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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사실상 허락한 근거는?
입력 2020.12.01 (16:25) 취재K

■법원이 빅딜을 허락했다...내일부터 '합병' 절차가 시작된다


'빅딜을 허락했다'는 표현은 과할지도 모른다. 법원은 KCGI 등 한진칼 주주연합(3자 연합)이 요청한 가처분을 기각했을 뿐이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에 관한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효력은 '빅딜 허락'에 가깝다. 사실상 아시아나-대한항공의 합병의 가장 큰 난관을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일부터 합병을 위한 돈이 오가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산업은행이 내일(2일) 5천억 원을 한진칼에 내고, 모레(3일) 3천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한진칼이 발행하게 되어있다. 한진칼은 이 8천억 원을 대한항공에 빌려주고, 그러면 대한항공은 이 돈을 아시아나 항공 인수 등에 사용하게 된다.

합병의 물리적 절차가 일단 진행되고 돈이 오간 뒤에는 설사 본안 소송에서 판단이 바뀐다 한들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제 와 법원이 두 회사의 합병이 '부당했다' 판단한다 한들, 이미 '삼성물산'이라는 한 몸이 된 회사를 쪼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수년간 주식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에 의한 거래가 이뤄진 뒤기 때문이다)

■ 재판부가 본 쟁점 : "경영상 필요한 신주발행인가?" VS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냐"

<3자연합 입장>
-아시아나 합병을 위한 신주발행은 '경영권 분쟁 중 일방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업은행에 발행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 이외에도 아시아나를 인수할 방법은 많다.
-지금 당장 급하게 신주를 발행할 필요도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
-따라서 지금 방식으로 신주 발행을 할 수는 없게 법원이 막아달라.

① 판단1 : 경영상 필요한 신주발행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단의 근거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우선 자금조달을 위한 신주발행이 경영상 꼭 필요한 행위라는 점이다.

근거는 한진칼에 유리한 거래란 점을 먼저 든다.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재정위기를 타개할 수 있으니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이다.

또 한진-산은 양자 모두 윈윈인 결정이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의 안정적 지원을 받게 되고, 산은은 아시아나 항공 문제를 해결한다.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란 것이다.

아시아나 역시 자금조달이 당장 절실하다. 당장 부실 상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적자 누적으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으므로 '지금 신주 발행'은 경영상 필요한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3자 연합의 '당장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경영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일 뿐이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② 판단2 : 대안은 없다

3자 연합은 다른 주주의 권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무의결권 우선주, (3자가 아닌) 기존주주 배정, 사채 인수, 보유자산 매각, 주주 간 계약 체결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방식이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우선 산은의 합병 제안은 산업 정책 차원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앞으로 의결권 주주로 경영에 참여, 감독할 필요가 산은에 있다. 그런데 위 대안들로는 '산은이 교섭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기 힘들다.

법원은 이 산은의 필요에 대해 '한진칼도 이런 산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 이후에도 산은을 통한 지속적인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3자 연합 보호 명목으로 산은 제안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논리 구조다. 한진칼에 '산은 제안을 거부하는 대안'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단 것.

③ 판단3: 분쟁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꾸지도 않는다

법원이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변화가 '결정적인 어떤 것'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우선 형식논리상 '산업은행이 한진칼 현 경영진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약정을 한 바가 없다는 이유를 든다. 또 산업은행 애초의 거래 동기에 비추어 산은은 항공산업의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결권 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단했다.

진영논리로 봐도 '결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설사 '산업은행이 우호 주주'가 된다 하더라도, 한진칼 현 경영진 측의 지분율이 과반수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채권자 주주연합은 지분 매수나 소수 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경영권 변동을 도모해볼 수 있다는 대목으로 법원 설명은 마친다.

■ 당장 시장 반응은? '아시아나 오르고 한진칼은 내렸다'


분쟁 당사자이거나 합병 대상인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 판단은 어땠을까. 구제 방안이 마련된 아시아나 항공은 오늘 10%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은 3% 가까이 하락했다. 가처분 기각 직후 오히려 6%대 상승을 하다 결국 하락 마감했다. 시장은 아시아나 항공의 장래는 밝아졌고, 3자 연합의 장래는 좀 어두워졌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실제로 '3개 법률회사의 자문을 받았다'며 법률적 정당성을 자신하던 산업은행의 행보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일부터 신주발행을 위한 자금 거래가 이뤄진다. 독과점 이슈나 노조와의 협의, 국제적 승인 등의 문제 대응으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KCGI 측에는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위기극복과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 법원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사실상 허락한 근거는?
    • 입력 2020-12-01 16:25:42
    취재K

■법원이 빅딜을 허락했다...내일부터 '합병' 절차가 시작된다


'빅딜을 허락했다'는 표현은 과할지도 모른다. 법원은 KCGI 등 한진칼 주주연합(3자 연합)이 요청한 가처분을 기각했을 뿐이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에 관한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효력은 '빅딜 허락'에 가깝다. 사실상 아시아나-대한항공의 합병의 가장 큰 난관을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일부터 합병을 위한 돈이 오가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산업은행이 내일(2일) 5천억 원을 한진칼에 내고, 모레(3일) 3천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한진칼이 발행하게 되어있다. 한진칼은 이 8천억 원을 대한항공에 빌려주고, 그러면 대한항공은 이 돈을 아시아나 항공 인수 등에 사용하게 된다.

합병의 물리적 절차가 일단 진행되고 돈이 오간 뒤에는 설사 본안 소송에서 판단이 바뀐다 한들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제 와 법원이 두 회사의 합병이 '부당했다' 판단한다 한들, 이미 '삼성물산'이라는 한 몸이 된 회사를 쪼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수년간 주식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에 의한 거래가 이뤄진 뒤기 때문이다)

■ 재판부가 본 쟁점 : "경영상 필요한 신주발행인가?" VS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냐"

<3자연합 입장>
-아시아나 합병을 위한 신주발행은 '경영권 분쟁 중 일방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업은행에 발행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 이외에도 아시아나를 인수할 방법은 많다.
-지금 당장 급하게 신주를 발행할 필요도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
-따라서 지금 방식으로 신주 발행을 할 수는 없게 법원이 막아달라.

① 판단1 : 경영상 필요한 신주발행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단의 근거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우선 자금조달을 위한 신주발행이 경영상 꼭 필요한 행위라는 점이다.

근거는 한진칼에 유리한 거래란 점을 먼저 든다.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재정위기를 타개할 수 있으니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이다.

또 한진-산은 양자 모두 윈윈인 결정이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의 안정적 지원을 받게 되고, 산은은 아시아나 항공 문제를 해결한다.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란 것이다.

아시아나 역시 자금조달이 당장 절실하다. 당장 부실 상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적자 누적으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으므로 '지금 신주 발행'은 경영상 필요한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3자 연합의 '당장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경영보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일 뿐이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② 판단2 : 대안은 없다

3자 연합은 다른 주주의 권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무의결권 우선주, (3자가 아닌) 기존주주 배정, 사채 인수, 보유자산 매각, 주주 간 계약 체결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방식이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우선 산은의 합병 제안은 산업 정책 차원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앞으로 의결권 주주로 경영에 참여, 감독할 필요가 산은에 있다. 그런데 위 대안들로는 '산은이 교섭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기 힘들다.

법원은 이 산은의 필요에 대해 '한진칼도 이런 산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주 발행 이후에도 산은을 통한 지속적인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3자 연합 보호 명목으로 산은 제안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논리 구조다. 한진칼에 '산은 제안을 거부하는 대안'이란 것은 존재할 수 없단 것.

③ 판단3: 분쟁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꾸지도 않는다

법원이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변화가 '결정적인 어떤 것'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우선 형식논리상 '산업은행이 한진칼 현 경영진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약정을 한 바가 없다는 이유를 든다. 또 산업은행 애초의 거래 동기에 비추어 산은은 항공산업의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결권 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단했다.

진영논리로 봐도 '결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설사 '산업은행이 우호 주주'가 된다 하더라도, 한진칼 현 경영진 측의 지분율이 과반수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채권자 주주연합은 지분 매수나 소수 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경영권 변동을 도모해볼 수 있다는 대목으로 법원 설명은 마친다.

■ 당장 시장 반응은? '아시아나 오르고 한진칼은 내렸다'


분쟁 당사자이거나 합병 대상인 기업 가치에 대한 시장 판단은 어땠을까. 구제 방안이 마련된 아시아나 항공은 오늘 10%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은 3% 가까이 하락했다. 가처분 기각 직후 오히려 6%대 상승을 하다 결국 하락 마감했다. 시장은 아시아나 항공의 장래는 밝아졌고, 3자 연합의 장래는 좀 어두워졌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실제로 '3개 법률회사의 자문을 받았다'며 법률적 정당성을 자신하던 산업은행의 행보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일부터 신주발행을 위한 자금 거래가 이뤄진다. 독과점 이슈나 노조와의 협의, 국제적 승인 등의 문제 대응으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KCGI 측에는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위기극복과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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