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의원 ‘대주주’ 아들 고지 거부하면 끝…형제는 대상 아냐

입력 2020.11.17 (21:19) 수정 2020.11.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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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 본인은 말 할 것도 없고, 의원의 가족이 대주주인 회사 주식 역시 의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엄정한 심사가 필요한데요,

관련법과 심사 실태를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제도의 허점, 하누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이곳과 관계사 주식 327억여 원어치를 갖고있는 최대주주입니다.

한무경 의원이 속한 상임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 의원 회사 두 곳은 산자부 산하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았고 연구용역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의원은 9월 말, 본인 주식을 농협에 백지신탁 했습니다.

[한무경 의원 업체 관계자 : "(한무경 대표님은 그러면 요즘은 안 내려오세요?) 국회의원 되고 한 번도 안 왔어요."]

그런데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대주주 명단에 아들이 눈에 띕니다.

두 개 업체에 각각 25%와 10%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국회의원 자녀 보유 주식은 의원 본인과 합쳐 3천만 원 이상이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한 의원 아들은 건너뛰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국회 사무처 관계자/음성변조 : "(재산 등록) 고지 거부해서 고지 거부 승인받으면 심사받을 필요가 없는 거죠."]

아들이 대주주여도 재산 등록 거부를 신청해 허가받았으니 신탁이나 처분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한무경/국민의힘 의원 : "자기(아들)가 독립해서 살기 때문에…만약에 법으로 백지신탁 하라고 하면 할 겁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문진석 의원.

지역구 천안에 있는 폐기물처리 업체 대주주로 주식 43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건설 폐기물을 주로 처리해 국토위 소관인 LH와 철도시설공단 등으로부터 용역을 수주한 적이 있습니다.

주식심사 결과는 역시 '직무 관련성 있음'.

문 의원도 본인 소유 주식을 백지신탁 했습니다.

[문진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안 팔리면 (국토위) 그만두려고요. 국토 법안소위는 제가 안 가고 교통 소위로 갔어요."]

그런데 이 회사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최대주주는 문 의원의 형 문 모 씨.

대표이사는 형과 문 의원 등 형제들이 돌아가며 맡아 왔습니다.

[문광일/문진석 민주당 의원 동생 : "(문 의원 주식 매각은) 어려운 얘기죠, 이 회사 전체 형제들이 팔지 않는 이상. (지금 대표님이 등기를 보니까) 문○○, 둘째 형님이죠."]

사실상 형제가 공동 경영해 온 회사인데, 형이 보유한 지분은 매각하거나 신탁할 의무가 없습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 : "(심사할 방도가 없는 거네요?) 형제 같은 경우도 별개 재산이니까 상관이 없는 거죠."]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인 가족, 그러니까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만 백지신탁 심사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주식 백지신탁은 의원이 상임위 활동을 이용해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가 이익을 보게 할 가능성을 봉쇄합니다.

문제는 본인이 아니라 자녀나 형제가 대주주인 회사, 즉 가족 회삽니다.

앞서 보신 한무경, 문진석 의원은 본인 주식은 법대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아들과 형제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의정 활동을 계속한다면 이해 충돌로부터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행법으로는 이를 차단하기 힘듭니다.

자녀나 부모가 의원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을 갖고 있어도 '공직자 재산 등록'때 신고를 거부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으면 주식 처분을 안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재산 신고 거부를 허가받는 조건은 간단합니다.

1년 이상 따로 거주하고 일정액 이상 소득이 있으면 됩니다.

자녀나 부모 말고 형제자매 명의로 보유한 주식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공직자 재산 등록 때 형제는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형제도 재산 신고해서 심사받게 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는데 사생활 침해 이유 등으로 폐기됐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자녀든 형제든 독립 생계자라면, 현행법상, 국회 차원에서는 제재 기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국회의원이 스스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김재현/그래픽:고석훈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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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의원 ‘대주주’ 아들 고지 거부하면 끝…형제는 대상 아냐
    • 입력 2020-11-17 21:18:59
    • 수정2020-11-17 22:05:02
    뉴스 9
[앵커]

국회의원 본인은 말 할 것도 없고, 의원의 가족이 대주주인 회사 주식 역시 의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엄정한 심사가 필요한데요,

관련법과 심사 실태를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제도의 허점, 하누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북 경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이곳과 관계사 주식 327억여 원어치를 갖고있는 최대주주입니다.

한무경 의원이 속한 상임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 의원 회사 두 곳은 산자부 산하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았고 연구용역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의원은 9월 말, 본인 주식을 농협에 백지신탁 했습니다.

[한무경 의원 업체 관계자 : "(한무경 대표님은 그러면 요즘은 안 내려오세요?) 국회의원 되고 한 번도 안 왔어요."]

그런데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대주주 명단에 아들이 눈에 띕니다.

두 개 업체에 각각 25%와 10% 주식을 보유 중입니다.

국회의원 자녀 보유 주식은 의원 본인과 합쳐 3천만 원 이상이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한 의원 아들은 건너뛰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국회 사무처 관계자/음성변조 : "(재산 등록) 고지 거부해서 고지 거부 승인받으면 심사받을 필요가 없는 거죠."]

아들이 대주주여도 재산 등록 거부를 신청해 허가받았으니 신탁이나 처분 의무가 없다는 겁니다.

[한무경/국민의힘 의원 : "자기(아들)가 독립해서 살기 때문에…만약에 법으로 백지신탁 하라고 하면 할 겁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문진석 의원.

지역구 천안에 있는 폐기물처리 업체 대주주로 주식 43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건설 폐기물을 주로 처리해 국토위 소관인 LH와 철도시설공단 등으로부터 용역을 수주한 적이 있습니다.

주식심사 결과는 역시 '직무 관련성 있음'.

문 의원도 본인 소유 주식을 백지신탁 했습니다.

[문진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안 팔리면 (국토위) 그만두려고요. 국토 법안소위는 제가 안 가고 교통 소위로 갔어요."]

그런데 이 회사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최대주주는 문 의원의 형 문 모 씨.

대표이사는 형과 문 의원 등 형제들이 돌아가며 맡아 왔습니다.

[문광일/문진석 민주당 의원 동생 : "(문 의원 주식 매각은) 어려운 얘기죠, 이 회사 전체 형제들이 팔지 않는 이상. (지금 대표님이 등기를 보니까) 문○○, 둘째 형님이죠."]

사실상 형제가 공동 경영해 온 회사인데, 형이 보유한 지분은 매각하거나 신탁할 의무가 없습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 : "(심사할 방도가 없는 거네요?) 형제 같은 경우도 별개 재산이니까 상관이 없는 거죠."]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인 가족, 그러니까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만 백지신탁 심사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주식 백지신탁은 의원이 상임위 활동을 이용해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가 이익을 보게 할 가능성을 봉쇄합니다.

문제는 본인이 아니라 자녀나 형제가 대주주인 회사, 즉 가족 회삽니다.

앞서 보신 한무경, 문진석 의원은 본인 주식은 법대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아들과 형제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의정 활동을 계속한다면 이해 충돌로부터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행법으로는 이를 차단하기 힘듭니다.

자녀나 부모가 의원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을 갖고 있어도 '공직자 재산 등록'때 신고를 거부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으면 주식 처분을 안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재산 신고 거부를 허가받는 조건은 간단합니다.

1년 이상 따로 거주하고 일정액 이상 소득이 있으면 됩니다.

자녀나 부모 말고 형제자매 명의로 보유한 주식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공직자 재산 등록 때 형제는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형제도 재산 신고해서 심사받게 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는데 사생활 침해 이유 등으로 폐기됐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자녀든 형제든 독립 생계자라면, 현행법상, 국회 차원에서는 제재 기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국회의원이 스스로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KBS 뉴스 하누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김재현/그래픽:고석훈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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