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규격 맞지 않아” 4억대 음향장비 입찰 두고 잡음

입력 2020.12.01 (21:38) 수정 2020.1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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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귀포예술의전당에 도민과 음악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음악창작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들어설 4억 원대 음향 장비 입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탐사K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비와 지방비 37억 원이 투입된 제주음악창작소 건축 현장입니다.

서귀포시는 이곳에 사용할 4억 원 상당의 음향장비를 조달청에 공개 입찰해 지난달 10일 모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창작소 설계와 운영을 맡은 제주영상문화진흥원 측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스피커와 음향을 조정하는 믹서 등 일부 장비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성능이 낮고, 심지어는 허위규격을 기재한 품목이 있다는 겁니다.

[설계 참여 관계자/음성변조 : "설계 과정만 한 6개월 걸렸어요. 오랫동안 작업을 한 건데 그러고 입찰이 나왔는데 엉뚱한 제품이 들어오게 된 거죠."]

규격서와 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한 자문위원 점수표를 확인해봤습니다.

입찰 참여 업체는 모두 4곳.

낙찰된 업체의 평균 점수는 86점으로, 1점 차로 낙찰 조건을 통과했습니다.

심사 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이 업체에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지만, 나머지 한 심사위원이 최고인 100점을 주면서 낙찰 자격을 충족했습니다.

가까스로 낙찰 자격 점수를 넘긴 업체는 가장 낮은 금액을 제안해 계약을 따냈습니다.

100점을 준 심사위원은 해당 업체를 알지 못하고, 특혜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사위원/음성변조 : "(음악창작소는) 레코딩(녹음) 스튜디오가 주고, 스튜디오가 90% 이상의 비율이죠. (다른 업체가) 제시한 장비들은 사실은 스튜디오 규격엔 잘 맞지 않는다고 저는 판단을 했고."]

낙찰된 업체 역시 제품 규격에 문제 없다며 심사위원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귀포예술의전당 측은 규격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에 나섰습니다.

[변태호/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 "계약에 문제는 없었고요. 주변에서 일부 규격에 맞지 않는 품목이 있다고 해서 자문위원회에서 제외된 다른 전문가한테 규격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평가 점수 제도의 허점이 있었습니다.

입찰 금액과 기술 평가가 한 번에 이뤄지는 '협상에 의한 계약'은 최고·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 낙찰 업체를 정합니다.

평가위원 한 명이 점수 몰아주기로 낙찰 업체를 정하는 등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기술 평가를 먼저 받은 뒤 가격 경쟁을 하는 '규격 가격 동시 입찰'은 이러한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점수 몰아주기로 심사 공정성에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장혜영/국회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던 제도가 가지고 있는 미비점이나 흠결로 인해 입찰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불필요하게 발생한다면 이런 제도는 분명히 개선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서귀포예술의전당 음악창작소 음향장비 입찰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관련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탐사 K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그래픽:김민수·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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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규격 맞지 않아” 4억대 음향장비 입찰 두고 잡음
    • 입력 2020-12-01 21:38:34
    • 수정2020-12-01 22:00:18
    뉴스9(제주)
[앵커]

서귀포예술의전당에 도민과 음악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음악창작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들어설 4억 원대 음향 장비 입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탐사K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비와 지방비 37억 원이 투입된 제주음악창작소 건축 현장입니다.

서귀포시는 이곳에 사용할 4억 원 상당의 음향장비를 조달청에 공개 입찰해 지난달 10일 모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창작소 설계와 운영을 맡은 제주영상문화진흥원 측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스피커와 음향을 조정하는 믹서 등 일부 장비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성능이 낮고, 심지어는 허위규격을 기재한 품목이 있다는 겁니다.

[설계 참여 관계자/음성변조 : "설계 과정만 한 6개월 걸렸어요. 오랫동안 작업을 한 건데 그러고 입찰이 나왔는데 엉뚱한 제품이 들어오게 된 거죠."]

규격서와 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한 자문위원 점수표를 확인해봤습니다.

입찰 참여 업체는 모두 4곳.

낙찰된 업체의 평균 점수는 86점으로, 1점 차로 낙찰 조건을 통과했습니다.

심사 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이 업체에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지만, 나머지 한 심사위원이 최고인 100점을 주면서 낙찰 자격을 충족했습니다.

가까스로 낙찰 자격 점수를 넘긴 업체는 가장 낮은 금액을 제안해 계약을 따냈습니다.

100점을 준 심사위원은 해당 업체를 알지 못하고, 특혜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사위원/음성변조 : "(음악창작소는) 레코딩(녹음) 스튜디오가 주고, 스튜디오가 90% 이상의 비율이죠. (다른 업체가) 제시한 장비들은 사실은 스튜디오 규격엔 잘 맞지 않는다고 저는 판단을 했고."]

낙찰된 업체 역시 제품 규격에 문제 없다며 심사위원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귀포예술의전당 측은 규격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에 나섰습니다.

[변태호/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 "계약에 문제는 없었고요. 주변에서 일부 규격에 맞지 않는 품목이 있다고 해서 자문위원회에서 제외된 다른 전문가한테 규격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배경에는 평가 점수 제도의 허점이 있었습니다.

입찰 금액과 기술 평가가 한 번에 이뤄지는 '협상에 의한 계약'은 최고·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 낙찰 업체를 정합니다.

평가위원 한 명이 점수 몰아주기로 낙찰 업체를 정하는 등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기술 평가를 먼저 받은 뒤 가격 경쟁을 하는 '규격 가격 동시 입찰'은 이러한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점수 몰아주기로 심사 공정성에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장혜영/국회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던 제도가 가지고 있는 미비점이나 흠결로 인해 입찰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불필요하게 발생한다면 이런 제도는 분명히 개선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서귀포예술의전당 음악창작소 음향장비 입찰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관련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탐사 K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그래픽:김민수·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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