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없는 ‘박원순 사건 대책’ 5개월 만에 발표한 서울시

입력 2020.12.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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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특별대책위원회,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 3대 분야 11개 과제 발표
① 피해자 중심의 신속·간소화된 사건 처리 ②비서 업무 지침 마련…시장실 수면실은 폐지
‘박원순 사건’ 대책에 ‘박원순’ 빠졌다는 지적도…
피해자 측 여성단체 “사건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 언급 없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서울시가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8월 7일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5개월 만입니다.

이 대책위에는 여성단체, 학계,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9명과 서울시 내부위원 6명, 모두 15명이 참여했습니다. 대책위 측은 모두 18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서울시의 제도와 조직문화를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이 오늘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이 오늘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피해자 중심의 사건처리 절차 재구성…단체장 사건은 외부로

이번 대책은 제도, 조직문화, 예방교육 이렇게 3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먼저 제도 분야에서는 피해자 중심으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를 재구성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는 단계별로 기능이 분절돼 최종 징계 조치까지 8~12개월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사건처리절차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처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도록 바꿨습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하고 3~4개월 이내에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사건 인지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도록 하는 겁니다.

또 그동안은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에 대해선 수사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서울시가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피해자가 원하면 수사와 함께 내부에서도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답변하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답변하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 비서 분야 업무지침 마련…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선발, 수면실 폐지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를 개선하는 내용도 마련됐습니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비서실에 지원한 적이 없는데도 비서실에 발령이 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명확한 선발 기준이나 절차가 없고, 비서실 안에서도 업무 매뉴얼이 없어 시장의 사적인 업무까지 하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지난달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비서실에 공식적 매뉴얼은 없고, 개인 간 인수인계하는 사적인 매뉴얼이 있는 걸 이번에 알았다."라며 "시장 비서실은 성 역할이 잔존하고 있고,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담을 하겠다고 대책위 측은 밝혔습니다. 또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 업무의 공적 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 분야 업무지침'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대책위는 이 밖에도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에 대한 맞춤형 특별교육을 통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세대별, 직급별 인식의 차이가 크고 젊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관리자들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 피해자 측 여성단체 "사건에 대한 사과 없어…절차만 업데이트하면 되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측은 어떤 입장일까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사건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가 호소하는 2차 피해 등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절차만 업데이트되는 것이 과연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소장은 또 이번 대책안의 몇몇 내용은 서울시 구조상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기존에 제도가 없던 게 아닌데,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살피고 지금 일어나는 2차 피해 등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보다는 성희롱이나 성차별이 일어나는 조직문화 전반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박 전 시장 사건 진상조사) 결과가 곧 나올 텐데, 그에 따라 추가 보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오늘 대책안에 대해 내일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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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없는 ‘박원순 사건 대책’ 5개월 만에 발표한 서울시
    • 입력 2020-12-10 17:06:04
    취재K
특별대책위원회,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 3대 분야 11개 과제 발표<br />① 피해자 중심의 신속·간소화된 사건 처리 ②비서 업무 지침 마련…시장실 수면실은 폐지<br />‘박원순 사건’ 대책에 ‘박원순’ 빠졌다는 지적도…<br />피해자 측 여성단체 “사건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 언급 없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서울시가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8월 7일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5개월 만입니다.

이 대책위에는 여성단체, 학계,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9명과 서울시 내부위원 6명, 모두 15명이 참여했습니다. 대책위 측은 모두 18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서울시의 제도와 조직문화를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이 오늘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피해자 중심의 사건처리 절차 재구성…단체장 사건은 외부로

이번 대책은 제도, 조직문화, 예방교육 이렇게 3가지 분야로 나뉩니다. 먼저 제도 분야에서는 피해자 중심으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를 재구성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는 단계별로 기능이 분절돼 최종 징계 조치까지 8~12개월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사건처리절차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처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도록 바꿨습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하고 3~4개월 이내에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사건 인지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도록 하는 겁니다.

또 그동안은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에 대해선 수사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서울시가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피해자가 원하면 수사와 함께 내부에서도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답변하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 비서 분야 업무지침 마련…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선발, 수면실 폐지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를 개선하는 내용도 마련됐습니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비서실에 지원한 적이 없는데도 비서실에 발령이 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명확한 선발 기준이나 절차가 없고, 비서실 안에서도 업무 매뉴얼이 없어 시장의 사적인 업무까지 하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지난달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비서실에 공식적 매뉴얼은 없고, 개인 간 인수인계하는 사적인 매뉴얼이 있는 걸 이번에 알았다."라며 "시장 비서실은 성 역할이 잔존하고 있고,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배치와 업무분담을 하겠다고 대책위 측은 밝혔습니다. 또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 업무의 공적 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 분야 업무지침'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대책위는 이 밖에도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에 대한 맞춤형 특별교육을 통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세대별, 직급별 인식의 차이가 크고 젊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관리자들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 피해자 측 여성단체 "사건에 대한 사과 없어…절차만 업데이트하면 되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측은 어떤 입장일까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사건에 대한 사과나 피해자가 호소하는 2차 피해 등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절차만 업데이트되는 것이 과연 현실을 바꿀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소장은 또 이번 대책안의 몇몇 내용은 서울시 구조상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기존에 제도가 없던 게 아닌데,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살피고 지금 일어나는 2차 피해 등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보다는 성희롱이나 성차별이 일어나는 조직문화 전반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박 전 시장 사건 진상조사) 결과가 곧 나올 텐데, 그에 따라 추가 보완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오늘 대책안에 대해 내일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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