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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세상에 탈세는 없다
입력 2020.12.03 (18:08) 수정 2020.12.03 (18:16) 취재K
“CDBC는 전자적 형태, 현금과 달리 ‘익명성 조절’ 가능”
한은 “CDBC에 이자 지급하면 ‘현금 거래로 조세 회피’ 감소”
거래기록 추적 쉬워 탈세 포함 불법 자금, 지하경제 문제 완화에도 기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DB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중국은 지난 5월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CDBC 발행에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비대면 디지털 거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역시 비대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BIS(국제결제은행)은 CDBC 보고서에서 "2026년엔 각국 중앙은행의 20%가 CDBC를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CDBC 발행이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한국은행 역시 내년에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화폐...탈세는 없다

현금 거래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익명성'의 보장입니다. 특별한 수단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거래 등에도 필수적이고 기계적인 오류로 대규모 혼란이 날 가능성도 적습니다.

대신 그만큼 불법거래나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쉽습니다. 얼마전 5만 원권 환수율이 너무 낮다는 기사도 있었는데요. 혹시 지하경제로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습니다.

숨겨진 돈 찾아다니는 국세청 역시 늘 '세무조사' 중인데도 숨은 현금을, 현금 거래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CDBC는 전자화폐입니다. 그러니 익명성의 정도가 조절 가능합니다. 우리의 거래 기록뿐 아니라 신원 정보를 어느 정도 드러낼지 인위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화폐의 이동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최초 계약자에서부터 거래 기록을 따라 단계별로 올라가 돈의 최종 종착지, 돈을 소유하고 있는 자를 찾아내야 하는 탈세 조사도 거래와 신원정보 매칭만으로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유용한 건 CDBC에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입니다.

한은이 오늘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도입이 조세회피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보고서는 현금을 사용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경제와 CDBC를 사용해 조세회피가 불가능한 경제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분석을 해보니 현금만 존재하는 경제에서는 조세회피로 자원 배분이 왜곡됐습니다. 정부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모니터링 가능한 거래에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데 그러면 세금을 덜 내도 되는, 드러나지 않는 현금거래에 대한 선호가 많아집니다. 조세회피도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 현금경제에 '이자를 지급하는 CDBC를 도입해 사용이 늘어나면 모니터링 가능한 거래, 조세 당국에 투명하게 드러나는 거래가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겁니다.

"CBDC에 이자를 지급하면 CBDC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모니터링 가능한 거래의 소비는 늘어나고 현금을 매개로 한 조세회피 거래의 소비는 줄어들어 자원배분 왜곡이 교정됐다"
"현금을 사용한 조세회피 거래가 심각한 경제에서는 CBDC 도입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조세회피가 가능한 경제에서 CBDC 도입이 사회 후생에 미치는 영향(BOK경제연구 보고서)

■탈세 잡는 건 좋지만 내 개인정보는?

'탈세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내 익명성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 일 겁니다.

나의 CDBC 보유현황과 거래 내역은 모두 정부의 전산망에 남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QR코드로 내 동선을 모두 기록하는 것까진 받아들인다 쳐도, 내가 일상적으로 쓰는 화폐 기록으로 '나'에 대한 추적 가능성도 늘 열려있다는 건 충분히 마음 불편한 일입니다.

간간이 불거지는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같은 의혹도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CDBC가 조세회피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다면 거래정보와 신원정보를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는 쪽으로 시스템이 설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되 범죄 등에 사용된 의심이 보일 때 한해 신원 식별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권오익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CDBC 실제 도입 시 중앙은행 업무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도입 시 이러한 점이 개선된다는 한가지 정도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화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8월엔 미 연준도 가상의 디지털화폐를 시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가 "CDBC가 빨리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와 별개로 준비는 빠르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한은엔 디지털화폐팀이 신설돼 내년 시범운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화폐개혁'이라고까지 합니다.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새로운 화폐, 현금과 같게 법정 통화이므로 내재가치가 규정되지 않는 민간 암호화폐와는 분명 다릅니다.

나라에서 발행하는 '정식 가상화폐'가 현금처럼 쓰이는 날이 올까요?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대규모 '탈세' 세무조사,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 등이 좀 줄어들게 될까요?

참고로, 국세청은 올해도 변함없이 '고액, 상습 체납자의 신상정보 명단'을 곧 공개할 예정입니다.
  • 디지털화폐 세상에 탈세는 없다
    • 입력 2020-12-03 18:08:04
    • 수정2020-12-03 18:16:55
    취재K
“CDBC는 전자적 형태, 현금과 달리 ‘익명성 조절’ 가능”<br />한은 “CDBC에 이자 지급하면 ‘현금 거래로 조세 회피’ 감소”<br />거래기록 추적 쉬워 탈세 포함 불법 자금, 지하경제 문제 완화에도 기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DB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중국은 지난 5월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여러 나라 중앙은행이 CDBC 발행에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비대면 디지털 거래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역시 비대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BIS(국제결제은행)은 CDBC 보고서에서 "2026년엔 각국 중앙은행의 20%가 CDBC를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CDBC 발행이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한국은행 역시 내년에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화폐...탈세는 없다

현금 거래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익명성'의 보장입니다. 특별한 수단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거래 등에도 필수적이고 기계적인 오류로 대규모 혼란이 날 가능성도 적습니다.

대신 그만큼 불법거래나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쉽습니다. 얼마전 5만 원권 환수율이 너무 낮다는 기사도 있었는데요. 혹시 지하경제로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었습니다.

숨겨진 돈 찾아다니는 국세청 역시 늘 '세무조사' 중인데도 숨은 현금을, 현금 거래를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CDBC는 전자화폐입니다. 그러니 익명성의 정도가 조절 가능합니다. 우리의 거래 기록뿐 아니라 신원 정보를 어느 정도 드러낼지 인위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화폐의 이동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최초 계약자에서부터 거래 기록을 따라 단계별로 올라가 돈의 최종 종착지, 돈을 소유하고 있는 자를 찾아내야 하는 탈세 조사도 거래와 신원정보 매칭만으로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유용한 건 CDBC에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입니다.

한은이 오늘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도입이 조세회피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보고서는 현금을 사용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경제와 CDBC를 사용해 조세회피가 불가능한 경제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분석을 해보니 현금만 존재하는 경제에서는 조세회피로 자원 배분이 왜곡됐습니다. 정부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모니터링 가능한 거래에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데 그러면 세금을 덜 내도 되는, 드러나지 않는 현금거래에 대한 선호가 많아집니다. 조세회피도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 현금경제에 '이자를 지급하는 CDBC를 도입해 사용이 늘어나면 모니터링 가능한 거래, 조세 당국에 투명하게 드러나는 거래가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겁니다.

"CBDC에 이자를 지급하면 CBDC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모니터링 가능한 거래의 소비는 늘어나고 현금을 매개로 한 조세회피 거래의 소비는 줄어들어 자원배분 왜곡이 교정됐다"
"현금을 사용한 조세회피 거래가 심각한 경제에서는 CBDC 도입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조세회피가 가능한 경제에서 CBDC 도입이 사회 후생에 미치는 영향(BOK경제연구 보고서)

■탈세 잡는 건 좋지만 내 개인정보는?

'탈세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내 익명성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 일 겁니다.

나의 CDBC 보유현황과 거래 내역은 모두 정부의 전산망에 남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QR코드로 내 동선을 모두 기록하는 것까진 받아들인다 쳐도, 내가 일상적으로 쓰는 화폐 기록으로 '나'에 대한 추적 가능성도 늘 열려있다는 건 충분히 마음 불편한 일입니다.

간간이 불거지는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같은 의혹도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CDBC가 조세회피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다면 거래정보와 신원정보를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는 쪽으로 시스템이 설계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되 범죄 등에 사용된 의심이 보일 때 한해 신원 식별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권오익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CDBC 실제 도입 시 중앙은행 업무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도입 시 이러한 점이 개선된다는 한가지 정도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화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8월엔 미 연준도 가상의 디지털화폐를 시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가 "CDBC가 빨리 상용화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와 별개로 준비는 빠르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한은엔 디지털화폐팀이 신설돼 내년 시범운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화폐개혁'이라고까지 합니다.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새로운 화폐, 현금과 같게 법정 통화이므로 내재가치가 규정되지 않는 민간 암호화폐와는 분명 다릅니다.

나라에서 발행하는 '정식 가상화폐'가 현금처럼 쓰이는 날이 올까요?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발표되는 대규모 '탈세' 세무조사, 고액체납자 명단 공개 등이 좀 줄어들게 될까요?

참고로, 국세청은 올해도 변함없이 '고액, 상습 체납자의 신상정보 명단'을 곧 공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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