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비밀 특사, ‘을사늑약 무효’ 세계에 처음 알리다

입력 2020.11.16 (19:56) 수정 2020.11.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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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17일)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치욕의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입니다.

115년 전 당시 상황이 생생히 담긴 뉴욕타임스 기사 두 건의 전문이 공개됐는데요.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국제 사회에 처음 알린 이 사람, '파란 눈'의 미국인이었습니다.

안다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을사늑약 체결 한 달 전.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고종은 미국인 헐버트를 비밀 특사로 미국 수도 워싱턴에 보냅니다.

일본의 침략을 막아달라는 친서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헐버트가 워싱턴에 도착한 바로 그 날 을사늑약 체결이 전격적으로 이뤄집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냉대만 받은 헐버트는 그 해 12월 언론을 통한 여론전에 나섭니다.

1905년 12월 13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을사늑약은 무력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선언했다"는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헐버트의 말을 인용해 "조약이 우호적으로 이뤄졌다는 일본의 성명은 거짓"이라고도 소개했습니다.

[김동진/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고종은 헐버트에게 전보를 쳐서 '내가 을사늑약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헐버트는 이를 미국 국무부에 알리고 뉴욕타임스를 통해서 미국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헐버트는 뉴욕타임스와 한 차례 더 인터뷰를 합니다.

바로 다음날인 14일 자 기사에는 일본의 일방적인 성명만 믿은 미국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실렸습니다.

이어 강대국이 대한제국을 부당하게 간섭하면 미국이 개입한다는 '조미 수호조약'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를 이행하고 있느냐"고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미국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담긴 기사 두 건은 을사늑약의 진실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알린 귀중한 기록입니다.

특히 12월 14일 자 기사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건 처음입니다.

[김동진/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한국인들한테 커다란 자극을 주고, 또 희망을 주고 그러면서 하나의 독립운동의 횃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파란 눈'의 독립투사 헐버트는 미국으로 추방된 뒤에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마지막 소원대로 한국 땅에 묻혔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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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 눈’의 비밀 특사, ‘을사늑약 무효’ 세계에 처음 알리다
    • 입력 2020-11-16 19:56:55
    • 수정2020-11-16 20:13:25
    뉴스 7
[앵커]

내일(17일)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치욕의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입니다.

115년 전 당시 상황이 생생히 담긴 뉴욕타임스 기사 두 건의 전문이 공개됐는데요.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국제 사회에 처음 알린 이 사람, '파란 눈'의 미국인이었습니다.

안다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을사늑약 체결 한 달 전.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고종은 미국인 헐버트를 비밀 특사로 미국 수도 워싱턴에 보냅니다.

일본의 침략을 막아달라는 친서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헐버트가 워싱턴에 도착한 바로 그 날 을사늑약 체결이 전격적으로 이뤄집니다.

미국 정부로부터 냉대만 받은 헐버트는 그 해 12월 언론을 통한 여론전에 나섭니다.

1905년 12월 13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이 을사늑약은 무력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선언했다"는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헐버트의 말을 인용해 "조약이 우호적으로 이뤄졌다는 일본의 성명은 거짓"이라고도 소개했습니다.

[김동진/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고종은 헐버트에게 전보를 쳐서 '내가 을사늑약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헐버트는 이를 미국 국무부에 알리고 뉴욕타임스를 통해서 미국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헐버트는 뉴욕타임스와 한 차례 더 인터뷰를 합니다.

바로 다음날인 14일 자 기사에는 일본의 일방적인 성명만 믿은 미국 정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이 실렸습니다.

이어 강대국이 대한제국을 부당하게 간섭하면 미국이 개입한다는 '조미 수호조약'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를 이행하고 있느냐"고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미국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담긴 기사 두 건은 을사늑약의 진실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알린 귀중한 기록입니다.

특히 12월 14일 자 기사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건 처음입니다.

[김동진/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한국인들한테 커다란 자극을 주고, 또 희망을 주고 그러면서 하나의 독립운동의 횃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파란 눈'의 독립투사 헐버트는 미국으로 추방된 뒤에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마지막 소원대로 한국 땅에 묻혔습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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