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에 빨간불…‘신용대출’ 잡으려 DSR도 꺼냈다

입력 2020.11.1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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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가계대출 빨간불...정부, 개인별 ‘DSR’ 규제 죈다
연 소득 8천만 원 넘으면 1억 원 넘는 신용대출 ‘규제’
고액 신용대출 후 1년 안에 집 사면 ‘대출 회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모은 ‘영끌’ 투자 제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오늘(13일) 합동으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은행들은 이미 한 차례 신용대출 우대금리와 한도를 축소한 상황, 정부는 신용대출을 더 조이기 위해 'DSR 규제'를 내밀었습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향후 우리 경제와 금융에 부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에 따른 대책입니다.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등 가능한 모든 대출을 '영끌'해 집을 구매하려고 계획하던 사람들에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조인다...'DSR' 규제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쉽게 말하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소득능력을 갖췄느냐를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DSR을 적용하면 아무래도 대출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DSR은 은행별로 관리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홍길동'씨가 'A'은행에서 신용대출로 1억 원을 빌리고, 'B'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3억 원을 빌렸다면 당연히 이 두 대출을 합산해 관리해야 대출 규제가 될 것 같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은행'이 다르면 DSR 규제는 따로 적용됐습니다. 각 은행이 '홍길동'씨의 DSR을 각자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소득자의 경우 소득 대비 신용대출 여력이 큽니다.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은행마다 신용대출로 조금씩 돈을 더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빚투' 잡을까?...연 소득 8천만 원 넘고, 1억 원 넘는 신용대출 'DSR'

게다가 언제나 DSR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시가 9억 원을 넘는 집을 사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DSR을 적용했습니다.

<DSR 적용대상>
(현행)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시
→ (추가) 연소득 8천만원 초과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 1억 원 초과 시


이번에 여기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습니다. 연 소득 '8천만 원'을 넘는 사람이 신용대출로 1억 원 넘는 돈을 빌리면 DSR이 당장 적용됩니다. 연 소득 8천만 원은 근로소득자의 상위 10% 정도입니다. 고소득자가 고액 신용대출 받을 때 적용된다는 겁니다. 그 돈으로 집을 사는 데 보태 쓰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습니다.

이 규제는 30일부터 적용됩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할 때는 7.2조 원이라는 돈이 갑자기 증시로 몰려들었습니다. 고소득자가 신용대출로 1억 원을 넘게 빌려서 가진 돈에 보태 투자를 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게 까다로워진 겁니다.

은행권 영업도 바뀔 수 있습니다. "타 은행서 1억 신용대출 받은 직장인도 추가 대출 OK". 은행권에는 신용대출을 모집하기 위해 이런 광고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언급된 조치가 시행되면, '추가 신용대출'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끌' 잡을까?...1억 원 넘는 신용대출 받고, 1년 내 집 사면 대출 회수

신용대출 누적 1억 원 초과 시, 1년 내 규제지역 주택 구입하는 경우 '신용대출 회수'

또 앞으로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게 되면, 이 돈을 집 사는 데 보태기는 어려워집니다.

역시 30일부터 적용되는 조치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이 신용대출을 낸 지 1년 안에 주택을 사들이는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영끌' 수단이죠. 주택담보대출로 모자라는 돈을 이렇게 신용대출로 끌어 썼는데, 앞으로 이런 경우 '집을 사는 즉시' 1억 넘는 대출은 회수당하게 됩니다. 이때 '집'은 '전체 규제지역' 안에 있는 주택입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매)을 겨냥한 비교적 강도 높은 규제입니다. 1억 원 넘는 신용대출 받아서 집 사는 데 보태는 것을 더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차입을 과도하게 일으켜 신용대출로 빌린 돈이 부동산 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집을 산다고 가정하면, 주택담보대출은 40%만 나옵니다. 충분한 현금이 없다고 신용대출을 받아서 집값에 보태다간 해당 신용대출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고소득자의 '영끌' 주택 구매에 큰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대출 얼마나 많길래

최근 가계대출 동향에 대해 정부는 "현시점에서 적정수준의 선제적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내놓은 정책 효과 때문입니다. 이자와 원금 상환 등을 유예해주는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들은 대출을 늘리기도, 대출을 갈아타기도 비교적 쉬웠습니다.

특히 신용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주도했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의 신용대출 증감을 보겠습니다. 4월에는 가계 신용대출 증가액이 6천억 원이던 게 지난 8월에는 6조 3천억 원까지 올랐습니다. 4월 신용대출 증가분과 8월 신용대출 증가분이 10배 넘는 차이가 나는 겁니다.

■ 급증하는 가계대출...'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과다한 수준

덕분에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기타대출을 합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무섭습니다. 지난달 가계대출 월별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7.1%까지 치솟았습니다. 7% 이상의 월간 증가율은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게다가 절대 금액은 석 달 연속 10조 원 이상이었습니다. 3분기 내내 그랬던 것은 물론, 5월 이후 지난달(10월까지) 증가율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전년동기비 5.2% →7.1%)입니다. 정부가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게 된 이유입니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가처분 소득'이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너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지난해 기준 190%에 다다랐는데, 이는 OECD 평균인 144%보다 46%p 높습니다. GDP 대비 비율도 97.9%로 100%에 육박합니다. OECD 평균은 65.6%이니, 우리 가계부채는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위험수위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신용대출 왜 급증하나?

정부는 가계대출 가운데도 '신용대출' 죄기에 열심입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더 늘고 있고, 또 위험성과 악영향도 더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먼저 코로나19입니다. 생활자금 수요가 늘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금융위는 신용대출을 신청할 때 대출용도 중에서도 '생계자금'으로 쓰는 비중이 5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이 많았을 거란 추정입니다.

둘째로는 주식 탓입니다. 대형 공모주의 청약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SK바이오팜 상장 때는 3.5조에 가까운 돈이 흘러들어왔고, 카카오게임즈 때는 무려 7.2조에 달하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최근에 상장을 마친 빅히트에는 5.5조에 달하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에 상당수가 신용대출 등을 통해 마련된 돈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지막으론 '영끌' 집 마련입니다. 여름에 유난히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많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4월에 3천 호였던 게 지난 6월에 1만6천 호로 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최근엔 전셋값까지 오르면서 '신용대출'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은행도 자율적으로 관리 강화해야

보름 뒤 시행되는 DSR 규제 외에, 즉시 시행되는 규제 조치들도 있습니다. 16일부터 바로 시행되는 지침들입니다.

정부는 은행에도 자율적으로 신용대출을 관리하라고 방안을 내놨습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관리 목표를 정하고, 이걸 지키라는 겁니다. 당국에서는 매월 관리목표가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용대출이 급증하기 이전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적용됩니다. DSR 규제가 시행되는 이달 30일까지 보름 정도 남았는데, 이 기간에 마지막 대출수요가 늘어나지 않게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여기다 DSR이 아니더라도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침도 내렸습니다. 예를 들면, 연 소득 2배가 넘는 신용대출 등은 없도록 하라는 내용입니다. 이건 상시로 은행을 점검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행별 DRS→개인별 DRS...장기 과제 선정

문제가 되는 은행별 DSR을 개인별로 바꿔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부 내용은 물론 현재 코로나 상황 등 고려할 변수가 많기 때문인데요. 좀 더 종합적인 규제방안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1분기 중에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위기가 안정되는 대로 '개인별 DSR'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정부는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DTI'를 적용해 받아왔는데, 이걸 'DSR'로 바꿔가겠다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대출 규제가 우리보다 까다로운 선진국들처럼 '상환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돈 빌려주는 방향으로 대출 정책의 방향을 옮겨가겠단 취지입니다.

DTI는 '총부채상환비율'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신용대출 등 이자 상환액'을 더해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DSR은 신용대출의 이자가 아니라 원리금으로 계산합니다. '주택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신용대출 등 원리금 상환액'을 더해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인 겁니다. 쉽게 말하면, DSR을 적용할 때 대출심사는 더 깐깐해집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획일적인 기준'은 좀 더 탄력적으로 바꿔나갑니다. 정부는 개인이 실제 대출을 갚을 능력이 반영되도록 지표도 바꿔가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생애 소득주기를 고려해 미래에 소득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큰 청년층에 대해 좀 더 완화된 DSR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한계와 빈틈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미 받은 대출엔 적용이 안 되고, 앞으로 받게 될 신규대출에 적용됩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각 9천만 원씩만 신용대출을 내서(부부 합산 1억8천만 원) 대출을 받는 경우 역시 규제대상은 아닙니다. 개인별 규제이기 때문입니다. 대출 규제를 가구 단위로 합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전세 대출 역시 DSR 규제 대상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또 정책 실효성에 따라 이 부분 역시 향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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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투·영끌’에 빨간불…‘신용대출’ 잡으려 DSR도 꺼냈다
    • 입력 2020-11-13 14:31:52
    취재K
가계대출 빨간불...정부, 개인별 ‘DSR’ 규제 죈다<br />연 소득 8천만 원 넘으면 1억 원 넘는 신용대출 ‘규제’<br />고액 신용대출 후 1년 안에 집 사면 ‘대출 회수’<br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모은 ‘영끌’ 투자 제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오늘(13일) 합동으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은행들은 이미 한 차례 신용대출 우대금리와 한도를 축소한 상황, 정부는 신용대출을 더 조이기 위해 'DSR 규제'를 내밀었습니다. 가계부채 급증세가 "향후 우리 경제와 금융에 부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에 따른 대책입니다.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 등 가능한 모든 대출을 '영끌'해 집을 구매하려고 계획하던 사람들에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조인다...'DSR' 규제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쉽게 말하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소득능력을 갖췄느냐를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DSR을 적용하면 아무래도 대출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DSR은 은행별로 관리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홍길동'씨가 'A'은행에서 신용대출로 1억 원을 빌리고, 'B'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3억 원을 빌렸다면 당연히 이 두 대출을 합산해 관리해야 대출 규제가 될 것 같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은행'이 다르면 DSR 규제는 따로 적용됐습니다. 각 은행이 '홍길동'씨의 DSR을 각자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소득자의 경우 소득 대비 신용대출 여력이 큽니다.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은행마다 신용대출로 조금씩 돈을 더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빚투' 잡을까?...연 소득 8천만 원 넘고, 1억 원 넘는 신용대출 'DSR'

게다가 언제나 DSR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시가 9억 원을 넘는 집을 사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DSR을 적용했습니다.

<DSR 적용대상>
(현행)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시
→ (추가) 연소득 8천만원 초과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 1억 원 초과 시


이번에 여기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습니다. 연 소득 '8천만 원'을 넘는 사람이 신용대출로 1억 원 넘는 돈을 빌리면 DSR이 당장 적용됩니다. 연 소득 8천만 원은 근로소득자의 상위 10% 정도입니다. 고소득자가 고액 신용대출 받을 때 적용된다는 겁니다. 그 돈으로 집을 사는 데 보태 쓰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습니다.

이 규제는 30일부터 적용됩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할 때는 7.2조 원이라는 돈이 갑자기 증시로 몰려들었습니다. 고소득자가 신용대출로 1억 원을 넘게 빌려서 가진 돈에 보태 투자를 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게 까다로워진 겁니다.

은행권 영업도 바뀔 수 있습니다. "타 은행서 1억 신용대출 받은 직장인도 추가 대출 OK". 은행권에는 신용대출을 모집하기 위해 이런 광고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언급된 조치가 시행되면, '추가 신용대출'은 매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끌' 잡을까?...1억 원 넘는 신용대출 받고, 1년 내 집 사면 대출 회수

신용대출 누적 1억 원 초과 시, 1년 내 규제지역 주택 구입하는 경우 '신용대출 회수'

또 앞으로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넘게 되면, 이 돈을 집 사는 데 보태기는 어려워집니다.

역시 30일부터 적용되는 조치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이 신용대출을 낸 지 1년 안에 주택을 사들이는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영끌' 수단이죠. 주택담보대출로 모자라는 돈을 이렇게 신용대출로 끌어 썼는데, 앞으로 이런 경우 '집을 사는 즉시' 1억 넘는 대출은 회수당하게 됩니다. 이때 '집'은 '전체 규제지역' 안에 있는 주택입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매)을 겨냥한 비교적 강도 높은 규제입니다. 1억 원 넘는 신용대출 받아서 집 사는 데 보태는 것을 더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차입을 과도하게 일으켜 신용대출로 빌린 돈이 부동산 자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집을 산다고 가정하면, 주택담보대출은 40%만 나옵니다. 충분한 현금이 없다고 신용대출을 받아서 집값에 보태다간 해당 신용대출금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고소득자의 '영끌' 주택 구매에 큰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대출 얼마나 많길래

최근 가계대출 동향에 대해 정부는 "현시점에서 적정수준의 선제적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내놓은 정책 효과 때문입니다. 이자와 원금 상환 등을 유예해주는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들은 대출을 늘리기도, 대출을 갈아타기도 비교적 쉬웠습니다.

특히 신용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주도했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의 신용대출 증감을 보겠습니다. 4월에는 가계 신용대출 증가액이 6천억 원이던 게 지난 8월에는 6조 3천억 원까지 올랐습니다. 4월 신용대출 증가분과 8월 신용대출 증가분이 10배 넘는 차이가 나는 겁니다.

■ 급증하는 가계대출...'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과다한 수준

덕분에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기타대출을 합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무섭습니다. 지난달 가계대출 월별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7.1%까지 치솟았습니다. 7% 이상의 월간 증가율은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게다가 절대 금액은 석 달 연속 10조 원 이상이었습니다. 3분기 내내 그랬던 것은 물론, 5월 이후 지난달(10월까지) 증가율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전년동기비 5.2% →7.1%)입니다. 정부가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게 된 이유입니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가처분 소득'이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너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지난해 기준 190%에 다다랐는데, 이는 OECD 평균인 144%보다 46%p 높습니다. GDP 대비 비율도 97.9%로 100%에 육박합니다. OECD 평균은 65.6%이니, 우리 가계부채는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위험수위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신용대출 왜 급증하나?

정부는 가계대출 가운데도 '신용대출' 죄기에 열심입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더 늘고 있고, 또 위험성과 악영향도 더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먼저 코로나19입니다. 생활자금 수요가 늘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금융위는 신용대출을 신청할 때 대출용도 중에서도 '생계자금'으로 쓰는 비중이 5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이 많았을 거란 추정입니다.

둘째로는 주식 탓입니다. 대형 공모주의 청약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SK바이오팜 상장 때는 3.5조에 가까운 돈이 흘러들어왔고, 카카오게임즈 때는 무려 7.2조에 달하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최근에 상장을 마친 빅히트에는 5.5조에 달하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에 상당수가 신용대출 등을 통해 마련된 돈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마지막으론 '영끌' 집 마련입니다. 여름에 유난히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많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4월에 3천 호였던 게 지난 6월에 1만6천 호로 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최근엔 전셋값까지 오르면서 '신용대출'을 노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은행도 자율적으로 관리 강화해야

보름 뒤 시행되는 DSR 규제 외에, 즉시 시행되는 규제 조치들도 있습니다. 16일부터 바로 시행되는 지침들입니다.

정부는 은행에도 자율적으로 신용대출을 관리하라고 방안을 내놨습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관리 목표를 정하고, 이걸 지키라는 겁니다. 당국에서는 매월 관리목표가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용대출이 급증하기 이전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정부 목표입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적용됩니다. DSR 규제가 시행되는 이달 30일까지 보름 정도 남았는데, 이 기간에 마지막 대출수요가 늘어나지 않게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여기다 DSR이 아니더라도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이 취급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침도 내렸습니다. 예를 들면, 연 소득 2배가 넘는 신용대출 등은 없도록 하라는 내용입니다. 이건 상시로 은행을 점검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행별 DRS→개인별 DRS...장기 과제 선정

문제가 되는 은행별 DSR을 개인별로 바꿔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부 내용은 물론 현재 코로나 상황 등 고려할 변수가 많기 때문인데요. 좀 더 종합적인 규제방안은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1분기 중에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위기가 안정되는 대로 '개인별 DSR'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정부는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DTI'를 적용해 받아왔는데, 이걸 'DSR'로 바꿔가겠다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대출 규제가 우리보다 까다로운 선진국들처럼 '상환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돈 빌려주는 방향으로 대출 정책의 방향을 옮겨가겠단 취지입니다.

DTI는 '총부채상환비율'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신용대출 등 이자 상환액'을 더해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DSR은 신용대출의 이자가 아니라 원리금으로 계산합니다. '주택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신용대출 등 원리금 상환액'을 더해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인 겁니다. 쉽게 말하면, DSR을 적용할 때 대출심사는 더 깐깐해집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획일적인 기준'은 좀 더 탄력적으로 바꿔나갑니다. 정부는 개인이 실제 대출을 갚을 능력이 반영되도록 지표도 바꿔가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생애 소득주기를 고려해 미래에 소득을 벌어들일 가능성이 큰 청년층에 대해 좀 더 완화된 DSR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한계와 빈틈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미 받은 대출엔 적용이 안 되고, 앞으로 받게 될 신규대출에 적용됩니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각 9천만 원씩만 신용대출을 내서(부부 합산 1억8천만 원) 대출을 받는 경우 역시 규제대상은 아닙니다. 개인별 규제이기 때문입니다. 대출 규제를 가구 단위로 합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전세 대출 역시 DSR 규제 대상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또 정책 실효성에 따라 이 부분 역시 향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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