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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사람이더라”…美 대북대표의 마지막 연설
입력 2020.12.10 (17:58) 취재K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났습니다. 북미 간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북미는 네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미군 유해 송환.

이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투입된 게 바로 스티븐 비건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였습니다. 비건 대표는 2년 반 동안 북한과의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하노이에서의 '노딜'로 끝났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이제 국무부를 떠나는 비건 국무부 부장관. 오늘(10일)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새 행정부에 조언을 남겼습니다.

비건 부장관이 직접 말하는 '하노이 노딜'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 "하노이에서 시간 부족했고, 협상 권한도 없었다"

"미국은 왜 하노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받지 않았나요?"

강연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2019년 2월 북한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며, 북한 민생과 관련된 대북제재 5개의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 능력의 핵심인 만큼, 일단 북한의 카드를 받고 추가적인 협상을 진행했다면, 지금쯤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이 대해 비건 부장관은 "일단 당시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영변 핵시설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어느 한쪽이 모든 걸 다 하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고, 공동의 목표가 중요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무엇이 가능한지 사전에 모색해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팀에 '권한'이 전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당시 협상팀이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북한의 카운터파트는 그런 논의를 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모든 결정 권한이 쏠려 있었다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비건 부장관은 "하노이 노딜의 교훈은 실무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상 간의 협의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정상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진전 방안을 실무팀이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노이에서는 실무팀이 서둘러 만든 방안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측 협상팀에 조금만 더 권한이 있었다면 더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북한으로 넘겼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협상 대표가 권한을 위임받고 함께 로드맵을 만든 뒤, 정상이 이를 확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내가 2년 반 동안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걸 결정짓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로 '주고받기'를 하면서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 "2018년 싱가포르 합의는 여전히 유효"

비건 부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싱가포르 합의 내용을 진전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정상 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간 후퇴, 실망, 놓친 기회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북특별대표를 맡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를 위한 비전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으며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 등을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에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바이든 행정부에 전할 조언은?…"과감한 아이디어 필요"

"이제 전쟁은 끝났습니다. 갈등의 시간은 끝났고 평화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협상팀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 미국, 한국, 북한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도 북한도, 한쪽이 모든 걸 다 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단 '로드맵'을 만들고, 서로 만족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고 과감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시작은 '싱가포르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합의를 기준으로 협상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과거 70년 역사를 새롭게 본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결정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도 '사람'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 제약 조건이 있지만, 북한도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카운터파트들과의 개인적인 교류 경험을 소개하면서 "북한 사람들도 진정성이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만큼 인간적인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외교가 유일한 살길"

비건 부장관은 "안타깝게도 북한의 카운터파트는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면서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움켜쥐는 대신 협상 장애물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외교가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다음 달 있을 예정인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외교를 재개할 수 있도록 경로를 설정하기를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는, 그런 진지한 외교를 시작해달라고 했습니다. 그것만이 북한과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겁니다.
  • “그들도 사람이더라”…美 대북대표의 마지막 연설
    • 입력 2020-12-10 17:58:21
    취재K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났습니다. 북미 간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북미는 네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미군 유해 송환.

이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투입된 게 바로 스티븐 비건 당시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였습니다. 비건 대표는 2년 반 동안 북한과의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하노이에서의 '노딜'로 끝났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이제 국무부를 떠나는 비건 국무부 부장관. 오늘(10일)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새 행정부에 조언을 남겼습니다.

비건 부장관이 직접 말하는 '하노이 노딜'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 "하노이에서 시간 부족했고, 협상 권한도 없었다"

"미국은 왜 하노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받지 않았나요?"

강연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2019년 2월 북한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며, 북한 민생과 관련된 대북제재 5개의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 능력의 핵심인 만큼, 일단 북한의 카드를 받고 추가적인 협상을 진행했다면, 지금쯤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이 대해 비건 부장관은 "일단 당시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영변 핵시설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론 어느 한쪽이 모든 걸 다 하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고, 공동의 목표가 중요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무엇이 가능한지 사전에 모색해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협상팀에 '권한'이 전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당시 협상팀이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북한의 카운터파트는 그런 논의를 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모든 결정 권한이 쏠려 있었다는 점을 꼬집은 겁니다.

비건 부장관은 "하노이 노딜의 교훈은 실무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상 간의 협의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정상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진전 방안을 실무팀이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노이에서는 실무팀이 서둘러 만든 방안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측 협상팀에 조금만 더 권한이 있었다면 더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북한으로 넘겼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협상 대표가 권한을 위임받고 함께 로드맵을 만든 뒤, 정상이 이를 확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내가 2년 반 동안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걸 결정짓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서로 '주고받기'를 하면서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 "2018년 싱가포르 합의는 여전히 유효"

비건 부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싱가포르 합의 내용을 진전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정상 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년간 후퇴, 실망, 놓친 기회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북특별대표를 맡은 첫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를 위한 비전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으며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 등을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에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바이든 행정부에 전할 조언은?…"과감한 아이디어 필요"

"이제 전쟁은 끝났습니다. 갈등의 시간은 끝났고 평화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협상팀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 미국, 한국, 북한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도 북한도, 한쪽이 모든 걸 다 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단 '로드맵'을 만들고, 서로 만족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크고 과감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과의 '경제 협력'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시작은 '싱가포르 합의'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합의를 기준으로 협상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일단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과거 70년 역사를 새롭게 본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결정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도 '사람'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여러 제약 조건이 있지만, 북한도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카운터파트들과의 개인적인 교류 경험을 소개하면서 "북한 사람들도 진정성이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만큼 인간적인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외교가 유일한 살길"

비건 부장관은 "안타깝게도 북한의 카운터파트는 지난 2년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면서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움켜쥐는 대신 협상 장애물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외교가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다음 달 있을 예정인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외교를 재개할 수 있도록 경로를 설정하기를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하는, 그런 진지한 외교를 시작해달라고 했습니다. 그것만이 북한과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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