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시도’ 누명 쓰고 20년 옥살이…51년 만에 재심서 무죄

입력 2020.12.16 (21:46) 수정 2020.12.1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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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 복무 중 누명을 쓰고 20년 간 옥살이를 했던 70대 노인이, 사건 발생 5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자세한 사연을 김채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법원으로 들어서는 남성.

지난해 재심을 청구한 73살 박상은 씨입니다.

박 씨는 군 생활을 하던 1969년, 부대를 이탈해 북한으로 도주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선임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나섰다가 길을 잃은 것이라는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묵살됐습니다.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욕설과 구타만 이어졌고, 결국 감옥에서 20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박상은/재심 청구자/지난해 KBS 인터뷰 : "'야, 이 새끼야, 네가 빨갱이 새끼니까 당연히 맞아도 싸다'라는 식으로 (때리는 거예요)."]

그로부터 51년 만에 법원은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고, 수사 과정에서 박 씨가 불법 구금과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박 씨가 남방한계선을 150미터 남겨두고 근처 군 부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북한으로 도주하려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선고가 끝나자 가족과 지인들은 박수를 보냈고 박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상은/재심 청구자 :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앞으로는 저 외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붙은 '간첩' 딱지가 두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늘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았습니다.

[박상은/재심 청구자 : "아들한테 정말 마음의 자유를 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만 재심에서도 박 씨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던 검찰이 항소할 수도 있어, 이번 무죄 판결이 확정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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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북 시도’ 누명 쓰고 20년 옥살이…51년 만에 재심서 무죄
    • 입력 2020-12-16 21:46:38
    • 수정2020-12-16 21:53:54
    뉴스 9
[앵커]

군 복무 중 누명을 쓰고 20년 간 옥살이를 했던 70대 노인이, 사건 발생 5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자세한 사연을 김채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법원으로 들어서는 남성.

지난해 재심을 청구한 73살 박상은 씨입니다.

박 씨는 군 생활을 하던 1969년, 부대를 이탈해 북한으로 도주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선임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나섰다가 길을 잃은 것이라는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묵살됐습니다.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욕설과 구타만 이어졌고, 결국 감옥에서 20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박상은/재심 청구자/지난해 KBS 인터뷰 : "'야, 이 새끼야, 네가 빨갱이 새끼니까 당연히 맞아도 싸다'라는 식으로 (때리는 거예요)."]

그로부터 51년 만에 법원은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고, 수사 과정에서 박 씨가 불법 구금과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박 씨가 남방한계선을 150미터 남겨두고 근처 군 부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당시 북한으로 도주하려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선고가 끝나자 가족과 지인들은 박수를 보냈고 박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상은/재심 청구자 :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앞으로는 저 외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붙은 '간첩' 딱지가 두 아들에게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늘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았습니다.

[박상은/재심 청구자 : "아들한테 정말 마음의 자유를 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만 재심에서도 박 씨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구형했던 검찰이 항소할 수도 있어, 이번 무죄 판결이 확정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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