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빈곤아동 돕는다” 후원금 받은 복지시설 대표의 ‘두 얼굴’

입력 2020.12.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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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 캠페인을 벌이며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졌던 복지시설 대표,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민낯이 드러나 결국 실형을 선고받는 사건이 있었다.

A(49)씨는 대전 유성구에 빈곤 아동, 청소년 지원사업 등을 목적으로 사단법인을 만든다.

A 씨는 이 사단법인 명의로 2016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결식아동과 장애아동에 대한 기부금 명목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했다.

약 3년 4개월 동안 전국 각지에서 A 씨의 취지에 동감한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1억 3천여만 원의 정성을 모아줬다.

현행법상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법인 등록을 해야 했지만, 그는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모든 기부금은 대부분 장애인복지시설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A 씨는 또 사단법인 산하에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인 ‘보호작업장’과 장애인 단기 거주시설을 설치해 함께 운영했는데 이곳 입소비와 실습비를 횡령하면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다.

A 씨는 2017∼2019년 기간에 시설 입소자에게서 받은 입소비를 미등록 계좌로 받은 후 일부를 생활비로 쓰는 등 9,500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또 부동산을 무상대여 받고도 임대료를 내는 것처럼 꾸며 법인 자금을 가져가거나, 실습생 26명으로부터 받은 실습 지도비를 따로 빼돌리는 등 1억 원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도 장애인 복지시설 운영상황을 요구하는 지자체 공무원에게는 실습생이 없다고 거짓 보고하며 범행을 계속해왔다.

돈을 횡령하는 것도 모자라 A 씨는 전기충격기로 장애아동의 신체 일부를 가해하는 등 학대 혐의(상습특수협박죄)로 징역 3년 실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이때 조리사로 근무하던 직원 B 씨가 장애인과 아동을 학대한다고 신고하자 A 씨는 또 다른 직원을 통해 B 씨에게 해고통지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법원은 B 씨의 해고는 불이익조치로 인한 장애인복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장애인 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 신고인에게 장애인 학대범죄 신고 등을 이유로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신분 상실의 조치 등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결국, 업무상 횡령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사회복지사업법·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과 변호인은 법인 계좌로 받은 돈의 경우 후원 제안서를 받은 기업들로부터 지원받은 후원금액에 해당하므로, 불특정의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부금품이란 환영금품, 축하금품, 찬조금품, 등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말한다. 그중에서 법인, 정당, 사찰, 교회, 학교기성회, 후원회, 장학회 등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그 구성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된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법인 명의 계좌로 받은 금액은 소정의 ‘기부금품’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위와 같은 각 예외 사유나 다른 법률에 따른 기부금품의 모집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지법 형사1단독 오세용 부장판사는 이런 이유 등을 근거로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무등록으로 기부금품 모집을 하고 실습지도비, 입소비 등을 업무상 횡령하고, 관할 관청에 거짓 보고뿐 아니라 장애인 학대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 아니라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며 “피고인은 장애인 복지시설 원장으로서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투명한 회계 관리를 해야 했음에도 다수의 선량한 기부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시했다.

오 부장판사는 다만 “이 사건 범행 관련 기부금품 등의 상당 부분을 장애인복지시설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 이후 운영하던 사단법인 등을 모두 폐업한 점,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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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빈곤아동 돕는다” 후원금 받은 복지시설 대표의 ‘두 얼굴’
    • 입력 2020-12-03 14:36:05
    취재후·사건후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 캠페인을 벌이며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졌던 복지시설 대표,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민낯이 드러나 결국 실형을 선고받는 사건이 있었다.

A(49)씨는 대전 유성구에 빈곤 아동, 청소년 지원사업 등을 목적으로 사단법인을 만든다.

A 씨는 이 사단법인 명의로 2016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결식아동과 장애아동에 대한 기부금 명목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했다.

약 3년 4개월 동안 전국 각지에서 A 씨의 취지에 동감한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1억 3천여만 원의 정성을 모아줬다.

현행법상 1천만 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법인 등록을 해야 했지만, 그는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모든 기부금은 대부분 장애인복지시설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A 씨는 또 사단법인 산하에 지역아동센터와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인 ‘보호작업장’과 장애인 단기 거주시설을 설치해 함께 운영했는데 이곳 입소비와 실습비를 횡령하면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다.

A 씨는 2017∼2019년 기간에 시설 입소자에게서 받은 입소비를 미등록 계좌로 받은 후 일부를 생활비로 쓰는 등 9,500만 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또 부동산을 무상대여 받고도 임대료를 내는 것처럼 꾸며 법인 자금을 가져가거나, 실습생 26명으로부터 받은 실습 지도비를 따로 빼돌리는 등 1억 원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서도 장애인 복지시설 운영상황을 요구하는 지자체 공무원에게는 실습생이 없다고 거짓 보고하며 범행을 계속해왔다.

돈을 횡령하는 것도 모자라 A 씨는 전기충격기로 장애아동의 신체 일부를 가해하는 등 학대 혐의(상습특수협박죄)로 징역 3년 실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이때 조리사로 근무하던 직원 B 씨가 장애인과 아동을 학대한다고 신고하자 A 씨는 또 다른 직원을 통해 B 씨에게 해고통지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법원은 B 씨의 해고는 불이익조치로 인한 장애인복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장애인 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 신고인에게 장애인 학대범죄 신고 등을 이유로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신분 상실의 조치 등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결국, 업무상 횡령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사회복지사업법·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과 변호인은 법인 계좌로 받은 돈의 경우 후원 제안서를 받은 기업들로부터 지원받은 후원금액에 해당하므로, 불특정의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부금품이란 환영금품, 축하금품, 찬조금품, 등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을 말한다. 그중에서 법인, 정당, 사찰, 교회, 학교기성회, 후원회, 장학회 등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그 구성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된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법인 명의 계좌로 받은 금액은 소정의 ‘기부금품’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위와 같은 각 예외 사유나 다른 법률에 따른 기부금품의 모집에는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지법 형사1단독 오세용 부장판사는 이런 이유 등을 근거로 A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무등록으로 기부금품 모집을 하고 실습지도비, 입소비 등을 업무상 횡령하고, 관할 관청에 거짓 보고뿐 아니라 장애인 학대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 아니라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며 “피고인은 장애인 복지시설 원장으로서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투명한 회계 관리를 해야 했음에도 다수의 선량한 기부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시했다.

오 부장판사는 다만 “이 사건 범행 관련 기부금품 등의 상당 부분을 장애인복지시설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 이후 운영하던 사단법인 등을 모두 폐업한 점,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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