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왜 거기서”…공공기관장, 자문기업 ‘셀프 심사’ 의혹

입력 2020.11.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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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차세대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 조감도서울시의 차세대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 조감도

냉난방 시스템과 스마트폰 충전기, 무료 와이파이, 공기청정기까지 설치된 이곳, 바로 버스 정류소입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의 낡고 오래된 버스정류소를 IT 기술을 도입한 차세대 버스 정류장으로 개선하기로 하고, 올해 예산 50억 원가량을 들어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스마트 쉘터' 사업입니다.

지난 5일(11월 5일) KBS는 이 '스마트 쉘터'를 설치하는 서울 광역환승정류소 사업에 대한 부실·졸속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구조나 면적이 완전히 다른 서로 다른 세 곳에 설치될 정류소의 투자심사 의뢰서가 숫자 하나, 오타 하나까지도 똑같고 투자심사위원회 결과를 무시한 채 실시설계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연관기사] 서울시의 수상한 버스 정류장 사업…3곳 의뢰서 금액에 오타까지 똑같아 (2020. 11. 05, KBS1 뉴스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2029

그런데 이번에는 이 '스마트 쉘터'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참여한 업체들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들어왔다는 내용인데, 이 심사위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으며 이 기관장을 지난 1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 '선정업체와 특수관계' 의혹

서울시는 올해 10월 14일 '스마트 쉘터' 사업자 공고를 냈습니다. 1개소당 5억 원씩, 모두 5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동시에 심사위원을 뽑는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최종 선정된 심사위원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연구원 A 원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A 원장이 심사에 참여한 업체와 특수한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이 원장이 이번 공모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와 나눈 SNS 대화 내용을 볼까요. A 원장이 한 업체와 함께 정류장 제작 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2주간 이 업체와 토요 회의를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던 날은 평일이었던 만큼 연차 휴가를 내서 다녀올 만큼 신경을 썼습니다.

A 원장이 업체 관계자와 나눈 SNS 대화 메시지A 원장이 업체 관계자와 나눈 SNS 대화 메시지

A 원장은 이에 대해 "해당 업체 대표와 함께 공장을 방문한 것도 맞고 자주 만나서 기술 얘기, 사는 얘기 등을 하는 것은 맞지만 공식 자문 계약을 맺거나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은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A 원장과 동행했던 업체는 이번 공모에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 A 원장, "난 오히려 탈락업체와 이해관계"

그런데 A 원장은 KBS 취재진에 '본인은 오히려 이번 공모에서 탈락한 업체와 이해 관계가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기관에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1년 가까이 이번 공모에서 2등으로 탈락한 업체의 관련 회사와 공식 자문 계약을 맺었다는 겁니다. 한 달에 백만 원씩, 모두 합쳐 수백만 원의 자문료도 받았습니다.

A 원장은 “선정 업체로부터 받은 금전적 대가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A 원장은 “선정 업체로부터 받은 금전적 대가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선정 업체와 탈락 업체까지 총 2곳의 업체와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A 원장은 "양심적으로 공정하게 심사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고, 두 회사에 거의 비슷한 점수를 준 만큼 나 때문에 당락이 갈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A 원장이 심사 당일 대기실에서 본인을 아는 체하는 업체 관계자에게 "심사장에서는 나를 모른 척해 달라"고 당부한 것을 보면 본인이 심사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서울시 책임 없나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 원장에 대해서는 이달 1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서울시의 해당 사업 담당 부서는 업체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뽑으며,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이해 충돌 여지가 있으면 선정된 심사위원에게 스스로 심사를 포기하도록 하는 '기피 신청' 절차도 안내하는 만큼 사업자 공모 과정에 서울시 책임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모가 뜨기 한 달 전 A 원장이 '서울시 공고가 아직 안 뜬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에 "원래 계획 대비 일부 변경이 생겨 공고를 일단 중지시켰다"고 말하며 본인의 영향력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점, 사전규격 공고 당시 공모에 참여하려던 기업 상당수가 '특정 업체 외에는 참여할 수 없는 자격조건'이라고 항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기사] 서울시의 수상한 버스 정류장 사업…3곳 의뢰서 금액에 오타까지 똑같아 (2020. 11. 05, KBS1 뉴스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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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장님이 왜 거기서”…공공기관장, 자문기업 ‘셀프 심사’ 의혹
    • 입력 2020-11-24 13:30:48
    취재K
서울시의 차세대 버스정류장 ‘스마트쉘터’ 조감도
냉난방 시스템과 스마트폰 충전기, 무료 와이파이, 공기청정기까지 설치된 이곳, 바로 버스 정류소입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의 낡고 오래된 버스정류소를 IT 기술을 도입한 차세대 버스 정류장으로 개선하기로 하고, 올해 예산 50억 원가량을 들어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스마트 쉘터' 사업입니다.

지난 5일(11월 5일) KBS는 이 '스마트 쉘터'를 설치하는 서울 광역환승정류소 사업에 대한 부실·졸속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구조나 면적이 완전히 다른 서로 다른 세 곳에 설치될 정류소의 투자심사 의뢰서가 숫자 하나, 오타 하나까지도 똑같고 투자심사위원회 결과를 무시한 채 실시설계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연관기사] 서울시의 수상한 버스 정류장 사업…3곳 의뢰서 금액에 오타까지 똑같아 (2020. 11. 05, KBS1 뉴스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2029

그런데 이번에는 이 '스마트 쉘터'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참여한 업체들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물이 심사위원으로 들어왔다는 내용인데, 이 심사위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으며 이 기관장을 지난 1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 '선정업체와 특수관계' 의혹

서울시는 올해 10월 14일 '스마트 쉘터' 사업자 공고를 냈습니다. 1개소당 5억 원씩, 모두 50억 원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동시에 심사위원을 뽑는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최종 선정된 심사위원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연구원 A 원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A 원장이 심사에 참여한 업체와 특수한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이 원장이 이번 공모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와 나눈 SNS 대화 내용을 볼까요. A 원장이 한 업체와 함께 정류장 제작 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 2주간 이 업체와 토요 회의를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던 날은 평일이었던 만큼 연차 휴가를 내서 다녀올 만큼 신경을 썼습니다.

A 원장이 업체 관계자와 나눈 SNS 대화 메시지
A 원장은 이에 대해 "해당 업체 대표와 함께 공장을 방문한 것도 맞고 자주 만나서 기술 얘기, 사는 얘기 등을 하는 것은 맞지만 공식 자문 계약을 맺거나 금전적 대가를 받은 것은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A 원장과 동행했던 업체는 이번 공모에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 A 원장, "난 오히려 탈락업체와 이해관계"

그런데 A 원장은 KBS 취재진에 '본인은 오히려 이번 공모에서 탈락한 업체와 이해 관계가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기관에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 1년 가까이 이번 공모에서 2등으로 탈락한 업체의 관련 회사와 공식 자문 계약을 맺었다는 겁니다. 한 달에 백만 원씩, 모두 합쳐 수백만 원의 자문료도 받았습니다.

A 원장은 “선정 업체로부터 받은 금전적 대가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선정 업체와 탈락 업체까지 총 2곳의 업체와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A 원장은 "양심적으로 공정하게 심사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고, 두 회사에 거의 비슷한 점수를 준 만큼 나 때문에 당락이 갈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A 원장이 심사 당일 대기실에서 본인을 아는 체하는 업체 관계자에게 "심사장에서는 나를 모른 척해 달라"고 당부한 것을 보면 본인이 심사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서울시 책임 없나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 원장에 대해서는 이달 1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서울시의 해당 사업 담당 부서는 업체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심사위원을 뽑으며,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이해 충돌 여지가 있으면 선정된 심사위원에게 스스로 심사를 포기하도록 하는 '기피 신청' 절차도 안내하는 만큼 사업자 공모 과정에 서울시 책임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공모가 뜨기 한 달 전 A 원장이 '서울시 공고가 아직 안 뜬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에 "원래 계획 대비 일부 변경이 생겨 공고를 일단 중지시켰다"고 말하며 본인의 영향력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점, 사전규격 공고 당시 공모에 참여하려던 기업 상당수가 '특정 업체 외에는 참여할 수 없는 자격조건'이라고 항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고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기사] 서울시의 수상한 버스 정류장 사업…3곳 의뢰서 금액에 오타까지 똑같아 (2020. 11. 05, KBS1 뉴스9)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4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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