 부산을 바라보며 '묵념'

11월 11일 오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법정기념일 지정으로 높아진 행사의 격에 맞게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참전국 대표와 주한 외교사절, 참전국 장병 등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12개국에서도 한국시각에 맞춰 동시에 진행됐는데 참전용사들과 후손들은 화상으로 연결됐습니다.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가 추모비행을 하며 하늘에 '11.11.11 문양'을 그리고 유엔묘지가 조성된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와 유엔기, 6·25전쟁에 참전한 22개국 국기가 동시에 게양됐습니다.

11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고 참석자들이 일제히 고개 숙여 묵념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부산과 경남지역에서만 사이렌이 울렸지만, 오늘은 서울과 세종 등 모든 관공서에서도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묵념이 진행되는 1분 동안 유엔군 전사자를 국가원수급으로 예우한다는 뜻을 담아 21발의 조포가 발사됐습니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함께한 빈센트 커트니와 참전용사들‘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함께한 빈센트 커트니와 참전용사들

추모식을 처음 제안한 빈센트 커트니도 참전용사들을 대표해 영상으로 함께했습니다.

빈센트 커트니는 "유엔기념공원을 가진 부산은 전사한 전우들과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헌신한 모든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국제적인 성지가 됐다"며 축하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많은 참전용사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한국에서 많은 신경을 써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세균 총리는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전몰장병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증명하겠다"면서 "참전용사들에게는 참전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가족과 후손에게는 참전용사의 희생이 가치 있는 유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에 묻어주세요"... 대한민국 소유가 아닌 땅, 유엔기념공원

추모식이 열린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입니다. 한국과 미국, 터키 등 11개국의 유엔군 2,300여 분이 잠들어 있는데, 대한민국 소유의 땅이 아닙니다.

6·25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가 부산에 묘지를 조성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1955년,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 기증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유엔은 총회에서 부산에 유엔기념묘지 설립과 유엔이 영구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1974년 11개 안장국 대사로 구성된 유엔기념묘지 국제관리위원회로 관리가 이관됐고 명칭도 2001년 유엔기념공원으로 변경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에서 참전용사들이 부산을 찾지 못했지만, 유엔기념공원을 찾는 참전용사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후에 '부산에 있는 전우들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유엔기념공원 안장은 11개 안장국 대사들이 만장일치로 의결해야 가능한데, 2015년 5월 프랑스 출신 버나드가 사후 안장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4월까지 모두 11명의 유엔군 용사가 부산에 묻혔습니다. 여기에 4명이 더 사후 안장 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도 BBC방송에도..."Thanks to UN veterans"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제작한 감사 영상입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청년이 아흔 가까운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한국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영국 런던 카나리 워프, 태국 방콕 메가엑스 등 미국과 영국, 태국 주요건물의 대형전광판 13곳과 영국 BBC, 미국 CNN 등 103개국의 주요 방송사를 통해 송출됩니다.

6·25전쟁 때 참전한 국가는 22곳입니다. 미국·영국·캐나다·터키·호주·필리핀·태국·네덜란드·콜롬비아·그리스·에티오피아·벨기에·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룩셈부르크 등 16개국은 전투지원을, 인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이탈리아·독일 등 6개국은 의료지원을 했습니다. 연인원 195만 명이 참전해 3만8천 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10만3천 명에 달합니다. 실종되거나 포로가 된 사람도 만 명 가까이 됩니다.

11월 11일, 누군가는 숫자 모습이 과자의 모양과 닮아 '빼빼로데이'로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의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이제부터는 이날 하루만이라도 70년 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와 준 참전용사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그리움의 나날을 견디는 유가족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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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1 19:55:43
    취재K
11월 11일은 영국 연방 국가들의 현충일(Remembrance day)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1월 11일을 추모의 날로 지정한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11월 11일을 법정기념일인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왜 11월 11일을 기념하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유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의식이 처음 열린 날이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빈센트 커트니가 2007년, '11월 11일에 6·25전쟁 참전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을 향해 묵념하자'고 제안한 이후 매년 11월 11일 11시에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추모식(TURN TOWARD BUSAN)이 진행됐습니다.


11월 11일 11시 전 세계가 부산을 바라보며 '묵념'

11월 11일 오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법정기념일 지정으로 높아진 행사의 격에 맞게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했고, 참전국 대표와 주한 외교사절, 참전국 장병 등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12개국에서도 한국시각에 맞춰 동시에 진행됐는데 참전용사들과 후손들은 화상으로 연결됐습니다.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가 추모비행을 하며 하늘에 '11.11.11 문양'을 그리고 유엔묘지가 조성된 이후 처음으로 태극기와 유엔기, 6·25전쟁에 참전한 22개국 국기가 동시에 게양됐습니다.

11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고 참석자들이 일제히 고개 숙여 묵념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부산과 경남지역에서만 사이렌이 울렸지만, 오늘은 서울과 세종 등 모든 관공서에서도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묵념이 진행되는 1분 동안 유엔군 전사자를 국가원수급으로 예우한다는 뜻을 담아 21발의 조포가 발사됐습니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함께한 빈센트 커트니와 참전용사들‘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함께한 빈센트 커트니와 참전용사들

추모식을 처음 제안한 빈센트 커트니도 참전용사들을 대표해 영상으로 함께했습니다.

빈센트 커트니는 "유엔기념공원을 가진 부산은 전사한 전우들과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헌신한 모든 참전용사를 기억하는 국제적인 성지가 됐다"며 축하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많은 참전용사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한국에서 많은 신경을 써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세균 총리는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전몰장병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증명하겠다"면서 "참전용사들에게는 참전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가족과 후손에게는 참전용사의 희생이 가치 있는 유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에 묻어주세요"... 대한민국 소유가 아닌 땅, 유엔기념공원

추모식이 열린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입니다. 한국과 미국, 터키 등 11개국의 유엔군 2,300여 분이 잠들어 있는데, 대한민국 소유의 땅이 아닙니다.

6·25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가 부산에 묘지를 조성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1955년,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 기증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유엔은 총회에서 부산에 유엔기념묘지 설립과 유엔이 영구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1974년 11개 안장국 대사로 구성된 유엔기념묘지 국제관리위원회로 관리가 이관됐고 명칭도 2001년 유엔기념공원으로 변경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해외에서 참전용사들이 부산을 찾지 못했지만, 유엔기념공원을 찾는 참전용사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후에 '부산에 있는 전우들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유엔기념공원 안장은 11개 안장국 대사들이 만장일치로 의결해야 가능한데, 2015년 5월 프랑스 출신 버나드가 사후 안장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4월까지 모두 11명의 유엔군 용사가 부산에 묻혔습니다. 여기에 4명이 더 사후 안장 허가를 받은 상태입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도 BBC방송에도..."Thanks to UN veterans"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제작한 감사 영상입니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청년이 아흔 가까운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한국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영국 런던 카나리 워프, 태국 방콕 메가엑스 등 미국과 영국, 태국 주요건물의 대형전광판 13곳과 영국 BBC, 미국 CNN 등 103개국의 주요 방송사를 통해 송출됩니다.

6·25전쟁 때 참전한 국가는 22곳입니다. 미국·영국·캐나다·터키·호주·필리핀·태국·네덜란드·콜롬비아·그리스·에티오피아·벨기에·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룩셈부르크 등 16개국은 전투지원을, 인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이탈리아·독일 등 6개국은 의료지원을 했습니다. 연인원 195만 명이 참전해 3만8천 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10만3천 명에 달합니다. 실종되거나 포로가 된 사람도 만 명 가까이 됩니다.

11월 11일, 누군가는 숫자 모습이 과자의 모양과 닮아 '빼빼로데이'로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의 인사를 나누곤 합니다. 이제부터는 이날 하루만이라도 70년 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와 준 참전용사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그리움의 나날을 견디는 유가족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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