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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사라진다고?”…차별금지법 10년, 지금 영국은?
입력 2020.11.28 (08:00) 수정 2020.11.28 (08:03) 취재K
영국의 평등법영국의 평등법

■ '컴퓨터의 아버지'를 동성애 이유로 처벌했던 나라

영국은 지난해 50파운드 지폐에 새겨질 인물로 앨런 튜링을 선정했습니다. 마거릿 대처도, 스티븐 호킹도 제쳤습니다. 천재 수학자였던 그는 '컴퓨터'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인물이며,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도 불립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 기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952년 그를 체포해, 약물을 이용해 정체성을 강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2년 뒤 그는 독약을 넣은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의 일기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2014년 개봉해 호평을 받기도 했죠. 영국은 2016년 그를 포함해 과거 동성애로 처벌받았던 수천 명의 영국인 남성을 사후(死後) 사면했습니다.

■ 가장 상세하고 구체적인 차별금지법, 영국의 '평등법'

그랬던 영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상세하고 구체적인 차별금지법, '평등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흩어져 있던 개별적인 차별금지 법안들을 한데 모아 2010년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올해로 이 '평등법'을 맞이한 지 10년째입니다.

KBS는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과 함께, 지난 24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닉 메터(Nick Mehta) 주한 영국 부대사를 만나 영국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영국의 평등법 입법 과정은 어땠습니까. (이하 장혜영 의원)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문제에 관해 토론과 토의를 장려합니다. 평등법을 구상하는 데만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여기에는 의회의 상하원에서의 토론 기간은 물론 국민의 의견수렴 기간도 포함됩니다.

물론 다른 모든 법률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무엇이 포함되고 그것이 특정 집단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금지될 것을 우려한 부분이라던가, 힌두인들이 디왈리를 기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거나 혹은 유대인들이 하누카를 기념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우려들입니다. 정보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법률에 위협을 느껴서 그것을 폄하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평등법이 도입돼도 크리스마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토론과 토의가 벌어지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드러내는 겁니다. 영국민의 대다수는 평등법이 전체 사회에 상당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전반적으로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물론 영국은 완벽한 사회가 아닙니다. 평등법도 완벽한 법률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토대를 제공합니다.


평등법은 이제 10년이 되었고 사람들은 지난 10년간 매년 크리스마스가 금지되지 않는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인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느낀 두려움은 진짜였습니다. 두려움은 위협이 있는 곳에서 온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 법률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시켜야합니다. "

―평등법이나 차별금지법이 개개인의 일상에 대해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는 세밀한 지침을 내리기 위한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반복적으로 존재했던 차별을 사회적으로 다루기 위한 기준과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차별을 민주적으로 다루는 과정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차별받는 시민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는 뜻 같습니다.

■ 평등법 도입하고 성 소수자가 2500% 늘어났다?… "비상식적, 모욕적인 고정관념"

한국에서는 2007년 이후 여러 건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번에도 "영국은 평등법 도입 이후 성 소수자가 2500% 늘었다"는 식의 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논의에 있어 사실과 합리적 추론에 기초한 목소리들도 있지만, 잘못 전해진 정보들 혹은 편견에 의해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영국이 국민들에 대해 이런 데이터를 전혀 수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매우 모욕적이라는 겁니다. 트렌스젠더 공동체의 누군가가 평등법 시행을 근거로 트렌스젠더가 되겠다고 결정했다는 가정은 부적절합니다. 불쾌한 고정관념이며, 이것이 생활방식처럼 선택될 수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LGBT 사람들에게 이것은 생활방식에 관한 선택이 아닙니다. 이들은 법률 제정의 결과로 어떤 것을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느껴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정관념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법률이 시행되었다고 해서 백인이 황인이 되어도 괜찮겠다고 결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과 같은 법률이 하는 일은 사람들이 참다운 자신이 될 수 있는 허가증을 발행하는 겁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듯이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우리 사회에 모든 차별이 사라지느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떻습니까. 평등법 이후의 영국, 차별이 완전히 사라졌습니까?

"간단히 대답하면 아닙니다. 세계에서 최고의 법률, 가장 엄격한 법률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거기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 내 문화가 LGBT나 다른 인종집단 혹은 장애인을 수용하기 위해 적응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동등하게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법률이 시행되어도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겁니다. 법률은 문화적 변화와 젊은이들의 교육과 함께 가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대중문화에서 보이는 소수집단이 매우 드물다는 겁니다.

닉 메터(Nick Mehta) 주한 영국 부대사 닉 메터(Nick Mehta) 주한 영국 부대사

저는 한국 드라마 애청자입니다. 그렇지만 흑인이나 저와 같은 동남아 출신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일상에서 소비하는 대중문화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나 뉴스를 통해서 얻습니다.그래서 저는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사회의 관점을 확대하는 것을 돕는데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

■ 코로나19, 그리고 차별

―이번엔 저희가 굉장히 엄중한, 이렇게 오래갈 줄 예상치 못했던 혹은 예상했던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은 '이미 취약한 사람이 훨씬 취약해진다'는 점이고 재난 상황은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더 불평등하게 만들고 약자들을 더 괴롭게, 가장 먼저 희생시킨다고 하는 점일 텐데요. 차별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일어나는 현실들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정말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 세계는 지난 11개월 동안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감탄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방역은 정말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한국사회와 의료전문가,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한국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 것에 대해 저는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렇지만 지금은 차별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질문하셨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영국 공중보건국의 조사는 인종적 소수집단의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 우리는 모두 사회 내에서 인종평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종적 소수집단이 코로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중의 충격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에서 취약한 사람들, 소수집단이 코로나와 관련해 다수에 의해 어떤 대우를 받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소수집단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식당이나 상점에서 외국인 출입금지라고 종이를 붙였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이 코로나로 인한 위험 때문에 과장되는 것입니다. 위협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내부를 향하고 시야를 넓히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더 내부를 향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을 꺼릴 위험이 있습니다.

다양한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이 있습니다. 이태원 클럽 사건 이후 사회의 관심이 매우 불평등한 방식으로 이들에게 쏟아져서 LGBT 공동체는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이든 영국이든 이것은 모든 사회에 도전이 될 거라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 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법이 없다면…

―만약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도입돼 있었다면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영국에서는 평등법이 도입돼 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일어났을 때 시민을 보호했나요?

"법률 자체만으로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법률이 없다면 기반도 없습니다. 그리고 소수집단에 법률은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고유의 특성 때문에 차별받거나 희롱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면 법률이 여러분을 보호해 줄 거라는 확신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진정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 문화적 변화. 그리고 더 넓은 미디어에서 이러한 집단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태어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법률이 없이는, 어떤 종류의 법도 없다면 소수집단은 취약한 채로 남겨질 겁니다. "

지난 6월 국가인권위의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의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3월 같은 조사에 비해 1년 사이 찬성 비율이 15.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당시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시대에 누구든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는 점을 인권위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언급했습니다.

"저도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이 그렇게 높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이해도 되고 설명도 됩니다. 차별금지법은 소수집단만 보호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를 보호하고, 안전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법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반발도 있을 겁니다. 영국의 경험을 보면, 이런 종류의 법률에 위협을 느끼는 집단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이 법안이 자신들의 자유를 축소시키거나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느껴 거기에 반대하려고 할 겁니다. 우리는 이러한 개인들의 주장을 경청해야 합니다.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들을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 법안이 사회 전체를 보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사회 모든 구성원과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것은 모두에게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소수집단과 법률로 보호되는 특성에 대해서만 많이 이야기하는 데,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특성들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성별만 보더라도 국민의 많은 비율이 이런 종류의 법률에 의해 보호받고 지원받을 겁니다.

한국에도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내년에는 추석이나 설날이 금지된다거나 크리스마스와 이스터도 금지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평등법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사례를 들어 이 작업, 이토록 열린 의견수렴 과정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증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 '차별 팬데믹'

닉 메터 부대사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팬데믹에 이어 '차별 팬데믹'에 직면해 있다며 대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저에게는 차별도 여러 세대가 고통받고 있는 팬데믹이고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60년대,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70년대와 80년대 인종 분리가 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회가 불평등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사회, 모든 정치 스펙트럼의 사람들 등 모두가 함께 차별의 팬데믹이라는 재앙에 맞서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에 대해 매우 큰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노력과 모든 정치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이 차별금지법의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국 사회가 이 법률의 결과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 “크리스마스가 사라진다고?”…차별금지법 10년, 지금 영국은?
    • 입력 2020-11-28 08:00:31
    • 수정2020-11-28 08:03:01
    취재K
영국의 평등법영국의 평등법

■ '컴퓨터의 아버지'를 동성애 이유로 처벌했던 나라

영국은 지난해 50파운드 지폐에 새겨질 인물로 앨런 튜링을 선정했습니다. 마거릿 대처도, 스티븐 호킹도 제쳤습니다. 천재 수학자였던 그는 '컴퓨터'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인물이며,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도 불립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 기계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952년 그를 체포해, 약물을 이용해 정체성을 강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2년 뒤 그는 독약을 넣은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의 일기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2014년 개봉해 호평을 받기도 했죠. 영국은 2016년 그를 포함해 과거 동성애로 처벌받았던 수천 명의 영국인 남성을 사후(死後) 사면했습니다.

■ 가장 상세하고 구체적인 차별금지법, 영국의 '평등법'

그랬던 영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상세하고 구체적인 차별금지법, '평등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흩어져 있던 개별적인 차별금지 법안들을 한데 모아 2010년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올해로 이 '평등법'을 맞이한 지 10년째입니다.

KBS는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과 함께, 지난 24일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에서 닉 메터(Nick Mehta) 주한 영국 부대사를 만나 영국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영국의 평등법 입법 과정은 어땠습니까. (이하 장혜영 의원)

"영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문제에 관해 토론과 토의를 장려합니다. 평등법을 구상하는 데만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여기에는 의회의 상하원에서의 토론 기간은 물론 국민의 의견수렴 기간도 포함됩니다.

물론 다른 모든 법률과 마찬가지로 법률에 무엇이 포함되고 그것이 특정 집단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금지될 것을 우려한 부분이라던가, 힌두인들이 디왈리를 기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거나 혹은 유대인들이 하누카를 기념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우려들입니다. 정보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법률에 위협을 느껴서 그것을 폄하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평등법이 도입돼도 크리스마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토론과 토의가 벌어지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드러내는 겁니다. 영국민의 대다수는 평등법이 전체 사회에 상당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고, 전반적으로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물론 영국은 완벽한 사회가 아닙니다. 평등법도 완벽한 법률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토대를 제공합니다.


평등법은 이제 10년이 되었고 사람들은 지난 10년간 매년 크리스마스가 금지되지 않는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인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느낀 두려움은 진짜였습니다. 두려움은 위협이 있는 곳에서 온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 법률이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시켜야합니다. "

―평등법이나 차별금지법이 개개인의 일상에 대해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는 세밀한 지침을 내리기 위한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반복적으로 존재했던 차별을 사회적으로 다루기 위한 기준과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차별을 민주적으로 다루는 과정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차별받는 시민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제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는 뜻 같습니다.

■ 평등법 도입하고 성 소수자가 2500% 늘어났다?… "비상식적, 모욕적인 고정관념"

한국에서는 2007년 이후 여러 건의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번에도 "영국은 평등법 도입 이후 성 소수자가 2500% 늘었다"는 식의 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논의에 있어 사실과 합리적 추론에 기초한 목소리들도 있지만, 잘못 전해진 정보들 혹은 편견에 의해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확한 사실을 밝혀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영국이 국민들에 대해 이런 데이터를 전혀 수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매우 모욕적이라는 겁니다. 트렌스젠더 공동체의 누군가가 평등법 시행을 근거로 트렌스젠더가 되겠다고 결정했다는 가정은 부적절합니다. 불쾌한 고정관념이며, 이것이 생활방식처럼 선택될 수 있다는 잘못된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LGBT 사람들에게 이것은 생활방식에 관한 선택이 아닙니다. 이들은 법률 제정의 결과로 어떤 것을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느껴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정관념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법률이 시행되었다고 해서 백인이 황인이 되어도 괜찮겠다고 결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과 같은 법률이 하는 일은 사람들이 참다운 자신이 될 수 있는 허가증을 발행하는 겁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듯이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우리 사회에 모든 차별이 사라지느냐고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떻습니까. 평등법 이후의 영국, 차별이 완전히 사라졌습니까?

"간단히 대답하면 아닙니다. 세계에서 최고의 법률, 가장 엄격한 법률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거기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 내 문화가 LGBT나 다른 인종집단 혹은 장애인을 수용하기 위해 적응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동등하게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법률이 시행되어도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겁니다. 법률은 문화적 변화와 젊은이들의 교육과 함께 가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대중문화에서 보이는 소수집단이 매우 드물다는 겁니다.

닉 메터(Nick Mehta) 주한 영국 부대사 닉 메터(Nick Mehta) 주한 영국 부대사

저는 한국 드라마 애청자입니다. 그렇지만 흑인이나 저와 같은 동남아 출신 사람이 이런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일상에서 소비하는 대중문화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나 뉴스를 통해서 얻습니다.그래서 저는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사회의 관점을 확대하는 것을 돕는데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

■ 코로나19, 그리고 차별

―이번엔 저희가 굉장히 엄중한, 이렇게 오래갈 줄 예상치 못했던 혹은 예상했던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은 '이미 취약한 사람이 훨씬 취약해진다'는 점이고 재난 상황은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더 불평등하게 만들고 약자들을 더 괴롭게, 가장 먼저 희생시킨다고 하는 점일 텐데요. 차별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일어나는 현실들을 청해 듣고 싶습니다.

"정말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전 세계는 지난 11개월 동안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감탄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방역은 정말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한국사회와 의료전문가,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한국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 것에 대해 저는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렇지만 지금은 차별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질문하셨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영국 공중보건국의 조사는 인종적 소수집단의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 우리는 모두 사회 내에서 인종평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종적 소수집단이 코로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중의 충격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에서 취약한 사람들, 소수집단이 코로나와 관련해 다수에 의해 어떤 대우를 받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소수집단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식당이나 상점에서 외국인 출입금지라고 종이를 붙였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이 코로나로 인한 위험 때문에 과장되는 것입니다. 위협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내부를 향하고 시야를 넓히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더 내부를 향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을 꺼릴 위험이 있습니다.

다양한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이 있습니다. 이태원 클럽 사건 이후 사회의 관심이 매우 불평등한 방식으로 이들에게 쏟아져서 LGBT 공동체는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이든 영국이든 이것은 모든 사회에 도전이 될 거라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 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법이 없다면…

―만약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도입돼 있었다면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영국에서는 평등법이 도입돼 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일어났을 때 시민을 보호했나요?

"법률 자체만으로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러나 법률이 없다면 기반도 없습니다. 그리고 소수집단에 법률은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고유의 특성 때문에 차별받거나 희롱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한다면 법률이 여러분을 보호해 줄 거라는 확신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진정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 문화적 변화. 그리고 더 넓은 미디어에서 이러한 집단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태어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법률이 없이는, 어떤 종류의 법도 없다면 소수집단은 취약한 채로 남겨질 겁니다. "

지난 6월 국가인권위의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의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3월 같은 조사에 비해 1년 사이 찬성 비율이 15.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당시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시대에 누구든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는 점을 인권위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언급했습니다.

"저도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의 비율이 그렇게 높다는 것이 매우 기쁩니다. 이해도 되고 설명도 됩니다. 차별금지법은 소수집단만 보호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법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를 보호하고, 안전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법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반발도 있을 겁니다. 영국의 경험을 보면, 이런 종류의 법률에 위협을 느끼는 집단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이 법안이 자신들의 자유를 축소시키거나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느껴 거기에 반대하려고 할 겁니다. 우리는 이러한 개인들의 주장을 경청해야 합니다.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들을 안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 법안이 사회 전체를 보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사회 모든 구성원과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것은 모두에게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소수집단과 법률로 보호되는 특성에 대해서만 많이 이야기하는 데,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이러한 특성들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성별만 보더라도 국민의 많은 비율이 이런 종류의 법률에 의해 보호받고 지원받을 겁니다.

한국에도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내년에는 추석이나 설날이 금지된다거나 크리스마스와 이스터도 금지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평등법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사례를 들어 이 작업, 이토록 열린 의견수렴 과정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증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 '차별 팬데믹'

닉 메터 부대사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팬데믹에 이어 '차별 팬데믹'에 직면해 있다며 대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저에게는 차별도 여러 세대가 고통받고 있는 팬데믹이고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60년대,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70년대와 80년대 인종 분리가 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회가 불평등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사회, 모든 정치 스펙트럼의 사람들 등 모두가 함께 차별의 팬데믹이라는 재앙에 맞서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에 대해 매우 큰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노력과 모든 정치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이 차별금지법의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국 사회가 이 법률의 결과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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