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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왜 일본을 떠난다 했나…탄소중립, 홍보 아닌 생존 문제
입력 2020.12.09 (16:23) 수정 2020.12.09 (16:28) 취재K
소니 “재생에너지 구매 어려워 일본 떠나야 할 판”
한국에서도 거래 못 해
‘탐욕스러운 자본’마저 탄소 중립 따져…기업 존속 위기

■ 소니가 일본에서 철수한다고?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는 일본을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납니다. 그런데 이 소니가 일본을 떠날 수 있다고 일본 정부에 경고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진 것은 일본의 행정개혁 장관인 고노 다로와 파이낸셜타임스의 인터뷰였습니다.


고노 장관은 소니와 리코, 화장품 회사인 가오 등의 대표와 만난 뒤 "일본에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너무 비싸다"는 말과,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소니가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납품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일본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수출이 어려워져 일본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RE100, "재생에너지 100%가 아니면 납품 말라"

배경에는 영국에서 시민단체가 시작한 'RE100' 이란 운동이 있습니다. 대상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이런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사용한다면 탄소 중립 기반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는 운동입니다.

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
글로벌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시민운동
애플, 구글, 페이스북, SK하이닉스 등 276개 기업 가입

애플과 구글은 이미 자사에서는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RE100 준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한국 기업 해외 공장은 이미 RE100 달성…국내에서는 왜 못하나?

이미 국내 기업들의 해외공장에서는 RE100을 달성한 곳들이 많습니다.

LG화학의 미국과 유럽 사업장은 이미 RE100을 달성했고 , 삼성전자의 미국·유럽과 중국 사업장도 올해 말까지 달성할 계획입니다.

반면 국내 제조업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아직 국내 공장은 RE100 달성과 거리가 먼데요. 국내에서는 환경에 관심이 없어서일까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해외 공장에서는 대부분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만드는 전기를 사오는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국내에서는 전기를 사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불가능

국내 공장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에 신경은 쓰고 있습니다. 역시 고객 회사들 때문입니다.

"고객사들이 본인들이 만드는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자재 원자재부터 시작해서 각종 에너지원에 대해서도 탄소의 절감 정도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걸 자신들의 탄소 절감에 반영하는 것이죠." 한화큐셀 박원 산업홍보파트장의 설명입니다.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한화큐셀 진천사업장은 공장 주차장 전체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65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만, 공장에 필요한 전기의 1%밖에 안 됩니다.

한화큐셀 진천사업장한화큐셀 진천사업장
결국은 사와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올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태양광 발전소와 직통 전선을 설치하는 방법이겠죠. 그러나 태양광 발전소는 공단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주로 쓰는 방법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거래입니다. 송배전은 한국전력과 같은 곳이 담당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공급하는 전기만큼 공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하는 계약입니다.


이 밖에도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기만 구입하는 녹색요금제 등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는데 그동안 국내에서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RE100 달성방법
1) 직접 생산: 태양광 패널 등으로 전기 직접 생산
2) 녹색요금제: 웃돈을 주고 한국전력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 구매
3) 전력거래계약(PPA) :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업자와 계약을 맺고 전기 도입
4) 발전기업에 지분투자
5) REC 거래: 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

정부는 이제 전력거래계약과 녹색 요금제를 시행하려고 하는 단계입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계약할 때 특혜 논란도 있어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 세계평균보다 34% 비싼 태양광 발전 비용

우리나라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이용은 지난해 기준 세계 평균보다 대략 34%가량 비쌉니다. 규제도 엄격해졌고 무엇보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소니가 경고한 것처럼 일본이 우리보다 더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경쟁 산업국가인 미국이나 중국보다 한국이 훨씬 비싸다는 점에서 앞으로 생산시설을 한국에 유치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성호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엄청난 수주잔고가 있는데도 왜 국내 공장을 더 안 짓겠는가? 결국, RE100 달성 어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 탐욕스런 자본은 왜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RE100은 그저 시민운동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참여하고 납품업체들에 요구하면서 큰 운동이 됐습니다.

환경 문제보다는 경제적 이익만을 따지는 것으로 알려진 자본가들이 왜 탄소 중립을 내세울까요? 홍보 효과를 노린 점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별로 홍보할 필요가 없는 연기금이나 금융업계 역시 탄소 중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인류가 조만간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에서 논의되는 탄소 국경세, 즉 탄소배출을 많이 한 교역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RE100이나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자본의 경제 논리를 따르더라도 이제는 탄소 중립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후변화가 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눈앞으로 다가왔기에 세계 연기금과 기업의 돈줄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속가능성 분야 자문업체, ERM의 서현정 한국지사 대표가 지적합니다.

'탄소 중립'이 기업 이미지 개선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생존 차원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소니는 왜 일본을 떠난다 했나…탄소중립, 홍보 아닌 생존 문제
    • 입력 2020-12-09 16:23:21
    • 수정2020-12-09 16:28:03
    취재K
소니 “재생에너지 구매 어려워 일본 떠나야 할 판”<br />한국에서도 거래 못 해<br />‘탐욕스러운 자본’마저 탄소 중립 따져…기업 존속 위기

■ 소니가 일본에서 철수한다고?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는 일본을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납니다. 그런데 이 소니가 일본을 떠날 수 있다고 일본 정부에 경고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진 것은 일본의 행정개혁 장관인 고노 다로와 파이낸셜타임스의 인터뷰였습니다.


고노 장관은 소니와 리코, 화장품 회사인 가오 등의 대표와 만난 뒤 "일본에서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너무 비싸다"는 말과,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소니가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납품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는 일본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수출이 어려워져 일본을 떠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RE100, "재생에너지 100%가 아니면 납품 말라"

배경에는 영국에서 시민단체가 시작한 'RE100' 이란 운동이 있습니다. 대상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이런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사용한다면 탄소 중립 기반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는 운동입니다.

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
글로벌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시민운동
애플, 구글, 페이스북, SK하이닉스 등 276개 기업 가입

애플과 구글은 이미 자사에서는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납품업체를 상대로 RE100 준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한국 기업 해외 공장은 이미 RE100 달성…국내에서는 왜 못하나?

이미 국내 기업들의 해외공장에서는 RE100을 달성한 곳들이 많습니다.

LG화학의 미국과 유럽 사업장은 이미 RE100을 달성했고 , 삼성전자의 미국·유럽과 중국 사업장도 올해 말까지 달성할 계획입니다.

반면 국내 제조업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아직 국내 공장은 RE100 달성과 거리가 먼데요. 국내에서는 환경에 관심이 없어서일까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해외 공장에서는 대부분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만드는 전기를 사오는 방법으로 해결하는데, 국내에서는 전기를 사올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불가능

국내 공장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에 신경은 쓰고 있습니다. 역시 고객 회사들 때문입니다.

"고객사들이 본인들이 만드는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자재 원자재부터 시작해서 각종 에너지원에 대해서도 탄소의 절감 정도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걸 자신들의 탄소 절감에 반영하는 것이죠." 한화큐셀 박원 산업홍보파트장의 설명입니다.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한화큐셀 진천사업장은 공장 주차장 전체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65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만, 공장에 필요한 전기의 1%밖에 안 됩니다.

한화큐셀 진천사업장한화큐셀 진천사업장
결국은 사와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올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태양광 발전소와 직통 전선을 설치하는 방법이겠죠. 그러나 태양광 발전소는 공단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주로 쓰는 방법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의 거래입니다. 송배전은 한국전력과 같은 곳이 담당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공급하는 전기만큼 공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하는 계약입니다.


이 밖에도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기만 구입하는 녹색요금제 등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제도가 이미 도입돼 있는데 그동안 국내에서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RE100 달성방법
1) 직접 생산: 태양광 패널 등으로 전기 직접 생산
2) 녹색요금제: 웃돈을 주고 한국전력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 구매
3) 전력거래계약(PPA) :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업자와 계약을 맺고 전기 도입
4) 발전기업에 지분투자
5) REC 거래: 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

정부는 이제 전력거래계약과 녹색 요금제를 시행하려고 하는 단계입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계약할 때 특혜 논란도 있어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언제 시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 세계평균보다 34% 비싼 태양광 발전 비용

우리나라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이용은 지난해 기준 세계 평균보다 대략 34%가량 비쌉니다. 규제도 엄격해졌고 무엇보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소니가 경고한 것처럼 일본이 우리보다 더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경쟁 산업국가인 미국이나 중국보다 한국이 훨씬 비싸다는 점에서 앞으로 생산시설을 한국에 유치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성호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전문위원은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엄청난 수주잔고가 있는데도 왜 국내 공장을 더 안 짓겠는가? 결국, RE100 달성 어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 탐욕스런 자본은 왜 탄소 중립을 요구하는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RE100은 그저 시민운동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참여하고 납품업체들에 요구하면서 큰 운동이 됐습니다.

환경 문제보다는 경제적 이익만을 따지는 것으로 알려진 자본가들이 왜 탄소 중립을 내세울까요? 홍보 효과를 노린 점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별로 홍보할 필요가 없는 연기금이나 금융업계 역시 탄소 중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인류가 조만간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에서 논의되는 탄소 국경세, 즉 탄소배출을 많이 한 교역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RE100이나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자본의 경제 논리를 따르더라도 이제는 탄소 중립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기후변화가 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눈앞으로 다가왔기에 세계 연기금과 기업의 돈줄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속가능성 분야 자문업체, ERM의 서현정 한국지사 대표가 지적합니다.

'탄소 중립'이 기업 이미지 개선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생존 차원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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