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기록도 구하기 힘들어요”…과로사 유족들의 산재 안내서

입력 2020.12.03 (07:35) 수정 2020.12.0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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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로로 숨진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노동자가 숨진 경우 그 가족들이 직접 산재를 입증해야 하는데, 출퇴근 기록 같은 간단한 자료조차 회사에서 제공받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송락규 기자가 과로사를 둘러싼 제도적인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리포트]

2017년 대기업 과장이었던 이 모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숨졌다며 산업재해로 승인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출퇴근 기록과 업무 내용 등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회사로부터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배○○/유족 : "회사 컴퓨터 내에 자료 같은 것들 줄 수 있느냐고 여러 번 얘기했었는데 (회사 관계자가) '이건 우리 관할이 아니다' 얘기하면서 서로 떠넘기기 바빴었고."]

결국, 유족들은 이 씨의 통화기록과 SNS 메시지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출퇴근 시간을 계산해야 했고, 고인이 퇴직 압박을 받았다는 점도 입증해야 했습니다.

산재를 인정받기까지는 1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노동자가 과로로 숨졌을 때 유족들은 자료 수집 단계부터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재보상보험법상 사업주가 산재 입증을 도와야 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벌칙조항이 없는 데다가 부득이한 경우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우에는 유족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산재 신청 자체를 적극적으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5년간 한 해 평균 5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산재 신청은 60건, 승인된 건 30건 수준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도 2012년 산재 입증 책임을 국가와 회사가 분담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로사 유족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과로사 산재 신청 안내서'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손승주/변호사/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 "기본적으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그 산 사람이 살려면 적당한 보상이나 배상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산재) 매뉴얼(안내서)이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산재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용을 담은 과로사 안내서는 내년 초 발간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훈

※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혼자 견디고 있거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래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www.129.go.kr) 생명의 전화 ☎1588-9191 (www.lifeline.or.kr) 청소년상담원 ☎1388 (www.cyber1388.kr)에서 24시간 대기 중인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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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퇴근 기록도 구하기 힘들어요”…과로사 유족들의 산재 안내서
    • 입력 2020-12-03 07:35:06
    • 수정2020-12-03 07: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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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숨진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노동자가 숨진 경우 그 가족들이 직접 산재를 입증해야 하는데, 출퇴근 기록 같은 간단한 자료조차 회사에서 제공받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송락규 기자가 과로사를 둘러싼 제도적인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리포트]

2017년 대기업 과장이었던 이 모 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유족들은 이 씨가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숨졌다며 산업재해로 승인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출퇴근 기록과 업무 내용 등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회사로부터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배○○/유족 : "회사 컴퓨터 내에 자료 같은 것들 줄 수 있느냐고 여러 번 얘기했었는데 (회사 관계자가) '이건 우리 관할이 아니다' 얘기하면서 서로 떠넘기기 바빴었고."]

결국, 유족들은 이 씨의 통화기록과 SNS 메시지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출퇴근 시간을 계산해야 했고, 고인이 퇴직 압박을 받았다는 점도 입증해야 했습니다.

산재를 인정받기까지는 1년 7개월이 걸렸습니다.

이처럼 노동자가 과로로 숨졌을 때 유족들은 자료 수집 단계부터 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재보상보험법상 사업주가 산재 입증을 도와야 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벌칙조항이 없는 데다가 부득이한 경우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우에는 유족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산재 신청 자체를 적극적으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5년간 한 해 평균 5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산재 신청은 60건, 승인된 건 30건 수준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도 2012년 산재 입증 책임을 국가와 회사가 분담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로사 유족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과로사 산재 신청 안내서'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손승주/변호사/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 "기본적으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그 산 사람이 살려면 적당한 보상이나 배상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산재) 매뉴얼(안내서)이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산재 심사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용을 담은 과로사 안내서는 내년 초 발간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송락규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허수곤/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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