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플라스틱 대란’…사용 줄이기부터

입력 2020.11.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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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자원순환센터 내 재활용 선별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더미.강릉시 자원순환센터 내 재활용 선별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더미.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 같은 대다수 것들이 멀어진 줄만 알았는데, 단 하나, 코로나19 때문에 진정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온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인데요.

집 밖을 나서기 어려워진 사람들 덕에 플라스틱이 기반이 된 배달과 포장 문화는 또 다른 일상이 됐고, 심지어 감염 우려로 식음료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다시 허용된 지도 벌써 이달(11월) 기준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얼마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최근 강원도 강릉시의 재활용 선별장이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그야말로 '쓰레기 대란'이 날 뻔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플라스틱 쓰레기 포화 상태…'쓰레기 대란' 현실될 뻔

강릉시 자원순환센터 안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을 찾았습니다. 페트병부터 일회용 포장 용기, 플라스틱 컵까지.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선별장 내 플라스틱 보관 용량은 최대 9백 ㎥. 김동관 강릉시 재활용담당은 "이달(11월) 중순까지 거의 8백 ㎥ 에 육박했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더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였다면,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할 공간도 부족할 정도였다는 겁니다.

결국, 그렇게 재활용 쓰레기가 선별도 되지 못한 채 쌓여갔다면, 강릉시 내 쓰레기 대란이 현실이 될 뻔했다는 얘깁니다.

잔뜩 쌓인 재활용 쓰레기들과 이를 분류 중인 작업자들 모습.잔뜩 쌓인 재활용 쓰레기들과 이를 분류 중인 작업자들 모습.

실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강릉시 플라스틱 처리량은 586여 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강릉시의 설명입니다.

사정이 이럴진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가야 할 재활용 수거업체는 선별장을 제때 찾지 않았습니다.

수거차 방문 횟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위기감을 느낀 강릉시는 급하게 수거업체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습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야적량은 500 ㎥ 밑으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 "수거해 가도 팔 데 없어"…코로나19가 가져온 재활용산업 침체

왜 수거업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지러 오지 않았던 걸까. 수거를 해 가도 팔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등 플라스틱 수출길이 막힌 뒤, 코로나19로 다른 국외 시장까지 문을 닫았습니다.

플라스틱 재생원료 공장과 같은 국내 판매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강릉시 담당 플라스틱 수거업체 대표인 함종덕 씨는 "재생원료 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잘 안 가져가고, 단가도 많이 인하됐다"며 "우리 재고도 예전 15톤 정도에서 20톤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재활용 수거업체.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재활용 수거업체.

문제의 심각성은 환경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공공시설 처리 기준)은 5,08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PET) 재생원료의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월 평균 17,605톤에서 올해 4월 12,997톤까지 떨어졌습니다. ㎏당 단가도 지난해 평균 850원에서 올해 500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재활용 수거업체와 지자체, 그 밖의 재활용산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 모두 플라스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겁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 중인 모습.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 중인 모습.

■ 공공비축·저가 플라스틱 수입 제한·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정부도 나서고 있습니다. 가공된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정부가 매입했다가 업체에 되파는, 이른바 '공공 비축'을 올해 5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강릉과 유사한 형태의 '수거 거부'를 사전에 막기 위해섭니다.

이에 따라, 재고량 1만 8천 톤 가운데 1만 톤을 선매입했었는데, 일부는 되팔고 이달 말 기준 3천여 톤만 보관 중입니다. 앞으로도 재활용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공공비축 창고 확충과 운영 지원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동남아 등 해외에서 저가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수입도 제한하고 있고요.

다음 달 25일부터 공동주택에 한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하는 등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투명 페트병은 의류나 가방 등을 만드는 섬유 원료로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강릉도 올해 10월부터 시범 사업차 투명 페트병을 모아, 한 야외 의류업체에 섬유 재료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12월부터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안 됩니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진행되지만, 아직 뾰족한 해답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가장 절실한 건데요. 환경부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다음 달인 12월부터 다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지역은 무조건 금지, 1.5단계에서 2.5단계까지도 원칙상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됩니다. 단, 고객이 요구할 때만 제공할 수 있고요. 거리 두기 3단계가 돼야 일회용품 사용을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일회용 컵 다음 달부터 금지


여기서 더 나아가, 환경부는 최근 스타벅스 등 15개 커피전문점, 그리고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 4곳과 플라스틱 컵·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협약도 맺었습니다.

내년에는 일회용 종이컵도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 사실 이런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달가워하지 않을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강릉 커피 거리에서 취재진이 만났던 한 시민도 "많은 사람이 같이 썼고, 아무리 씻었대도 좀 찝찝하다"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우려로 실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했던 것이기도 하죠.

'카페 안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가 다음 달인 12월부터 다시 시행된다.'카페 안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가 다음 달인 12월부터 다시 시행된다.

하지만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19와 쓰레기 대란, 모두를 막기 위해선 우리가 모두 함께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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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불러온 ‘플라스틱 대란’…사용 줄이기부터
    • 입력 2020-11-27 18:56:28
    취재K
강릉시 자원순환센터 내 재활용 선별장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더미.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 같은 대다수 것들이 멀어진 줄만 알았는데, 단 하나, 코로나19 때문에 진정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온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인데요.

집 밖을 나서기 어려워진 사람들 덕에 플라스틱이 기반이 된 배달과 포장 문화는 또 다른 일상이 됐고, 심지어 감염 우려로 식음료 매장 안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다시 허용된 지도 벌써 이달(11월) 기준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얼마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최근 강원도 강릉시의 재활용 선별장이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그야말로 '쓰레기 대란'이 날 뻔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플라스틱 쓰레기 포화 상태…'쓰레기 대란' 현실될 뻔

강릉시 자원순환센터 안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을 찾았습니다. 페트병부터 일회용 포장 용기, 플라스틱 컵까지.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선별장 내 플라스틱 보관 용량은 최대 9백 ㎥. 김동관 강릉시 재활용담당은 "이달(11월) 중순까지 거의 8백 ㎥ 에 육박했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더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였다면,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할 공간도 부족할 정도였다는 겁니다.

결국, 그렇게 재활용 쓰레기가 선별도 되지 못한 채 쌓여갔다면, 강릉시 내 쓰레기 대란이 현실이 될 뻔했다는 얘깁니다.

잔뜩 쌓인 재활용 쓰레기들과 이를 분류 중인 작업자들 모습.
실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강릉시 플라스틱 처리량은 586여 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강릉시의 설명입니다.

사정이 이럴진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가야 할 재활용 수거업체는 선별장을 제때 찾지 않았습니다.

수거차 방문 횟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위기감을 느낀 강릉시는 급하게 수거업체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습니다. 그 결과 플라스틱 야적량은 500 ㎥ 밑으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 "수거해 가도 팔 데 없어"…코로나19가 가져온 재활용산업 침체

왜 수거업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지러 오지 않았던 걸까. 수거를 해 가도 팔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등 플라스틱 수출길이 막힌 뒤, 코로나19로 다른 국외 시장까지 문을 닫았습니다.

플라스틱 재생원료 공장과 같은 국내 판매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강릉시 담당 플라스틱 수거업체 대표인 함종덕 씨는 "재생원료 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잘 안 가져가고, 단가도 많이 인하됐다"며 "우리 재고도 예전 15톤 정도에서 20톤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재활용 수거업체.
문제의 심각성은 환경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공공시설 처리 기준)은 5,08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PET) 재생원료의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월 평균 17,605톤에서 올해 4월 12,997톤까지 떨어졌습니다. ㎏당 단가도 지난해 평균 850원에서 올해 500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재활용 수거업체와 지자체, 그 밖의 재활용산업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 모두 플라스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겁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 중인 모습.
■ 공공비축·저가 플라스틱 수입 제한·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정부도 나서고 있습니다. 가공된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정부가 매입했다가 업체에 되파는, 이른바 '공공 비축'을 올해 5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강릉과 유사한 형태의 '수거 거부'를 사전에 막기 위해섭니다.

이에 따라, 재고량 1만 8천 톤 가운데 1만 톤을 선매입했었는데, 일부는 되팔고 이달 말 기준 3천여 톤만 보관 중입니다. 앞으로도 재활용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공공비축 창고 확충과 운영 지원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동남아 등 해외에서 저가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수입도 제한하고 있고요.

다음 달 25일부터 공동주택에 한해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하는 등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투명 페트병은 의류나 가방 등을 만드는 섬유 원료로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강릉도 올해 10월부터 시범 사업차 투명 페트병을 모아, 한 야외 의류업체에 섬유 재료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12월부터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안 됩니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진행되지만, 아직 뾰족한 해답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가장 절실한 건데요. 환경부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다음 달인 12월부터 다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지역은 무조건 금지, 1.5단계에서 2.5단계까지도 원칙상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됩니다. 단, 고객이 요구할 때만 제공할 수 있고요. 거리 두기 3단계가 돼야 일회용품 사용을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일회용 컵 다음 달부터 금지


여기서 더 나아가, 환경부는 최근 스타벅스 등 15개 커피전문점, 그리고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 4곳과 플라스틱 컵·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협약도 맺었습니다.

내년에는 일회용 종이컵도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 사실 이런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달가워하지 않을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강릉 커피 거리에서 취재진이 만났던 한 시민도 "많은 사람이 같이 썼고, 아무리 씻었대도 좀 찝찝하다"며 불안감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우려로 실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했던 것이기도 하죠.

'카페 안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가 다음 달인 12월부터 다시 시행된다.
하지만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19와 쓰레기 대란, 모두를 막기 위해선 우리가 모두 함께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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