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연 매출이 0원…여행사는 올해 내내 거리 두기 3단계”

입력 2020.12.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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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행업계는 수렁에 빠졌습니다. 하나투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1,000억 원을 넘습니다.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5% 남짓입니다. 하나투어는 국내 여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입니다. 다른 여행사들은 상황이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을 리 없겠지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지점 폐쇄 등이 잇따릅니다. 발버둥을 쳐봐도 특히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더 버틸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올해 폐업한 업체가 900곳 이상입니다.

■ 여행업 30년 "연 매출 50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제로"

어제(16일) KBS 1TV [사사건건]을 통해 사정을 전한 김수균 대표는 여행업계에서만 30년 잔뼈가 굵은 분입니다. 독립해서 여행사를 차려 운영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작지만 알차게 업체를 꾸려왔다고 합니다. 사스와 메르스가 유행할 때의 위기도 잘 넘겨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중국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터라 올 초부터 바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여행상품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나서 중국이 맨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중국 여행부터 취소가 됐고 그 후 한 2개월, 3개월 이내에 세계 전체가 다 취소가 됐죠." 연 매출이 50억 원정도였는데 올해는 '제로'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여행업계는 이미 올 초부터 거리 두기 3단계, 집합금지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 직원들 내보내고 생계 위해 보험 모집 '투잡'

김 대표는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일이 없는데 계속 데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4명 중 1명만 남겼습니다. 3명은 알음알음 아는 회사로 옮기게 했습니다. 사무실도 없앴습니다. 매달 나가던 임대료 450만 원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 석 달은 임대인이 임대료를 50% 깎아줬지만 더는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단은 사무실은 빼고 옆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 정도 놓고 등록만 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으니 김 대표 본인의 생계도 문제였습니다. 한때 대리기사로 일했습니다. 요즘엔 4개월째 보험 모집 일을 합니다. 꼬박꼬박 나가는 보험료 지출을 줄이려고 해약 문의를 했다가 연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버텨봐도 코로나 사태 초기에 받은 대출금을 포함해 빚만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 고용유지지원금 '글쎄'…임대료 인하 '기대'

정부는 폐업과 대규모 실직을 막기 위해 여행업계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김수균 대표도 그 지원을 받았죠.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지원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어쩌다 일이 생겨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직원은 일을 하면 안 됩니다. 부정수급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직원들을 고용지원금으로 억지로 묶어두는 대신 내보내 다른 일을 하게 도왔다고 했습니다. 정부도 지금처럼 사태가 장기화할 때에는 그 지원을 끊고 다른 일자리를 찾게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사업주 입장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도 부담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채 지원되지 않는 수당과 4대 보험료 등을 계속 내야 합니다. 김 대표처럼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지원금이 약이자 독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는 여행사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나마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임대료 인하에는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고정비 중에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하면 영세업자들한테 굉장히 좋겠는데, 과연 그게 실행될 수 있을지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냥."


■ "코로나 종식되면 다시! 그 희망으로 버티는 수밖에"

김수균 대표는 한동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거의 없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래도 잘 버티겠다고 했습니다. 힘들어도 여행업을 떠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시작한 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 고객들과 함께 세계를 누비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현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그럴 수 있겠다고 기대합니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고 여행 호황의 시대가 올 걸 희망하면서 1~2년 어려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사건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번 한 주 연속으로 전합니다.

유튜브 다시 보기 : https://youtu.be/d1WKXSmKv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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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억 연 매출이 0원…여행사는 올해 내내 거리 두기 3단계”
    • 입력 2020-12-17 07:01:00
    취재K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행업계는 수렁에 빠졌습니다. 하나투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1,000억 원을 넘습니다.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5% 남짓입니다. 하나투어는 국내 여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입니다. 다른 여행사들은 상황이 더 나쁘면 나빴지 좋을 리 없겠지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지점 폐쇄 등이 잇따릅니다. 발버둥을 쳐봐도 특히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더 버틸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올해 폐업한 업체가 900곳 이상입니다.

■ 여행업 30년 "연 매출 50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제로"

어제(16일) KBS 1TV [사사건건]을 통해 사정을 전한 김수균 대표는 여행업계에서만 30년 잔뼈가 굵은 분입니다. 독립해서 여행사를 차려 운영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작지만 알차게 업체를 꾸려왔다고 합니다. 사스와 메르스가 유행할 때의 위기도 잘 넘겨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중국 패키지여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터라 올 초부터 바로 타격을 받았습니다. 여행상품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설 연휴 끝나고 나서 중국이 맨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중국 여행부터 취소가 됐고 그 후 한 2개월, 3개월 이내에 세계 전체가 다 취소가 됐죠." 연 매출이 50억 원정도였는데 올해는 '제로'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여행업계는 이미 올 초부터 거리 두기 3단계, 집합금지 수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 직원들 내보내고 생계 위해 보험 모집 '투잡'

김 대표는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일이 없는데 계속 데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4명 중 1명만 남겼습니다. 3명은 알음알음 아는 회사로 옮기게 했습니다. 사무실도 없앴습니다. 매달 나가던 임대료 450만 원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 석 달은 임대인이 임대료를 50% 깎아줬지만 더는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단은 사무실은 빼고 옆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 정도 놓고 등록만 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으니 김 대표 본인의 생계도 문제였습니다. 한때 대리기사로 일했습니다. 요즘엔 4개월째 보험 모집 일을 합니다. 꼬박꼬박 나가는 보험료 지출을 줄이려고 해약 문의를 했다가 연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버텨봐도 코로나 사태 초기에 받은 대출금을 포함해 빚만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 고용유지지원금 '글쎄'…임대료 인하 '기대'

정부는 폐업과 대규모 실직을 막기 위해 여행업계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주고 있습니다. 김수균 대표도 그 지원을 받았죠.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지원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습니다. 어쩌다 일이 생겨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직원은 일을 하면 안 됩니다. 부정수급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직원들을 고용지원금으로 억지로 묶어두는 대신 내보내 다른 일을 하게 도왔다고 했습니다. 정부도 지금처럼 사태가 장기화할 때에는 그 지원을 끊고 다른 일자리를 찾게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사업주 입장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도 부담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채 지원되지 않는 수당과 4대 보험료 등을 계속 내야 합니다. 김 대표처럼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지원금이 약이자 독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는 여행사에 대한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나마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임대료 인하에는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고정비 중에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하면 영세업자들한테 굉장히 좋겠는데, 과연 그게 실행될 수 있을지 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냥."


■ "코로나 종식되면 다시! 그 희망으로 버티는 수밖에"

김수균 대표는 한동안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거의 없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래도 잘 버티겠다고 했습니다. 힘들어도 여행업을 떠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시작한 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전, 고객들과 함께 세계를 누비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현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그럴 수 있겠다고 기대합니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고 여행 호황의 시대가 올 걸 희망하면서 1~2년 어려운 시기를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사건건]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놓인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이번 한 주 연속으로 전합니다.

유튜브 다시 보기 : https://youtu.be/d1WKXSmKv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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