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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처음 인정한 ‘동성 부부’… 차별금지법 27년, 뉴질랜드는?
입력 2020.11.29 (08:00) 수정 2020.11.29 (11:20) 취재K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

지난해 10월, 청와대 녹지원에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2018년 부임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반갑게 인사하는 시간. 바로 옆에는 그의 동성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 씨가 자리했습니다. 그는 주한 외국 공관원 최초의 '공식적' 동성 배우자가 됐습니다.

■ 주한 외교관 최초의 '공식적' 동성 배우자

그동안 정부는 외국 공관원의 동성 배우자를 법적 배우자 지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령에 따르면 법적 혼인관계의 배우자가 주한 공관원의 '동반 가족'이 될 수 있는데, '대한민국 법률에 위배되거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 질서에 반하는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만큼, 지금까지 이 조항을 들어 동반 가족 비자가 발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남편 이케다 히로시 씨 (사진제공: 필립터너 한 뉴질랜드 대사 트위터)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남편 이케다 히로시 씨 (사진제공: 필립터너 한 뉴질랜드 대사 트위터)

필립 터너 대사 부부의 이번 사례는 정부가 국내 거주자의 동성혼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 상징적입니다. 뉴질랜드는 이미 30년 가까이 차별금지법인 '인권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KBS는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과 함께,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필립 터너(Philip Turner)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만나 뉴질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1993년, 뉴질랜드 '인권법'

―청와대 초청 리셉션이 벌써 작년이네요. 당시 소감이 어떠셨나요? (이하 장혜영 의원)

"대통령과 영부인을 만나는 자리에 저의 남편인 히로시와 함께 해서 무척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알기에 히로시는 특히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배우자로 인정받은 첫 번째 동성 파트너였을 겁니다. 지금 서울에는 몇몇 동성 외교관 커플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분들도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종류의 기회가 더 많이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2007년 인권위의 권고가 있었고 여러 번 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뉴질랜드에서 1993년 인권법이 도입됐을 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반대가 있지 않았나요?

"논의가 많았죠. 강한 반대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된 이슈는 '왜 우리가 법률이 필요한가?', '그냥 잘 해결할 수는 없는가?', '이것이 한 개인으로서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제약을 줄까?', '내가 나쁜 일을 하면 처벌받게 될까?',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의미가 될까?'…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고 철저히 따져보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목표는 법률이 처벌적인 의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다른 점이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이 되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누군가의 방해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자신들의 문화와 삶, 정체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누군가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 사람들은 자주 자신이 차별적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인권법이 하는 일 중 첫 번째는 걱정이 있는 사람들이 중재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어요, 한 사람은 차별을 받았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군요. 여기에 갈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문제는 법적 절차가 아니라 이런 종류의 논의를 통해 해결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 이런 법률이 필요한가 라고 말합니다. 거기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차별이 상당히 많이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차별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사람들은 차별할 의도가 없었을 수 있지만 결과는 차별적인 거죠.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데 학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 이건 차별적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다면 예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장애인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만약 당신이 여성인데 주로 남성이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 여성이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차별적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녀는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우리는 이런 일을 막고 싶었습니다."

―차별이 일상 속에서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차별금지법이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점을 말해 주셨습니다. 부럽게도 뉴질랜드에는 인권법이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 도입돼 시행돼 왔습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됐습니까?

"우선 법률은 중요합니다. 무엇이 허용될 수 있고 무엇이 안되는지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과 사람들의 인식 제고입니다. 왜 차별이 문제가 되는지, 왜 우리가 열린 사고와 관대함, 평등한 기회를 가질 때 사회가 더 좋아지는지에 관해서요. 그래서 이것은 단지 무엇이 법적으로 요구되거나 법적으로 옳은 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해야 할 옳은 일이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LGBTQ 권리 분야에서 인권법이 도입된 후 구체적인 법적 변화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뉴질랜드는 매우 급격히 진보했습니다. 인권법은 1993년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시민결합법이 통과되어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과 같은 시민결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최근에는 완전히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2004년 시민결합법이 제정되었을 때는 종교집단, 기독교집단으로부터 강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몇몇 도시에서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위는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의회에서 투표는 소위 양심투표라는 것을 합니다. 사람들은 정당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하는 거죠. 그들이 느낀 것은 옳았고 법안은 작은 차이로 통과되었습니다.

2014년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었을 때는 좀 더 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가 좋고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가족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반대집단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하늘이 무너질 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회가 뒤집어질 거다. 모든 전통 가치들이 무너질 거다. 가족이 무너질거다 라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사실 자체가 제도로서의 결혼이 좋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결혼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빌 잉글리시 전 총리가 했던 발언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건 그는 시민결합법과 동성결혼법 모두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가 총리가 되자 그는 “지금이라면 동성결혼에 대해 다르게 투표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성 결혼은 누구의 결혼에도 위협이 아니다. 동성결혼이 커플에 미친 영향과 그것이 결혼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것은 결혼 개념을 긍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분은 총리였습니다. 처음에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보수주의자였습니다. 좋은 예입니다. 사람들은 변화에 익숙해집니다. 위협적이고 두려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빌과 같은 사람은 매우 똑똑하고, 매우 강경한 가치들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변화를 수용할 만큼 성숙하고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는 결국에는 '이것이 옳은 일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동성애자 인구가 증가한다는 오해를 갖는 분들도 있습니다. 인권법이 도입되고 나서 동성애 인구수가 실제로 증가했습니까?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뉴질랜드 법률의 목표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이 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들이 사회로부터 숨는 것을 멈추고, 마음을 열고 정상적이고 공정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관대하고 열린 사회는 사람들이 차별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허용합니다. 너무나 단순합니다.

■ 다양성은 힘

"많은 학술 연구가 회사 직원들이 다양할수록, 특히 상급 관리자들이 그럴수록 회사가 더 성공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만약 회사에 여성과 남성, 외국인과 현지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의사결정의 질이 더 나아질 거라고 말입니다. 회사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며 더 성공적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사회 전반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의 평등 지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1983년을 돌아보면 뉴질랜드는 여성이 투표권을 가진 최초의 국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성의 투표권을 거부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2020년에는 뉴질랜드는 물론 한국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시에는 어려운 변화였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이 투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사회가 뒤집힐 거라며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 코로나19와 차별

―바이러스는 사람을 평등하게 감염시키지만 사람들이 그 바이러스를 감당해 내는 능력들은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취약한 사람들이 이런 재난을 겪으면서 더 취약해지고, 이미 존재하는 차별을 불평등이 더 가속화하거나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사회는 어떻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인 전적으로 맞습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차별이 일어났습니다.

통계를 좀 찾아봤습니다. 뉴질랜드 인권위원회에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었을 때 차별에 대한 불만이 311건 접수됐습니다. 인종주의,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괴롭힘, 주거 차별 같은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면 이들을 집에서 쫓아낼 수 있는가? 임대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같은 것들요. 일부 공동체는 정부 지원을 받고 다른 공동체는 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일까요? 공중화장실이 코로나 때문에 폐쇄되었는데 장애인용은 폐쇄하고 다른 화장실은 폐쇄하지 않았다면요? 이런 것들이 일종의 차별 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없었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겠지만,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닌, 사람을 위한 법

"사회가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가족이 파괴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보수 성향 시민들이 이제는 이 법안의 강력한 지지자들이 되었습니다. 이 법률이 가져온 가치를 스스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27년이 되었습니다. 보수 지지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더 나아졌다고 말할 겁니다.


소수집단에 관한 법률은 전적으로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소수집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점에서는 소수집단입니다. 나이나 외모 등 당신과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항상 있을 거고 그런 점에서 언제든 소수집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 소수집단, 사회 전체를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매우 성공적일 겁니다. 뉴질랜드가 만든 법률이 좋은 사례이길 바랍니다. 이 법률은 소수집단이 다수집단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감사함으로써 사회의 통합을 가져오고, 좀 더 조화롭고, 좀 더 관용적이며 더욱 성공적인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필립 터너 대사는 마지막 문장을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결국에 모든 건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소수자든 다수자든 우리는 다 사람이죠. 우리나라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 사람, 사람입니다."

  • 한국 정부가 처음 인정한 ‘동성 부부’… 차별금지법 27년, 뉴질랜드는?
    • 입력 2020-11-29 08:00:50
    • 수정2020-11-29 11:20:21
    취재K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

지난해 10월, 청와대 녹지원에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2018년 부임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반갑게 인사하는 시간. 바로 옆에는 그의 동성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 씨가 자리했습니다. 그는 주한 외국 공관원 최초의 '공식적' 동성 배우자가 됐습니다.

■ 주한 외교관 최초의 '공식적' 동성 배우자

그동안 정부는 외국 공관원의 동성 배우자를 법적 배우자 지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령에 따르면 법적 혼인관계의 배우자가 주한 공관원의 '동반 가족'이 될 수 있는데, '대한민국 법률에 위배되거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 질서에 반하는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만큼, 지금까지 이 조항을 들어 동반 가족 비자가 발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남편 이케다 히로시 씨 (사진제공: 필립터너 한 뉴질랜드 대사 트위터)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남편 이케다 히로시 씨 (사진제공: 필립터너 한 뉴질랜드 대사 트위터)

필립 터너 대사 부부의 이번 사례는 정부가 국내 거주자의 동성혼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 상징적입니다. 뉴질랜드는 이미 30년 가까이 차별금지법인 '인권법'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KBS는 올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과 함께,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필립 터너(Philip Turner)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만나 뉴질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1993년, 뉴질랜드 '인권법'

―청와대 초청 리셉션이 벌써 작년이네요. 당시 소감이 어떠셨나요? (이하 장혜영 의원)

"대통령과 영부인을 만나는 자리에 저의 남편인 히로시와 함께 해서 무척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알기에 히로시는 특히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자리에서 배우자로 인정받은 첫 번째 동성 파트너였을 겁니다. 지금 서울에는 몇몇 동성 외교관 커플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분들도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종류의 기회가 더 많이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2007년 인권위의 권고가 있었고 여러 번 법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뉴질랜드에서 1993년 인권법이 도입됐을 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반대가 있지 않았나요?

"논의가 많았죠. 강한 반대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된 이슈는 '왜 우리가 법률이 필요한가?', '그냥 잘 해결할 수는 없는가?', '이것이 한 개인으로서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제약을 줄까?', '내가 나쁜 일을 하면 처벌받게 될까?',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의미가 될까?'…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고 철저히 따져보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목표는 법률이 처벌적인 의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다른 점이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신이 되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누군가의 방해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자신들의 문화와 삶, 정체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누군가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

■ 사람들은 자주 자신이 차별적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인권법이 하는 일 중 첫 번째는 걱정이 있는 사람들이 중재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 위원회는 사람들을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어요, 한 사람은 차별을 받았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군요. 여기에 갈등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문제는 법적 절차가 아니라 이런 종류의 논의를 통해 해결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 이런 법률이 필요한가 라고 말합니다. 거기에 대한 답변은 이렇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차별이 상당히 많이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차별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사람들은 차별할 의도가 없었을 수 있지만 결과는 차별적인 거죠.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데 학교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 이건 차별적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다면 예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장애인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만약 당신이 여성인데 주로 남성이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 여성이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차별적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녀는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우리는 이런 일을 막고 싶었습니다."

―차별이 일상 속에서 부지불식 간에 일어난다는 점에서 차별금지법이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점을 말해 주셨습니다. 부럽게도 뉴질랜드에는 인권법이 이미 상당히 오랜 기간 도입돼 시행돼 왔습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됐습니까?

"우선 법률은 중요합니다. 무엇이 허용될 수 있고 무엇이 안되는지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과 사람들의 인식 제고입니다. 왜 차별이 문제가 되는지, 왜 우리가 열린 사고와 관대함, 평등한 기회를 가질 때 사회가 더 좋아지는지에 관해서요. 그래서 이것은 단지 무엇이 법적으로 요구되거나 법적으로 옳은 것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해야 할 옳은 일이 무엇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LGBTQ 권리 분야에서 인권법이 도입된 후 구체적인 법적 변화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뉴질랜드는 매우 급격히 진보했습니다. 인권법은 1993년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시민결합법이 통과되어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과 같은 시민결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최근에는 완전히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2004년 시민결합법이 제정되었을 때는 종교집단, 기독교집단으로부터 강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몇몇 도시에서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위는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의회에서 투표는 소위 양심투표라는 것을 합니다. 사람들은 정당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하는 거죠. 그들이 느낀 것은 옳았고 법안은 작은 차이로 통과되었습니다.

2014년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었을 때는 좀 더 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가 좋고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나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가족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반대집단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하늘이 무너질 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회가 뒤집어질 거다. 모든 전통 가치들이 무너질 거다. 가족이 무너질거다 라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사실 자체가 제도로서의 결혼이 좋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결혼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빌 잉글리시 전 총리가 했던 발언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말씀드릴 건 그는 시민결합법과 동성결혼법 모두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가 총리가 되자 그는 “지금이라면 동성결혼에 대해 다르게 투표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성 결혼은 누구의 결혼에도 위협이 아니다. 동성결혼이 커플에 미친 영향과 그것이 결혼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이것은 결혼 개념을 긍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분은 총리였습니다. 처음에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보수주의자였습니다. 좋은 예입니다. 사람들은 변화에 익숙해집니다. 위협적이고 두려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빌과 같은 사람은 매우 똑똑하고, 매우 강경한 가치들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변화를 수용할 만큼 성숙하고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는 결국에는 '이것이 옳은 일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동성애자 인구가 증가한다는 오해를 갖는 분들도 있습니다. 인권법이 도입되고 나서 동성애 인구수가 실제로 증가했습니까?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뉴질랜드 법률의 목표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이 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들이 사회로부터 숨는 것을 멈추고, 마음을 열고 정상적이고 공정하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관대하고 열린 사회는 사람들이 차별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허용합니다. 너무나 단순합니다.

■ 다양성은 힘

"많은 학술 연구가 회사 직원들이 다양할수록, 특히 상급 관리자들이 그럴수록 회사가 더 성공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만약 회사에 여성과 남성, 외국인과 현지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의사결정의 질이 더 나아질 거라고 말입니다. 회사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며 더 성공적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사회 전반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뉴질랜드의 평등 지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1983년을 돌아보면 뉴질랜드는 여성이 투표권을 가진 최초의 국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성의 투표권을 거부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2020년에는 뉴질랜드는 물론 한국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시에는 어려운 변화였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여성이 투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사회가 뒤집힐 거라며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 코로나19와 차별

―바이러스는 사람을 평등하게 감염시키지만 사람들이 그 바이러스를 감당해 내는 능력들은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취약한 사람들이 이런 재난을 겪으면서 더 취약해지고, 이미 존재하는 차별을 불평등이 더 가속화하거나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사회는 어떻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인 전적으로 맞습니다. 뉴질랜드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차별이 일어났습니다.

통계를 좀 찾아봤습니다. 뉴질랜드 인권위원회에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었을 때 차별에 대한 불만이 311건 접수됐습니다. 인종주의,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괴롭힘, 주거 차별 같은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면 이들을 집에서 쫓아낼 수 있는가? 임대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같은 것들요. 일부 공동체는 정부 지원을 받고 다른 공동체는 받지 못하는 것은 차별일까요? 공중화장실이 코로나 때문에 폐쇄되었는데 장애인용은 폐쇄하고 다른 화장실은 폐쇄하지 않았다면요? 이런 것들이 일종의 차별 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없었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겠지만,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닌, 사람을 위한 법

"사회가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가족이 파괴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보수 성향 시민들이 이제는 이 법안의 강력한 지지자들이 되었습니다. 이 법률이 가져온 가치를 스스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27년이 되었습니다. 보수 지지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더 나아졌다고 말할 겁니다.


소수집단에 관한 법률은 전적으로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소수집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점에서는 소수집단입니다. 나이나 외모 등 당신과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항상 있을 거고 그런 점에서 언제든 소수집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 소수집단, 사회 전체를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매우 성공적일 겁니다. 뉴질랜드가 만든 법률이 좋은 사례이길 바랍니다. 이 법률은 소수집단이 다수집단에게 줄 수 있는 가치에 감사함으로써 사회의 통합을 가져오고, 좀 더 조화롭고, 좀 더 관용적이며 더욱 성공적인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필립 터너 대사는 마지막 문장을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결국에 모든 건 사람에 대한 것입니다. 소수자든 다수자든 우리는 다 사람이죠. 우리나라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 사람,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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