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세대’ K리그 사령탑 성공시대 연 까닭은?

입력 2020.12.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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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프로축구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시드니 세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년 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한 세대들이 대거 K리그 1, 2부 리그의 사령탑으로 성공 시대를 열어젖혔기 때문입니다.

김도훈(울산), 박진섭(광주), 김도균(수원FC), 박동혁(아산), 설기현(경남), 김길식(아산). 김남일(성남).

올 시즌 K리그 지휘봉을 잡은 시드니 세대 감독들의 면면입니다. 이 가운데 김도훈 감독은 연령대는 위지만 와일드카드로 뽑혔었습니다. 본선 무대까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설기현과 김남일 감독 역시 올림픽 예선 무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또 아직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지는 않았어도 K리그 4연패를 이끈 실질적 리더 김상식 전북 코치 역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와일드카드였습니다. 프로축구 1, 2부 리그 팀 가운데 1/3가량이 시드니올림픽 대표 출신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입니다.

올 시즌 시드니 세대는 지도자로서 역량을 한껏 발휘했습니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도훈 감독은 울산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려놨습니다. 박진섭 감독은 광주를 처음으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시킨 능력을 인정받아 FC서울 감독으로 전격 영입됐습니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데뷔 첫해 1부 승격을 이뤘고, 비록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지만, 설기현 감독 역시 경남을 승격 문턱까지 올려놓으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40대 초중반을 넘어서는 이들의 연령대는 사실 지도자로서 자연스럽게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시드니 세대들의 대거 약진 이면에는 '시대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선진화 흐름에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시드니 세대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올림픽 당시 주장을 맡았던 김도균 감독은 2000년이라는 특수한 시대 상황에 주목합니다.

"2000년은 한국 축구 지도자 전반에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에는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코치 체제였는데 당시 그분들 연령대가 40대였고,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지도자분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전 세대, 예를 들어 김호 감독님이나 고재욱 감독, 박종환 감독님과 달리 신선한 면이 많았다. 특히 허 감독님은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해서 지도 방식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느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한국 축구 시스템 자체가 변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축구협회 지도자 자격증 제도가 정립된 게 2002년 이후다. 앞선 지도자 선배들은 기존 자격증을 전환한 경우였다면, 우리는 아래 단계부터 차근차근 엄격하게 지도자 코스를 밟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코칭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98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세대. 일부는 월드컵 대표팀까지 승선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한일월드컵 주역들에 가려진 불운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당시 2승 1패라는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비운의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스타 선수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다 보니 지도자를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벌써 13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내실을 다질 수 있었고, 특히 올해 프로 무대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박)진섭 감독도 고교 지도자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2002년 멤버에는 가려졌지만, 오히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내공을 더 쌓을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결국 '시드니 세대'의 약진은 한국 축구 전환기의 시대적 산물이자, 절반의 실패 아픔을 딛고 도약과 성장을 다짐한 개인의 노력이 맞물려 얻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지휘봉을 잡았던 허정무 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당시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훌륭하게 지도자로 성장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이들이 앞으로 한국 축구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기둥으로 계속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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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1 16: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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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프로축구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시드니 세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년 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한 세대들이 대거 K리그 1, 2부 리그의 사령탑으로 성공 시대를 열어젖혔기 때문입니다.

김도훈(울산), 박진섭(광주), 김도균(수원FC), 박동혁(아산), 설기현(경남), 김길식(아산). 김남일(성남).

올 시즌 K리그 지휘봉을 잡은 시드니 세대 감독들의 면면입니다. 이 가운데 김도훈 감독은 연령대는 위지만 와일드카드로 뽑혔었습니다. 본선 무대까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설기현과 김남일 감독 역시 올림픽 예선 무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또 아직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지는 않았어도 K리그 4연패를 이끈 실질적 리더 김상식 전북 코치 역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와일드카드였습니다. 프로축구 1, 2부 리그 팀 가운데 1/3가량이 시드니올림픽 대표 출신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입니다.

올 시즌 시드니 세대는 지도자로서 역량을 한껏 발휘했습니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도훈 감독은 울산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려놨습니다. 박진섭 감독은 광주를 처음으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시킨 능력을 인정받아 FC서울 감독으로 전격 영입됐습니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데뷔 첫해 1부 승격을 이뤘고, 비록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지만, 설기현 감독 역시 경남을 승격 문턱까지 올려놓으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40대 초중반을 넘어서는 이들의 연령대는 사실 지도자로서 자연스럽게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시드니 세대들의 대거 약진 이면에는 '시대의 산물'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선진화 흐름에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시드니 세대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올림픽 당시 주장을 맡았던 김도균 감독은 2000년이라는 특수한 시대 상황에 주목합니다.

"2000년은 한국 축구 지도자 전반에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에는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코치 체제였는데 당시 그분들 연령대가 40대였고,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지도자분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전 세대, 예를 들어 김호 감독님이나 고재욱 감독, 박종환 감독님과 달리 신선한 면이 많았다. 특히 허 감독님은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해서 지도 방식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느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한국 축구 시스템 자체가 변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축구협회 지도자 자격증 제도가 정립된 게 2002년 이후다. 앞선 지도자 선배들은 기존 자격증을 전환한 경우였다면, 우리는 아래 단계부터 차근차근 엄격하게 지도자 코스를 밟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코칭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98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세대. 일부는 월드컵 대표팀까지 승선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한일월드컵 주역들에 가려진 불운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당시 2승 1패라는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비운의 세대이기도 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스타 선수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다 보니 지도자를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벌써 13년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내실을 다질 수 있었고, 특히 올해 프로 무대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박)진섭 감독도 고교 지도자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2002년 멤버에는 가려졌지만, 오히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내공을 더 쌓을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결국 '시드니 세대'의 약진은 한국 축구 전환기의 시대적 산물이자, 절반의 실패 아픔을 딛고 도약과 성장을 다짐한 개인의 노력이 맞물려 얻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지휘봉을 잡았던 허정무 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당시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이 훌륭하게 지도자로 성장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이들이 앞으로 한국 축구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기둥으로 계속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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