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폭언에 우는 택배기사들

입력 2020.12.02 (07:46) 수정 2020.12.0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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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커지고 있는데요.

일부 고객들의 폭언과 빠른 배송 요구가 택배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곽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순천지역을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 이모 씨.

최근 한 대학에 택배 배송을 갔다가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들었습니다.

주소에 건물 이름이 없어 고객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 경비실에 물품을 맡겼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 씨는 해당 고객이 2시간 동안 스무 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로 퍼부은 욕설 때문에 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죽고 싶냐? 택배 안 가져 올래? 야 XX놈아, 가지고 오라고."]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범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혼자 분을 삭였다고 합니다.

[이 모 씨/택배 노동자/음성변조 : "(폭언을 듣고) 운전을 못 했어요. 앞이 안 보이죠. 손이 벌벌 떨리는 데 꾹 참고 있어야죠. 어떻게 합니까."]

욕설과 폭언에 인격 비하 발언을 넘어 뒤늦게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 모 씨/택배 노동자 : "(못 받았다고) 한 일주일, 이주일 지나서 말씀하시면 저희가 생각이 안 나요. 그때 되면."]

택배노동자과로사방지대책위가 택배 기사 8백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새 업무 내용을 조사한 결과 58%가 빨리 배송하라는 닦달을 경험했고, 46.2%는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언어폭력의 경우 빈도수가 일주일에 1차례라는 경우도 30%로 나타났습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얼마만큼 일을 많이 하고 있고 얼마만큼 어려운 환경에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거고 택배 노동자 업무에 대한 이해, 배려 이런 게 함께 가는…."]

코로나19로 폭증하는 택배 물량에 업무 강도가 가중되는 데 이어 감정까지 상처 입는 택배 노동자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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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폭언에 우는 택배기사들
    • 입력 2020-12-02 07:46:37
    • 수정2020-12-02 08:17:47
    뉴스광장(광주)
[앵커]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도 커지고 있는데요.

일부 고객들의 폭언과 빠른 배송 요구가 택배 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곽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순천지역을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 이모 씨.

최근 한 대학에 택배 배송을 갔다가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들었습니다.

주소에 건물 이름이 없어 고객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 경비실에 물품을 맡겼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 씨는 해당 고객이 2시간 동안 스무 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로 퍼부은 욕설 때문에 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통화 내용/음성변조 : "죽고 싶냐? 택배 안 가져 올래? 야 XX놈아, 가지고 오라고."]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범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혼자 분을 삭였다고 합니다.

[이 모 씨/택배 노동자/음성변조 : "(폭언을 듣고) 운전을 못 했어요. 앞이 안 보이죠. 손이 벌벌 떨리는 데 꾹 참고 있어야죠. 어떻게 합니까."]

욕설과 폭언에 인격 비하 발언을 넘어 뒤늦게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 모 씨/택배 노동자 : "(못 받았다고) 한 일주일, 이주일 지나서 말씀하시면 저희가 생각이 안 나요. 그때 되면."]

택배노동자과로사방지대책위가 택배 기사 8백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1년 새 업무 내용을 조사한 결과 58%가 빨리 배송하라는 닦달을 경험했고, 46.2%는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언어폭력의 경우 빈도수가 일주일에 1차례라는 경우도 30%로 나타났습니다.

[문길주/전남노동권익센터장 : "얼마만큼 일을 많이 하고 있고 얼마만큼 어려운 환경에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거고 택배 노동자 업무에 대한 이해, 배려 이런 게 함께 가는…."]

코로나19로 폭증하는 택배 물량에 업무 강도가 가중되는 데 이어 감정까지 상처 입는 택배 노동자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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