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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농산물 가격의 비밀, 누가 돈을 버나?
입력 2020.12.19 (20:06) 수정 2020.12.19 (21:11) 시사기획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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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던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성 들여 농산물을 재배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농산물의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이 부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풍년이 들어도 농촌 들녘에서는 애써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는 이른바 '산지 폐기'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농민들은 왜 제값을 받지 못하는가? 농산물 가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KBS 취재팀은 강원도에서 직접 배추와 감자를 수확한 뒤 중앙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해봤다.

그런데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시장 법인별로 햇감자는 20㎏ 상자 기준 7,000원에서 32,000원까지 4.5배나 가격 차이가 났다.

배추 역시 12개들이 특품이 6,500원에서 11,000원까지 낙찰가가 천차만별이었다. 동일한 밭에서 비슷한 크기로 선별해 출하했는데도 도매시장 법인과 경매사별로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취재팀이 서울 가락시장에서 지난 9월에 거래된 과일과 채소 13개 품목의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체 22만여 건 가운데 33%가 3초 만에 낙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1초 안에 경매가 이뤄진 경우도 8천 건이 넘었다.

심지어 경매사가 특정 중도매인을 따로 불러 1:1로 경매를 진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할 거라는 우리 사회 일반의 믿음과는 달리, 수상한 거래가 공영 도매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영 도매시장에서 지자체를 대신해 경매를 주관하는 주체는 도매시장 법인이다. 이들은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상관 없이 낙찰액의 최대 7%를 수수료로 챙기며 해마다 수천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도매시장 법인으로 한번 지정되면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퇴출 우려도 없다. 그래서 서울 가락시장의 도매시장 법인은 수백억 원에 거래되고 있고 대주주는 농업과 관련이 없는 건설사와 철강회사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일부 학계 전문가와 농민,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생산자가 농산물 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는 '시장 도매인제' 등 공영 도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지속해서 촉구하고 있다.

현행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는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20년 넘게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도매시장 법인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내용으로 관련법이 잇따라 개정돼 왔다.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대해, 도매시장법인협회는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경락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경매의 질은 시간이 아닌 전문성으로 따져야 한다"고 답했다. "협회는 농민들을 대변하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시사기획 창>은 공영 도매시장의 '경매 중심' 유통 구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경쟁 체제 도입이 왜 이뤄지지 않는지, 실태와 배경을 심층 조명한다.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bitly.kr/F41RXCerZip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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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9 20:06:44
    • 수정2020-12-19 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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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던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성 들여 농산물을 재배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농산물의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이 부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풍년이 들어도 농촌 들녘에서는 애써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는 이른바 '산지 폐기'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농민들은 왜 제값을 받지 못하는가? 농산물 가격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KBS 취재팀은 강원도에서 직접 배추와 감자를 수확한 뒤 중앙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해봤다.

그런데 경매를 주관하는 도매시장 법인별로 햇감자는 20㎏ 상자 기준 7,000원에서 32,000원까지 4.5배나 가격 차이가 났다.

배추 역시 12개들이 특품이 6,500원에서 11,000원까지 낙찰가가 천차만별이었다. 동일한 밭에서 비슷한 크기로 선별해 출하했는데도 도매시장 법인과 경매사별로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취재팀이 서울 가락시장에서 지난 9월에 거래된 과일과 채소 13개 품목의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체 22만여 건 가운데 33%가 3초 만에 낙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1초 안에 경매가 이뤄진 경우도 8천 건이 넘었다.

심지어 경매사가 특정 중도매인을 따로 불러 1:1로 경매를 진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할 거라는 우리 사회 일반의 믿음과는 달리, 수상한 거래가 공영 도매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영 도매시장에서 지자체를 대신해 경매를 주관하는 주체는 도매시장 법인이다. 이들은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상관 없이 낙찰액의 최대 7%를 수수료로 챙기며 해마다 수천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도매시장 법인으로 한번 지정되면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퇴출 우려도 없다. 그래서 서울 가락시장의 도매시장 법인은 수백억 원에 거래되고 있고 대주주는 농업과 관련이 없는 건설사와 철강회사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일부 학계 전문가와 농민,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생산자가 농산물 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는 '시장 도매인제' 등 공영 도매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지속해서 촉구하고 있다.

현행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는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20년 넘게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도매시장 법인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내용으로 관련법이 잇따라 개정돼 왔다.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대해, 도매시장법인협회는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경락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경매의 질은 시간이 아닌 전문성으로 따져야 한다"고 답했다. "협회는 농민들을 대변하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시사기획 창>은 공영 도매시장의 '경매 중심' 유통 구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경쟁 체제 도입이 왜 이뤄지지 않는지, 실태와 배경을 심층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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