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대신 조기 전역?…코로나19가 바꾼 군생활

입력 2020.11.28 (08:00) 수정 2020.11.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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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날짜 받아놨는데...또 못 나가요?"

5월에 육군에 입대한 A 일병. 지난달 말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입대한 지 179일 만이었습니다. 신병 위로 휴가는 대개 입대 후 2~3개월 안에 나오는데, 6개월 만에 겨우 나온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입대한 B 병장은 지난 19일 '조기 전역'했습니다. 다음 달 12일인 전역일을 약 한 달 앞두고 '미복귀 전역 전 휴가'를 쓴 것입니다. 휴가가 끝나면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바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갑니다.

1년 전만 해도 흔하지 않은 상황들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코로나19로 장병들의 휴가가 전면 통제됐다 해제되기를 반복하면서 시기가 맞지 않거나 휴가 순서가 밀려 제때 휴가를 가지 못하는 병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육군의 경우 18개월의 복무 기간에 정기휴가(연가)만 24일인데 포상휴가와 위로 휴가 등을 합하면 휴가 일수는 더 늘어납니다. "전역일을 한 달 이상 앞두고 '미복귀 전역 전 휴가'를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장병 휴가 전면통제...올해 벌써 세 번째


병사들은 올해 들어 9달 동안 거의 갇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월, 군은 처음으로 모든 장병에 대한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를 전면 통제했습니다.

정부가 방역지침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5월 8일부터 전면 통제는 해제됐지만 이태원 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5월 10일부터 다시 일부 제한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부대에 대해 휴가와 외출이 전면 통제된 겁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양상을 보이던 8월, 군은 다시 모든 장병의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를 전면 통제했습니다. 원래 2주간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추석 연휴를 지나서까지 이어졌습니다.

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전면 통제는 풀렸지만, 군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에 거주하는 장병의 휴가는 연기를 권고했습니다.

이러던 중 이번 주에만 강원도 철원 육군부대와 경기도 연천 육군 신병교육대 두 곳에서 모두 1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군은 26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인 '군내(軍 內) 거리 두기 2.5'단계를 발령하고 다시 휴가와 외출을 전면 통제했습니다.

시한은 다음 달 7일까지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연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군 관계자는 "휴가를 통제한 효과는 3~4주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추가 통제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트윈데믹' 우려에…軍 "지침 어기고 코로나19 걸리면 엄중 문책"


군은 지금까지 정부지침보다 더 엄격한 방역지침을 내려왔습니다. 공동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환자가 발생하면 확산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도 "젊기 때문에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는 조기 발견이 어렵고, 훈련 등의 활동을 통해 비말 전파가 쉬운 상황들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군에서 시행하는 마스크 지침만 해도 훈련할 때는 물론이고 생활관에서도 착용하게 돼 있습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입영 장정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입대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오히려 늘자 군은 엄격한 방역지침과 장병들의 지침 준수를 더욱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마스크의 경우 턱에만 마스크를 걸치는 이른바 '턱스크'를 착용해 주변 장병들에게 전파시키는 사례를 막겠다는 식입니다.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을 위반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다른 부대원에게 전파한 장병에 대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군은 겨울철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트위+팬데믹) 등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군 대구병원과 대전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할 준비를 마쳤고 1인 격리시설과 생활치료센터도 확보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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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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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8 08:00:23
    • 수정2020-11-28 08:44:01
    취재K
"휴가 날짜 받아놨는데...또 못 나가요?"

5월에 육군에 입대한 A 일병. 지난달 말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입대한 지 179일 만이었습니다. 신병 위로 휴가는 대개 입대 후 2~3개월 안에 나오는데, 6개월 만에 겨우 나온 것입니다.

지난해 5월 입대한 B 병장은 지난 19일 '조기 전역'했습니다. 다음 달 12일인 전역일을 약 한 달 앞두고 '미복귀 전역 전 휴가'를 쓴 것입니다. 휴가가 끝나면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바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갑니다.

1년 전만 해도 흔하지 않은 상황들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코로나19로 장병들의 휴가가 전면 통제됐다 해제되기를 반복하면서 시기가 맞지 않거나 휴가 순서가 밀려 제때 휴가를 가지 못하는 병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육군의 경우 18개월의 복무 기간에 정기휴가(연가)만 24일인데 포상휴가와 위로 휴가 등을 합하면 휴가 일수는 더 늘어납니다. "전역일을 한 달 이상 앞두고 '미복귀 전역 전 휴가'를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장병 휴가 전면통제...올해 벌써 세 번째


병사들은 올해 들어 9달 동안 거의 갇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월, 군은 처음으로 모든 장병에 대한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를 전면 통제했습니다.

정부가 방역지침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5월 8일부터 전면 통제는 해제됐지만 이태원 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5월 10일부터 다시 일부 제한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부대에 대해 휴가와 외출이 전면 통제된 겁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양상을 보이던 8월, 군은 다시 모든 장병의 휴가와 외출, 외박, 면회를 전면 통제했습니다. 원래 2주간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추석 연휴를 지나서까지 이어졌습니다.

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전면 통제는 풀렸지만, 군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에 거주하는 장병의 휴가는 연기를 권고했습니다.

이러던 중 이번 주에만 강원도 철원 육군부대와 경기도 연천 육군 신병교육대 두 곳에서 모두 1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군은 26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인 '군내(軍 內) 거리 두기 2.5'단계를 발령하고 다시 휴가와 외출을 전면 통제했습니다.

시한은 다음 달 7일까지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연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군 관계자는 "휴가를 통제한 효과는 3~4주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추가 통제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트윈데믹' 우려에…軍 "지침 어기고 코로나19 걸리면 엄중 문책"


군은 지금까지 정부지침보다 더 엄격한 방역지침을 내려왔습니다. 공동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환자가 발생하면 확산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도 "젊기 때문에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는 조기 발견이 어렵고, 훈련 등의 활동을 통해 비말 전파가 쉬운 상황들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군에서 시행하는 마스크 지침만 해도 훈련할 때는 물론이고 생활관에서도 착용하게 돼 있습니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입영 장정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입대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오히려 늘자 군은 엄격한 방역지침과 장병들의 지침 준수를 더욱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마스크의 경우 턱에만 마스크를 걸치는 이른바 '턱스크'를 착용해 주변 장병들에게 전파시키는 사례를 막겠다는 식입니다.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을 위반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다른 부대원에게 전파한 장병에 대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군은 겨울철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트위+팬데믹) 등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군 대구병원과 대전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할 준비를 마쳤고 1인 격리시설과 생활치료센터도 확보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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