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1차 저지선 속수무책…2차도 무용지물?

입력 2020.12.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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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일) 국회에서는 상임위의 '안건조정위원회'가 오전부터 잇따라 열렸습니다.

오전부터 법사위에서 공수처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가 진행됐고, 정무위의 사회적참사특별법과 공정거래법에 대한 안건조정위,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보험법 관련 안건조정위원회가 각각 열렸습니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입법 강행을 저지하겠다며 약속한 듯이 상임위 쟁점 법안별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사가 고작 하루 늦춰졌을 뿐, 안건조정위가 개최된 법안들은 일사천리로 의결이 진행됐습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 야당의 1차 저지선 안건조정위, 무용지물?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이 첨예한 법안에 대해 숙려기간을 둬서 여야가 최대한 조정해보자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90일 기간 내에서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이 협의해 논의 기간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야당의 합법적인 법안 심사 지연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어제(7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에 대해 단독 처리를 시도하자,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열린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는 회의를 시작한지 1시간 반 만에 표결을 마쳤습니다. 야당 조정위원들이 항의하며 반발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개혁 법안 통과를 선언한 상황에서 야당의 1차 저지선이었던 안건조정위가 속수무책이 될 거라는 건 예정됐던 결과입니다.

현재의 여 174석, 야 103석이라는 의석수 상황 때문입니다. 친여 무소속 3명과 열린민주당 3석까지 더하면 범여권은 180석이 됩니다.

상임위 의원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은 상임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해서 정하는데, 조정위원장은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에서 뽑게 됩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구성을 좌우할 수 있는데, 실제로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원 6명은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3명과 야당몫으로 국민의힘 2명, 그리고 나머지 야당몫 1명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선임됐습니다. 최강욱 의원은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공수처 출범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해온 의원 중 한 명입니다. 최 의원의 안건조정위 참여를 두고 주호영 원대대표는 의원총회 발언에서 "안건조정위 무력화"라고 성토했습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다른 상임위 역시 안건조정위는 민주 3, 국민의힘 2, 비교섭단체 1로 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3분의 2이상 찬성 개정안 의결을 저지할 방법은 없었던 겁니다.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오후에 열린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와 불참 속에 통과됐습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회적참사특별법도 각각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 고용보험법은 환노위 안건조정위에서 비슷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입니다.


■ 2차 저지선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국민의힘은 하루종일 비상 의원총회, 긴급 의원총회, 회의장 안팎 농성 등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최대한 여론전을 펴겠다는 것입니다.

1차 저지선인 안건조정위는 소득 없이 종료됐지만 정기국회 마지막 일정인 내일(9일)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모든 합법적 저항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2차 저지선인 셈입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모레(1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특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상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끝나도록 돼 있습니다. 이어 다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바로 표결에 부치게 돼 있어, 공수처법 개정안은 모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국민의힘이 다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선다해도,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이 동의하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이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범여권 의원을 모두 합치면 180석이 됩니다.

결국 민주당의 중점 법안 처리는 시간 문제인 셈입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늘 원내대책회의 발어넹서 국민의힘의 항의 농성을 겨냥해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면서 "입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억지와 지연전술에 더는 끌려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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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당의 1차 저지선 속수무책…2차도 무용지물?
    • 입력 2020-12-08 20:20:50
    취재K
오늘(8일) 국회에서는 상임위의 '안건조정위원회'가 오전부터 잇따라 열렸습니다.

오전부터 법사위에서 공수처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가 진행됐고, 정무위의 사회적참사특별법과 공정거래법에 대한 안건조정위,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보험법 관련 안건조정위원회가 각각 열렸습니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입법 강행을 저지하겠다며 약속한 듯이 상임위 쟁점 법안별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사가 고작 하루 늦춰졌을 뿐, 안건조정위가 개최된 법안들은 일사천리로 의결이 진행됐습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 야당의 1차 저지선 안건조정위, 무용지물?

안건조정위원회는 이견이 첨예한 법안에 대해 숙려기간을 둬서 여야가 최대한 조정해보자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90일 기간 내에서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이 협의해 논의 기간을 정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야당의 합법적인 법안 심사 지연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어제(7일) 공수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에 대해 단독 처리를 시도하자,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열린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는 회의를 시작한지 1시간 반 만에 표결을 마쳤습니다. 야당 조정위원들이 항의하며 반발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개혁 법안 통과를 선언한 상황에서 야당의 1차 저지선이었던 안건조정위가 속수무책이 될 거라는 건 예정됐던 결과입니다.

현재의 여 174석, 야 103석이라는 의석수 상황 때문입니다. 친여 무소속 3명과 열린민주당 3석까지 더하면 범여권은 180석이 됩니다.

상임위 의원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은 상임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해서 정하는데, 조정위원장은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에서 뽑게 됩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구성을 좌우할 수 있는데, 실제로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원 6명은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3명과 야당몫으로 국민의힘 2명, 그리고 나머지 야당몫 1명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선임됐습니다. 최강욱 의원은 범여권으로 분류되고, 공수처 출범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해온 의원 중 한 명입니다. 최 의원의 안건조정위 참여를 두고 주호영 원대대표는 의원총회 발언에서 "안건조정위 무력화"라고 성토했습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다른 상임위 역시 안건조정위는 민주 3, 국민의힘 2, 비교섭단체 1로 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3분의 2이상 찬성 개정안 의결을 저지할 방법은 없었던 겁니다.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 역시 오후에 열린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와 불참 속에 통과됐습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회적참사특별법도 각각 정무위 안건조정위에서, 고용보험법은 환노위 안건조정위에서 비슷한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입니다.


■ 2차 저지선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국민의힘은 하루종일 비상 의원총회, 긴급 의원총회, 회의장 안팎 농성 등을 잇따라 진행하면서 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최대한 여론전을 펴겠다는 것입니다.

1차 저지선인 안건조정위는 소득 없이 종료됐지만 정기국회 마지막 일정인 내일(9일)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모든 합법적 저항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2차 저지선인 셈입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모레(1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특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상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끝나도록 돼 있습니다. 이어 다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바로 표결에 부치게 돼 있어, 공수처법 개정안은 모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국민의힘이 다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다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나선다해도,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명이 동의하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이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범여권 의원을 모두 합치면 180석이 됩니다.

결국 민주당의 중점 법안 처리는 시간 문제인 셈입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오늘 원내대책회의 발어넹서 국민의힘의 항의 농성을 겨냥해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면서 "입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 억지와 지연전술에 더는 끌려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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