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피자가게 직원의 작은 거짓말에 남호주 전역 봉쇄령

입력 2020.1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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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주 주 전역에 6일간 강력한 봉쇄령

호주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 정부는 지난 수요일(18일)부터 6일 기한으로 주 전역에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주민들의 외출이 전면 금지됐고 학교와 식당, 카페는 모두 문을 닫고 결혼식과 장례식도 금지됐습니다. 4월 이후 처음으로 지역 감염자가 발생해 3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급속한 확산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 피자가게 직원의 진술에 주 봉쇄령 결정

주 정부가 시민들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봉쇄령을 내린 것은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한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의 진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인근 호텔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피자 가게에서도 여러 번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다른 경비원으로부터 감염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역학조사 과정에서는 피자 가게에서 일한 사실을 숨겼습니다. 대신 손님으로 매장을 방문해 포장된 피자를 들고 나갔을 뿐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봉쇄된 호주 아델레이드 시 거리 봉쇄된 호주 아델레이드 시 거리

■ 피자가게서 일한 사실 숨기고 손님으로 다녀갔다고 거짓말

피자 가게에서 일하다 다른 직원에 의해 감염된 것과 손님으로 가게를 잠깐 방문했다 감염된 것은 방역 당국으로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주 정부는 이 직원의 거짓말에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매장에 잠깐 들러 피자를 들고 나갔는데 코로나 19에 확진됐다면 이 피자가게를 통해 이미 일반인들에게 광범위하게 바이러스 확산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는 이 피자 가게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주 전체를 대상으로 6일 동안 강력한 봉쇄조치를 단행했습니다.

■ 탄로 난 거짓말…. 봉쇄조치로 엄청난 피해

이 거짓말은 3일 만에 탄로가 났습니다. 손님으로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경비원과의 밀접 접촉으로 감염이 이뤄졌음이 확인되자 주 정부와 시민들은 분개했습니다. 피자가게에 대한 일반 시민의 보복을 대비해 경찰 인력 배치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직원이 일하던 피자가게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직원이 일하던 피자가게

스티븐 마샬 주 총리가 "단순히 화가 났다는 표현은 매우 정제된 표현이다"라며 "한 개인의 이기적 행동으로 우리 주 전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무책임한 거짓말을 비난했습니다. 주 정부는 6일 봉쇄령을 사흘만인 토요일부터 풀기로 했지만 이미 봉쇄조치로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본 뒤였습니다.

■ 방역 모범국 호주를 한순간에 뒤흔든 사건

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검사와 신속한 역학조사로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며 최근 지역감염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봉쇄령이 내려졌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인근에 있는 빅토리아주는 21일 연속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회견 하는 스트븐 마샬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총리기자회견 하는 스트븐 마샬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총리

스티븐 마샬 주 총리는 확진자가 피자가게에서 일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밝혀냈다면 봉쇄령이 발동되는 데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봉쇄령 결정은 당시로써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 호주서는 방역과정 거짓말 처벌 못 해

국내에서는 지난 5월 코로나 19에 걸린 뒤 역학 조사 과정에서 직업과 동선 등을 속여 연쇄 감염을 일으킨 인천 학원 강사가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학조사 과정에서 한 거짓말을 한 호주의 피자가게 직원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법이 있긴 하지만 역학조사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진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을 때 대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거짓말을 처벌할 메커니즘(mechanism)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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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1 07: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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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주 주 전역에 6일간 강력한 봉쇄령

호주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 정부는 지난 수요일(18일)부터 6일 기한으로 주 전역에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주민들의 외출이 전면 금지됐고 학교와 식당, 카페는 모두 문을 닫고 결혼식과 장례식도 금지됐습니다. 4월 이후 처음으로 지역 감염자가 발생해 3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급속한 확산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 피자가게 직원의 진술에 주 봉쇄령 결정

주 정부가 시민들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봉쇄령을 내린 것은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한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의 진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인근 호텔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피자 가게에서도 여러 번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다른 경비원으로부터 감염됐습니다. 그러나 그는 역학조사 과정에서는 피자 가게에서 일한 사실을 숨겼습니다. 대신 손님으로 매장을 방문해 포장된 피자를 들고 나갔을 뿐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봉쇄된 호주 아델레이드 시 거리
■ 피자가게서 일한 사실 숨기고 손님으로 다녀갔다고 거짓말

피자 가게에서 일하다 다른 직원에 의해 감염된 것과 손님으로 가게를 잠깐 방문했다 감염된 것은 방역 당국으로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주 정부는 이 직원의 거짓말에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매장에 잠깐 들러 피자를 들고 나갔는데 코로나 19에 확진됐다면 이 피자가게를 통해 이미 일반인들에게 광범위하게 바이러스 확산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는 이 피자 가게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주 전체를 대상으로 6일 동안 강력한 봉쇄조치를 단행했습니다.

■ 탄로 난 거짓말…. 봉쇄조치로 엄청난 피해

이 거짓말은 3일 만에 탄로가 났습니다. 손님으로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경비원과의 밀접 접촉으로 감염이 이뤄졌음이 확인되자 주 정부와 시민들은 분개했습니다. 피자가게에 대한 일반 시민의 보복을 대비해 경찰 인력 배치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직원이 일하던 피자가게
스티븐 마샬 주 총리가 "단순히 화가 났다는 표현은 매우 정제된 표현이다"라며 "한 개인의 이기적 행동으로 우리 주 전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무책임한 거짓말을 비난했습니다. 주 정부는 6일 봉쇄령을 사흘만인 토요일부터 풀기로 했지만 이미 봉쇄조치로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본 뒤였습니다.

■ 방역 모범국 호주를 한순간에 뒤흔든 사건

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검사와 신속한 역학조사로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며 최근 지역감염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봉쇄령이 내려졌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인근에 있는 빅토리아주는 21일 연속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회견 하는 스트븐 마샬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총리
스티븐 마샬 주 총리는 확진자가 피자가게에서 일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밝혀냈다면 봉쇄령이 발동되는 데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봉쇄령 결정은 당시로써는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 호주서는 방역과정 거짓말 처벌 못 해

국내에서는 지난 5월 코로나 19에 걸린 뒤 역학 조사 과정에서 직업과 동선 등을 속여 연쇄 감염을 일으킨 인천 학원 강사가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학조사 과정에서 한 거짓말을 한 호주의 피자가게 직원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법이 있긴 하지만 역학조사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진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을 때 대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거짓말을 처벌할 메커니즘(mechanism)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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