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빠들’에게 명예란?…신상 공개 무죄 판결에도 ‘법적 대응’

입력 2020.11.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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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 4백여 명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이 곳에 대한 의미 있는 법원 판단이 지난 1월 나왔습니다. 이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부모 5명이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라고 판단한 겁니다.

■ 명예훼손 '무죄' 판결 이후에도 법적 대응 끊이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당시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구 씨를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신상 공개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고,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며,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이 명예훼손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구 씨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명예보다 아동의 생존을 우선했을 뿐"이라며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 수원지법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지난 1월 수원지법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배드파더스에 대한 법적 대응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월 재판 이후로도 5건의 형사 고소가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또 형사 소송이었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를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민사 소송도 접수됐습니다.

■ '배드파더스' 대상 첫 민사소송

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 원장 김 모 씨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에 인터넷과 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라온 자신과 관련한 게시물을 내려달라며, 전처와 구본창 대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 원장 김 모 씨가 전처 A 씨와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 원장 김 모 씨가 전처 A 씨와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신청서를 통해 구본창 씨와 전처가 양육비를 안 준다는 이유로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본인을 등재했다며
"경쟁학원이나 학부모들에게 일부 노출이 돼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치동에 출강도 하고 있어서, 경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인데 "이것을 알고서도 고의적으로 이러한 일을 9개월 이상 진행해 왔다"고 가처분 신청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구 씨 측은 ""채권자가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타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시키고 사업도 본인 명의로 운영하지 아니한 탓에 양육비를 한 푼도 추심할 수 없었다"며, 김 씨의 인격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밀린 양육비 2천 3백만 원 등 합의한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심문이 종결돼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 양육비는 공적 사안 " … 미지급자 명단 공개, 정부도 추진

이에 대해 지난 13일 오전 11시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김 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내용으로 시위를 열었습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양육비는 개인 간 채권·채무에 불과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등재된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20건의 형사 고소를 당했지만 올해 1월 국민참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양육비가 공적 사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김 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며 시위를 열었습니다.지난 13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김 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며 시위를 열었습니다.

'양육비는 공적 사안'이라는 주장 역시 최근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뒷받침됩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달엔 아예 정부 차원에서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영 대표는 이런 변화들에 대해 "피해 아동 보호와 나아가 사회 정의를 위해서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필요한 일이었음에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소송에 대해 "신상공개의 원인과 결과, 본질보다 사적 제재라는 틀에 끼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를 재판대에 올려 법적 분쟁을 줄지어 이어가게 하고 아이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를 되물었습니다.

■ "제2, 제3의 파렴치한 비양육자 늘어날 것"

김 씨의 전처도 입장문을 보내 본인의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혼 전 별거 상태에서도 고막이 터질 정도의 심각한 폭행을 당했고 (...) 그 사이에 아이들은 유명 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덕분에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타인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자라야 했다"며, "양육비가 없어서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있을 때도 본인 사업에 투자가 먼저라며 주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만일 이번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 씨와 같은 파렴치한 비양육자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양육자들의 탄원서도 30건 가까이 접수됐습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15년째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정 모 씨는 "미지급된 양육비가 많아지면 시장 물건값 깎듯 이행명령 재판에서 양육비도 깎이는 세상"이라며 "아무런 댓가를 받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의 생존'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배드파더스 등의 게시물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해줄 때까지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양육자들의 탄원서가 30건 가까이 접수됐습니다.이 사건을 지켜보는 양육자들의 탄원서가 30건 가까이 접수됐습니다.

이는 앞서 1월 재판 당시 재판부가 "양육비에 대한 문제는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앞서 1월에 있었던 배드파더스의 명예훼손 혐의 무죄 판결은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종결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접수된 김 씨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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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아빠들’에게 명예란?…신상 공개 무죄 판결에도 ‘법적 대응’
    • 입력 2020-11-15 08:11:55
    취재K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 4백여 명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 사이트, 이 곳에 대한 의미 있는 법원 판단이 지난 1월 나왔습니다. 이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부모 5명이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라고 판단한 겁니다.

■ 명예훼손 '무죄' 판결 이후에도 법적 대응 끊이지 않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당시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구 씨를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신상 공개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고,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며,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이 명예훼손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구 씨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명예보다 아동의 생존을 우선했을 뿐"이라며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 수원지법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배드파더스에 대한 법적 대응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월 재판 이후로도 5건의 형사 고소가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또 형사 소송이었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를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민사 소송도 접수됐습니다.

■ '배드파더스' 대상 첫 민사소송

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 원장 김 모 씨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에 인터넷과 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라온 자신과 관련한 게시물을 내려달라며, 전처와 구본창 대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 원장 김 모 씨가 전처 A 씨와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신청서를 통해 구본창 씨와 전처가 양육비를 안 준다는 이유로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본인을 등재했다며
"경쟁학원이나 학부모들에게 일부 노출이 돼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치동에 출강도 하고 있어서, 경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인데 "이것을 알고서도 고의적으로 이러한 일을 9개월 이상 진행해 왔다"고 가처분 신청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구 씨 측은 ""채권자가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거나 타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시키고 사업도 본인 명의로 운영하지 아니한 탓에 양육비를 한 푼도 추심할 수 없었다"며, 김 씨의 인격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밀린 양육비 2천 3백만 원 등 합의한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심문이 종결돼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 양육비는 공적 사안 " … 미지급자 명단 공개, 정부도 추진

이에 대해 지난 13일 오전 11시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김 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내용으로 시위를 열었습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양육비는 개인 간 채권·채무에 불과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등재된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20건의 형사 고소를 당했지만 올해 1월 국민참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양육비가 공적 사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김 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며 시위를 열었습니다.
'양육비는 공적 사안'이라는 주장 역시 최근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뒷받침됩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달엔 아예 정부 차원에서 양육비 미지급자 명단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영 대표는 이런 변화들에 대해 "피해 아동 보호와 나아가 사회 정의를 위해서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필요한 일이었음에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소송에 대해 "신상공개의 원인과 결과, 본질보다 사적 제재라는 틀에 끼워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봉사자를 재판대에 올려 법적 분쟁을 줄지어 이어가게 하고 아이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얻는 것은 무엇인지"를 되물었습니다.

■ "제2, 제3의 파렴치한 비양육자 늘어날 것"

김 씨의 전처도 입장문을 보내 본인의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혼 전 별거 상태에서도 고막이 터질 정도의 심각한 폭행을 당했고 (...) 그 사이에 아이들은 유명 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덕분에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타인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자라야 했다"며, "양육비가 없어서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재산이 있을 때도 본인 사업에 투자가 먼저라며 주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만일 이번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 씨와 같은 파렴치한 비양육자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양육자들의 탄원서도 30건 가까이 접수됐습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15년째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정 모 씨는 "미지급된 양육비가 많아지면 시장 물건값 깎듯 이행명령 재판에서 양육비도 깎이는 세상"이라며 "아무런 댓가를 받지 않고 오로지 '아이들의 생존'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배드파더스 등의 게시물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해줄 때까지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양육자들의 탄원서가 30건 가까이 접수됐습니다.
이는 앞서 1월 재판 당시 재판부가 "양육비에 대한 문제는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앞서 1월에 있었던 배드파더스의 명예훼손 혐의 무죄 판결은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2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종결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접수된 김 씨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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