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현역 확보작전…고교 중퇴자도 ‘받들어 총’

입력 2020.12.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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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는 고교 중퇴자, 중학교 졸업자나 중퇴자 등은 아무리 건강해도 일단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 등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 신체가 건강한 희망자만 현역병으로 갈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학력 기준이 아예 폐지됩니다. 몸만 건강하면 학력과 의사에 관계 없이 모두 현역 입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병무청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오늘(16일) 행정 예고했는데, 병역 판정에서 학력 제한 규정이 완전히 폐지되는 건 사실상 처음입니다.


■ 문신 있어도, 학력 낮아도…'받들어 총'

병무청은 병역 이행의 '형평성'을 이번 조치의 취지로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저출산으로 현역 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학력이 고교 중퇴 이하로 사회복무요원 처분을 받은 인원은 3천 백여 명이었습니다. 이들이 신체등급에서 대부분 현역 기준을 통과한다고 가정하면, 학력 기준 폐지로 확보할 수 있는 현역 자원은 지난해 한 해에만 3천 명 규모가 넘는 셈입니다.

이달 초에는 전신에 문신을 해도 현역으로 가도록 하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는 현역 판정을 위한 저체중·과체중 기준과 평발, 근시·원시 기준도 더 낮춰 대상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 "고무줄 기준", "사회적 약자 부담" 비판도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같은 병역 자원 '쥐어짜기' 방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4일, 군대 갈 사람이 없다고 현역 기준을 고무줄처럼 바꾸느냐며 비판했습니다. 센터는 "저출산으로 현역 복무 대상자 감소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계속 현역 판정률을 올리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병력 손실의 부담을 신체적·사회적 약자에게 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현역병 확보는 전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 軍 현역 자원 부족 어느 정도길래?

현역병이 얼마나 부족하기에 잊을 만하면 병역 자원 확보 대책들이 등장하는 걸까요?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현역가용자원 변화'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병역 자원이 급감하고 2036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 수에 못 미치기 시작합니다.

2041년 ~ 2043년에는 7만 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빠른 속도로 현역병 한 명 한 명이 아쉬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겁니다.

육군 기준으로 병사 복무기간이 내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면 병역자원 감소 폭은 예상보다도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10∼15년 후 현역 인원이 부족해지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병역 자원 감소 속도를 따라잡고, 동시에 국방력을 유지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 여군·귀화자도 검토…결국은 모병제?

군 당국은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해 말엔 현역 확보를 위해 의무경찰과 의무소방 등 전환복무자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을 2023년부터 과감하게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병역특례자 규모는 연간 2만 8천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군 비중을 늘리고 귀화자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안도 검토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군을 '병력 절감형 구조'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2019년 말 기준 57만9천 명 수준의 군 상비 병력을 오는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으로 5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육군의 경우 2025년까지 총 2개 군단을 해체하고, 2018년과 지난해 해체된 사단까지 합쳐 모두 6개 사단을 없앨 예정입니다.

이렇게 생긴 병력 공백은 드론봇과 정찰위성 등 첨단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력 구조 개편을 통해 메운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병제를 통해 우수 병력을 확보하고, 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모병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만 입대할 것"이라는 반론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어왔습니다. 징병제보다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모병제에 대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모병제 실시를 한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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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끌’ 현역 확보작전…고교 중퇴자도 ‘받들어 총’
    • 입력 2020-12-16 17:07:37
    취재K
올해까지는 고교 중퇴자, 중학교 졸업자나 중퇴자 등은 아무리 건강해도 일단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 등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 신체가 건강한 희망자만 현역병으로 갈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학력 기준이 아예 폐지됩니다. 몸만 건강하면 학력과 의사에 관계 없이 모두 현역 입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병무청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오늘(16일) 행정 예고했는데, 병역 판정에서 학력 제한 규정이 완전히 폐지되는 건 사실상 처음입니다.


■ 문신 있어도, 학력 낮아도…'받들어 총'

병무청은 병역 이행의 '형평성'을 이번 조치의 취지로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저출산으로 현역 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학력이 고교 중퇴 이하로 사회복무요원 처분을 받은 인원은 3천 백여 명이었습니다. 이들이 신체등급에서 대부분 현역 기준을 통과한다고 가정하면, 학력 기준 폐지로 확보할 수 있는 현역 자원은 지난해 한 해에만 3천 명 규모가 넘는 셈입니다.

이달 초에는 전신에 문신을 해도 현역으로 가도록 하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는 현역 판정을 위한 저체중·과체중 기준과 평발, 근시·원시 기준도 더 낮춰 대상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 "고무줄 기준", "사회적 약자 부담" 비판도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같은 병역 자원 '쥐어짜기' 방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4일, 군대 갈 사람이 없다고 현역 기준을 고무줄처럼 바꾸느냐며 비판했습니다. 센터는 "저출산으로 현역 복무 대상자 감소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계속 현역 판정률을 올리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병력 손실의 부담을 신체적·사회적 약자에게 돌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현역병 확보는 전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 軍 현역 자원 부족 어느 정도길래?

현역병이 얼마나 부족하기에 잊을 만하면 병역 자원 확보 대책들이 등장하는 걸까요?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현역가용자원 변화'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병역 자원이 급감하고 2036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수가 필요한 병력 수에 못 미치기 시작합니다.

2041년 ~ 2043년에는 7만 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빠른 속도로 현역병 한 명 한 명이 아쉬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겁니다.

육군 기준으로 병사 복무기간이 내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면 병역자원 감소 폭은 예상보다도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10∼15년 후 현역 인원이 부족해지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병역 자원 감소 속도를 따라잡고, 동시에 국방력을 유지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 여군·귀화자도 검토…결국은 모병제?

군 당국은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해 말엔 현역 확보를 위해 의무경찰과 의무소방 등 전환복무자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을 2023년부터 과감하게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병역특례자 규모는 연간 2만 8천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군 비중을 늘리고 귀화자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안도 검토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군을 '병력 절감형 구조'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2019년 말 기준 57만9천 명 수준의 군 상비 병력을 오는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으로 5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육군의 경우 2025년까지 총 2개 군단을 해체하고, 2018년과 지난해 해체된 사단까지 합쳐 모두 6개 사단을 없앨 예정입니다.

이렇게 생긴 병력 공백은 드론봇과 정찰위성 등 첨단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력 구조 개편을 통해 메운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병제를 통해 우수 병력을 확보하고, 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모병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만 입대할 것"이라는 반론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 붙어왔습니다. 징병제보다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모병제에 대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모병제 실시를 한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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