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이번에도 또?

입력 2020.12.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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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에서 '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이 인지 1년 반 만에 미국 동물보호단체 측에서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일 일었던 제주의 경주마 도살장에서 또 다른 말이 도축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주마 도살에 이어 번식마까지

지난해 5월, 미국 동물보호단체 피타(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제주시 애월읍 한 도살장에 은퇴 경주마가 도살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버티는 말을 향해 한 남성이 막대기를 휘둘렀다. 경주마가 보는 앞에서 다른 경주마를 죽이기도 했다.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캐나다의 경마 산업 복합기업 '스트로낙 그룹'은 한국으로 경주마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트로낙 그룹은 동물보호단체 피타 측에 "한국에서 은퇴 경주마가 보호받을 것이라는 확인 없이는 더는 우리가 운영하는 '아디나 스프링스(Adena Springs) 시설에서 번식된 경주마와 씨암말들이 한국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는 규정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문서를 보냈다.

스트로낙 그룹이 한국으로 경주마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5개월 만인 오늘(17일), 미국 동물보호단체 피타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피타 측은 "논란이 일었던 제주시 애월읍 도살장에서 유명 경주마가 또다시 도축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피타 측에 따르면, 이번에 도축 당한 말은 2006년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에 참여해 유명해진 미국 종마 '프라이빗 보우'다. 2014년 번식용으로 한국에 수입돼 미국과 한국 등에서 196마리의 자식을 번식했다. 그런데 이 말이 지난 7월 22일 도축됐다는 것이다.

피타 측은 프라이빗 보우 뿐만 아니라 이 말이 낳은 자식 4마리도 도축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타 측은 "수컷 자마 두 마리가 지난 8월과 9월에, 암컷 자마 두 마리가 지난 4월과 5월에 도축 당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타 측은 지난해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말을 때리는 등의 학대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 수출 중지 결정을 밝힌 캐나다 경마산업 복합기업 ‘스트로낙 그룹’의 문서한국 수출 중지 결정을 밝힌 캐나다 경마산업 복합기업 ‘스트로낙 그룹’의 문서

■1년 넘게 이어지는 문제 제기…"기대와 다르기 때문"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1년 넘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말 도축에 문제를 제기하고, 캐나다 경마 산업 그룹이 한국 수출까지 중단한 이유는 뭘까.

피타와 함께 일하는 박창길 생명체 학대방지포럼 대표는 "도축은 애초 경주마를 수출했을 때 기대했던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경주마를 식용으로 팔려고 한국에 수출한 건 아니"라며 "말을 일종의 반려동물로 생각하는데, 이 기대와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말 학대 논란이 제기된 뒤에도 계속되는 도축 행태를 주목했다.

박 대표는 "피타 측에서 한국에서 2020년 11월에 도축된 말만 144마리이고, 이는 과거 11월 도축량 평균보다 24%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며 "지난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계속해서 도축이 이뤄지니, 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도축 당한 프라이빗 보우의 자마 네 마리의 경우 나이가 4살 남짓한 어린 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도축"

제주축협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도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 축협공판장 관계자는 "마주가 말을 가져오면 번호를 매겨 도축할 뿐, 말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며 "피타 측에서 말한 프라이빗 보우가 도축 당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 축협공판장 관계자는 "우리는 본업이 도축업"이라며 "마주가 도축해달라고 요청하면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법에서 엄연히 도축을 허용하고 있다"며 "말고기가 문제라면 제주도에 말고기 정책을 없애는 걸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피타 측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말 산업 관계자는 '프라이빗 보우'라는 유명한 말을 소재로 문제를 제기한 피타 측의 행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말을 도축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프라이빗 보우'라는 유명한 말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며 "유명한 말을 소재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성보단 감성을 자극해 호소하려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익명의 관계자는 "말 도축은 말 산업이 건강하고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도축을 나쁘게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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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7 19:10:06
    취재K

지난해 제주에서 '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이 인지 1년 반 만에 미국 동물보호단체 측에서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일 일었던 제주의 경주마 도살장에서 또 다른 말이 도축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주마 도살에 이어 번식마까지

지난해 5월, 미국 동물보호단체 피타(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제주시 애월읍 한 도살장에 은퇴 경주마가 도살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으려 버티는 말을 향해 한 남성이 막대기를 휘둘렀다. 경주마가 보는 앞에서 다른 경주마를 죽이기도 했다.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캐나다의 경마 산업 복합기업 '스트로낙 그룹'은 한국으로 경주마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트로낙 그룹은 동물보호단체 피타 측에 "한국에서 은퇴 경주마가 보호받을 것이라는 확인 없이는 더는 우리가 운영하는 '아디나 스프링스(Adena Springs) 시설에서 번식된 경주마와 씨암말들이 한국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는 규정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문서를 보냈다.

스트로낙 그룹이 한국으로 경주마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5개월 만인 오늘(17일), 미국 동물보호단체 피타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피타 측은 "논란이 일었던 제주시 애월읍 도살장에서 유명 경주마가 또다시 도축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피타 측에 따르면, 이번에 도축 당한 말은 2006년 켄터키 더비 경마대회에 참여해 유명해진 미국 종마 '프라이빗 보우'다. 2014년 번식용으로 한국에 수입돼 미국과 한국 등에서 196마리의 자식을 번식했다. 그런데 이 말이 지난 7월 22일 도축됐다는 것이다.

피타 측은 프라이빗 보우 뿐만 아니라 이 말이 낳은 자식 4마리도 도축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타 측은 "수컷 자마 두 마리가 지난 8월과 9월에, 암컷 자마 두 마리가 지난 4월과 5월에 도축 당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타 측은 지난해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말을 때리는 등의 학대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 수출 중지 결정을 밝힌 캐나다 경마산업 복합기업 ‘스트로낙 그룹’의 문서
■1년 넘게 이어지는 문제 제기…"기대와 다르기 때문"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1년 넘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말 도축에 문제를 제기하고, 캐나다 경마 산업 그룹이 한국 수출까지 중단한 이유는 뭘까.

피타와 함께 일하는 박창길 생명체 학대방지포럼 대표는 "도축은 애초 경주마를 수출했을 때 기대했던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경주마를 식용으로 팔려고 한국에 수출한 건 아니"라며 "말을 일종의 반려동물로 생각하는데, 이 기대와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말 학대 논란이 제기된 뒤에도 계속되는 도축 행태를 주목했다.

박 대표는 "피타 측에서 한국에서 2020년 11월에 도축된 말만 144마리이고, 이는 과거 11월 도축량 평균보다 24%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며 "지난해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계속해서 도축이 이뤄지니, 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도축 당한 프라이빗 보우의 자마 네 마리의 경우 나이가 4살 남짓한 어린 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도축"

제주축협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도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 축협공판장 관계자는 "마주가 말을 가져오면 번호를 매겨 도축할 뿐, 말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며 "피타 측에서 말한 프라이빗 보우가 도축 당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 축협공판장 관계자는 "우리는 본업이 도축업"이라며 "마주가 도축해달라고 요청하면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해당 관계자는 "법에서 엄연히 도축을 허용하고 있다"며 "말고기가 문제라면 제주도에 말고기 정책을 없애는 걸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피타 측의 계속되는 문제 제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말 산업 관계자는 '프라이빗 보우'라는 유명한 말을 소재로 문제를 제기한 피타 측의 행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말을 도축하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프라이빗 보우'라는 유명한 말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며 "유명한 말을 소재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성보단 감성을 자극해 호소하려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익명의 관계자는 "말 도축은 말 산업이 건강하고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도축을 나쁘게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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