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이후의 세계…‘엘도라도’와 ‘지옥도’가 동시에 펼쳐졌다

입력 2020.12.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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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로나, 기회의 땅 '엘도라도'가 펼쳐졌다

①올해 신규 고용창출 1위 기업은 쿠팡입니다. 올 한해 1만 3,700명을 신규고용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자 통계, CEO스코어 분석, 3분기 기준) 2위는 태양광 사업 등을 하는 한화 솔루션(3,025명)이고 3위는 삼성전자(2,895명)입니다. 어마어마한 고용증가세입니다.


쿠팡이 고용하는 전체 직원 수는 4만 3천여 명. 벌써 우리나라에서 종업원이 3번째로 많은 기업이 됐습니다.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현대자동차입니다.) 지난달엔 '첨단물류센터' 건립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했습니다. 일자리도 500개 이상 새로 생깁니다. 이른바 '언택트' 시대의 급속한 도래는 조 단위 적자에 허덕이던 쿠팡에게 '기회의 땅'이 됐습니다.

② 2778. 코스피는 어제(21일)도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끝없는 상승장이 이어집니다. 12월 들어 하루걸러 하루 '신고점'을 기록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웃었습니다. '동학 개미'는 이 상승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코로나 직후 주가가 최저점이었던 지난 3월 18일 이후 '동학 개미' 투자 상위 10개 종목 주가 변동 폭을 살펴봤습니다. (12월 8일 종가 기준) 1위 삼성전자는 86%, 2위 NAVER는 98% 올랐습니다. 3위 현대차는 183%, 4위 카카오는 179%, 5위 SK는 128%입니다.

삼성전자 1,000만 원어치는 1,860만 원이 되었고, 카카오 1,000만 원어치는 2,790만 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③ 금융위기 때도, IMF 때도 떨어졌던 부동산. 하지만 올해 코로나 위기는 예외였습니다. 2020년, 잘 되는 기업도 있었고 또 주식으로 돈 번 사람도 많았지만, 올 한해 대한민국 '상대적 박탈감' 원인 1위를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수십 번의 대책이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저금리로 넘쳐나는 유동성에 불안심리까지 겹치면서 부동산은 끝없이 올랐습니다.

■ #2. 코로나에 펼쳐진 자영업자 '지옥도'

①인천의 한 헬스장 관장님은 가게를 닫고 군고구마 장수가 됐습니다. KBS 사사건건과의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관장님은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8일 문을 닫게 되면서 가만있느니 뭐라도 하자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학창시절 용돈벌이 하던 것 생각나서 군고구마를 팔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 달 월세와 기기 임대료만 해도 1,000만 원. "(돈도 돈이지만) 이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지난 17일 KBS 사사건건 방송지난 17일 KBS 사사건건 방송
②30년 가까이 도매업만 하다가, 체력이 있을 때 장사를 시작해보자며 홍대 앞 목 좋은 곳에 포장마차를 낸 최 사장님. 한 달 월세만 천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최근 하루 매출은 7~8만 원. 석 달 만에 문을 닫고 맙니다. "술장사는 8시에 시작인데, 정부 지침대로 9시까지 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15일 KBS 뉴스9)

③코로나로 인한 영업 금지의 상징 같은 '노래방'. 장사가 잘 안된 날 빼고, 문 닫은 날만 120일입니다. 방역이 강화될 때마다 가장 먼저 닫았습니다. 하지만 임대료는 계속 내야 합니다. 코인노래방 사장 A씨는 "대출을 일단 받은 상태에서 대출을 또 받고 또 현금서비스도 이용하고 그런 상태에서 억지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했습니다. (16일 KBS 뉴스9)

하지만 이 '지옥' 같은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이 있지만, 피해액에 견주어 보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마저도 느리고, 복잡합니다. 3차 확산이 시작됐지만, 정부는 '빠르면 다음 달' 지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쪽에선 '지옥을 경험'하는데, 다른 쪽에선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 한은 "성장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19위기 이후 성장 불균형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이 불균형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지금 고용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① 대면 서비스업종의 추락
매출과 고용은 대면 서비스업종에서 추락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이 업종에 속해있습니다.


② 고용은 판매직, 기능직 급감
자영업, 대면 서비스업은 고용 효과가 가장 큽니다. 물건을 만드는 건 '기계'가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 '판매'를 하는 건 아직 대부분 기계의 영역이 아닙니다. '종업원'이 필요합니다.


③ 대기업 vs 중소기업
매출액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겪은 충격. 요약하면 '경기침체'는 대기업이 '덜 아프게' 겪었고, '반등'은 대기업이 '더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업 규모별로도 충격의 차이가 다른 겁니다.



④ 저소득층 벌이가 훨씬 더 많이 줄었다
5분위 소득 분위별 소득 감소는 1, 2분위(하위 40%)에서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돈 많이 버는 4, 5분위(상위 40%)는 충격이 가장 심했던 2분기 소득 감소 폭이 전년 동기대비 3.6~4.4%였지만, 1분위(하위 20%)는 17.2% 줄었습니다.

⑤ 실물은 여전히 마이너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 '불균형 회복'은 결국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다

① 고용 없는 회복의 악순환
'고용 없는 회복'이라고 합니다. 우선은 고용 유발효과가 높은 대면 서비스업종 침체 탓입니다. 게다가 노동의 구조도 바뀝니다. 재택이 확산하고, 사람을 점점 덜 쓰는 방향으로 산업이 발전합니다. '성장률 수치'는 높아지더라도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습니다.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은 확인했습니다. 이 영향은 전체 경제회복의 동반 지연입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당장 쓸 돈이 많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늘 빠듯합니다. 번 돈 가운데 쓰는 돈이 많습니다. 경제학에선 '한계소비성향이 높다'고 합니다. 당연히 '내수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소비회복이 지연되면 생산 증가도 지연됩니다.

② 금융으로의 쏠림... 소비 침체
지금 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립니다. 버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주식과 돈은 당장 경제를 성장시키는 '생산적 부문'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제조업, 내수 서비스업이 성장해야 국민경제가 성장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비생산적'인 자산시장, 금융시장만 커지고 있는 겁니다. 실업문제와 이에 따른 신용 충격 걱정이 커집니다. 이게 실물 회복을 더디게 하고, 이 '더딤'이 금융시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면 '금융 충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실물과 금융'의 괴리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정의 관념까지 흔든다

사실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주가는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크게 올랐고,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영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를 통해 한국의 3분기 주택가격 상승폭(전년동기대비 2.9%)은 조사대상 56개국 가운데 39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유사 통계가 나올 때마다 현실을 반영했느냐는 논란이 일긴 하지만,) 중요한 건 '집값이 너무 오르는 문제'는 다른 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존재했던 현상입니다. 이제는 철학자까지 이런 상황을 우려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샌델은 경제학자 피케티를 인용해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늘어난 국민소득 대부분이 상위 10%에게 돌아갔고, 하위 50%는 거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실질 소득 기준으로 노동 가능연령 인구의 중위소득은 3만 6천 달러 정도인데, 이는 40년 전보다 낮습니다. 가장 부유한 1%는 하위 50%를 합친 것보다 많이 번다는 겁니다.

"기회가 평등했으니 문제없다?"... 마이클 샌델 "지금의 불평등은 정의롭지 않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이런 상황에 '화난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의 반발'이라고 읽히기도 합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런던 중심의 금융만 호황이고 나머지 지역 대부분 산업이 죽어가던 영국의 현실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사회가 분열되면 포퓰리스트가 출현하고, 포퓰리스트들은 '민주사회의 존속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분열을 더 조장한다는 게 샌델의 생각입니다.

즉, 경제 성장의 불균형은 단지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정의의 문제가 됩니다.

코로나 이후의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정부는 지난주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지니계수 등 각종 분배지표를 보면 '우리의 소득 불평등도'는 아직 괜찮고, 또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응답자 대답에 의존하는 설문조사의 특성, 또 자산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는 있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 문제는 아직 다른 나라들만큼 심각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전인 2019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도 그럴까요? 한쪽에선 부동산 호황과 증시 호황에 손뼉 치는데, 그 반대편에선 생존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이 지속되어도 그럴까요?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제조업, 언택트, ICT, 대기업의 호황을 전망하는데, 성장의 대열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사람들도 동시에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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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염병 이후의 세계…‘엘도라도’와 ‘지옥도’가 동시에 펼쳐졌다
    • 입력 2020-12-22 07:00:37
    취재K

■ #1. 코로나, 기회의 땅 '엘도라도'가 펼쳐졌다

①올해 신규 고용창출 1위 기업은 쿠팡입니다. 올 한해 1만 3,700명을 신규고용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자 통계, CEO스코어 분석, 3분기 기준) 2위는 태양광 사업 등을 하는 한화 솔루션(3,025명)이고 3위는 삼성전자(2,895명)입니다. 어마어마한 고용증가세입니다.


쿠팡이 고용하는 전체 직원 수는 4만 3천여 명. 벌써 우리나라에서 종업원이 3번째로 많은 기업이 됐습니다.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현대자동차입니다.) 지난달엔 '첨단물류센터' 건립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했습니다. 일자리도 500개 이상 새로 생깁니다. 이른바 '언택트' 시대의 급속한 도래는 조 단위 적자에 허덕이던 쿠팡에게 '기회의 땅'이 됐습니다.

② 2778. 코스피는 어제(21일)도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주식시장에는 끝없는 상승장이 이어집니다. 12월 들어 하루걸러 하루 '신고점'을 기록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웃었습니다. '동학 개미'는 이 상승장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코로나 직후 주가가 최저점이었던 지난 3월 18일 이후 '동학 개미' 투자 상위 10개 종목 주가 변동 폭을 살펴봤습니다. (12월 8일 종가 기준) 1위 삼성전자는 86%, 2위 NAVER는 98% 올랐습니다. 3위 현대차는 183%, 4위 카카오는 179%, 5위 SK는 128%입니다.

삼성전자 1,000만 원어치는 1,860만 원이 되었고, 카카오 1,000만 원어치는 2,790만 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③ 금융위기 때도, IMF 때도 떨어졌던 부동산. 하지만 올해 코로나 위기는 예외였습니다. 2020년, 잘 되는 기업도 있었고 또 주식으로 돈 번 사람도 많았지만, 올 한해 대한민국 '상대적 박탈감' 원인 1위를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수십 번의 대책이 나왔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저금리로 넘쳐나는 유동성에 불안심리까지 겹치면서 부동산은 끝없이 올랐습니다.

■ #2. 코로나에 펼쳐진 자영업자 '지옥도'

①인천의 한 헬스장 관장님은 가게를 닫고 군고구마 장수가 됐습니다. KBS 사사건건과의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관장님은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8일 문을 닫게 되면서 가만있느니 뭐라도 하자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학창시절 용돈벌이 하던 것 생각나서 군고구마를 팔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 달 월세와 기기 임대료만 해도 1,000만 원. "(돈도 돈이지만) 이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지난 17일 KBS 사사건건 방송②30년 가까이 도매업만 하다가, 체력이 있을 때 장사를 시작해보자며 홍대 앞 목 좋은 곳에 포장마차를 낸 최 사장님. 한 달 월세만 천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최근 하루 매출은 7~8만 원. 석 달 만에 문을 닫고 맙니다. "술장사는 8시에 시작인데, 정부 지침대로 9시까지 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15일 KBS 뉴스9)

③코로나로 인한 영업 금지의 상징 같은 '노래방'. 장사가 잘 안된 날 빼고, 문 닫은 날만 120일입니다. 방역이 강화될 때마다 가장 먼저 닫았습니다. 하지만 임대료는 계속 내야 합니다. 코인노래방 사장 A씨는 "대출을 일단 받은 상태에서 대출을 또 받고 또 현금서비스도 이용하고 그런 상태에서 억지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했습니다. (16일 KBS 뉴스9)

하지만 이 '지옥' 같은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이 있지만, 피해액에 견주어 보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마저도 느리고, 복잡합니다. 3차 확산이 시작됐지만, 정부는 '빠르면 다음 달' 지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쪽에선 '지옥을 경험'하는데, 다른 쪽에선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 한은 "성장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19위기 이후 성장 불균형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이 불균형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지금 고용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① 대면 서비스업종의 추락
매출과 고용은 대면 서비스업종에서 추락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이 업종에 속해있습니다.


② 고용은 판매직, 기능직 급감
자영업, 대면 서비스업은 고용 효과가 가장 큽니다. 물건을 만드는 건 '기계'가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 '판매'를 하는 건 아직 대부분 기계의 영역이 아닙니다. '종업원'이 필요합니다.


③ 대기업 vs 중소기업
매출액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겪은 충격. 요약하면 '경기침체'는 대기업이 '덜 아프게' 겪었고, '반등'은 대기업이 '더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업 규모별로도 충격의 차이가 다른 겁니다.



④ 저소득층 벌이가 훨씬 더 많이 줄었다
5분위 소득 분위별 소득 감소는 1, 2분위(하위 40%)에서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돈 많이 버는 4, 5분위(상위 40%)는 충격이 가장 심했던 2분기 소득 감소 폭이 전년 동기대비 3.6~4.4%였지만, 1분위(하위 20%)는 17.2% 줄었습니다.

⑤ 실물은 여전히 마이너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




■ '불균형 회복'은 결국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다

① 고용 없는 회복의 악순환
'고용 없는 회복'이라고 합니다. 우선은 고용 유발효과가 높은 대면 서비스업종 침체 탓입니다. 게다가 노동의 구조도 바뀝니다. 재택이 확산하고, 사람을 점점 덜 쓰는 방향으로 산업이 발전합니다. '성장률 수치'는 높아지더라도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습니다.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은 확인했습니다. 이 영향은 전체 경제회복의 동반 지연입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당장 쓸 돈이 많습니다. 먹고사는 일이 늘 빠듯합니다. 번 돈 가운데 쓰는 돈이 많습니다. 경제학에선 '한계소비성향이 높다'고 합니다. 당연히 '내수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소비회복이 지연되면 생산 증가도 지연됩니다.

② 금융으로의 쏠림... 소비 침체
지금 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립니다. 버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주식과 돈은 당장 경제를 성장시키는 '생산적 부문'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제조업, 내수 서비스업이 성장해야 국민경제가 성장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비생산적'인 자산시장, 금융시장만 커지고 있는 겁니다. 실업문제와 이에 따른 신용 충격 걱정이 커집니다. 이게 실물 회복을 더디게 하고, 이 '더딤'이 금융시장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면 '금융 충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실물과 금융'의 괴리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정의 관념까지 흔든다

사실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주가는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크게 올랐고,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영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를 통해 한국의 3분기 주택가격 상승폭(전년동기대비 2.9%)은 조사대상 56개국 가운데 39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유사 통계가 나올 때마다 현실을 반영했느냐는 논란이 일긴 하지만,) 중요한 건 '집값이 너무 오르는 문제'는 다른 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존재했던 현상입니다. 이제는 철학자까지 이런 상황을 우려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샌델은 경제학자 피케티를 인용해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늘어난 국민소득 대부분이 상위 10%에게 돌아갔고, 하위 50%는 거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실질 소득 기준으로 노동 가능연령 인구의 중위소득은 3만 6천 달러 정도인데, 이는 40년 전보다 낮습니다. 가장 부유한 1%는 하위 50%를 합친 것보다 많이 번다는 겁니다.

"기회가 평등했으니 문제없다?"... 마이클 샌델 "지금의 불평등은 정의롭지 않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이런 상황에 '화난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의 반발'이라고 읽히기도 합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런던 중심의 금융만 호황이고 나머지 지역 대부분 산업이 죽어가던 영국의 현실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사회가 분열되면 포퓰리스트가 출현하고, 포퓰리스트들은 '민주사회의 존속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분열을 더 조장한다는 게 샌델의 생각입니다.

즉, 경제 성장의 불균형은 단지 경제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정의의 문제가 됩니다.

코로나 이후의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정부는 지난주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지니계수 등 각종 분배지표를 보면 '우리의 소득 불평등도'는 아직 괜찮고, 또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응답자 대답에 의존하는 설문조사의 특성, 또 자산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는 있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 문제는 아직 다른 나라들만큼 심각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전인 2019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도 그럴까요? 한쪽에선 부동산 호황과 증시 호황에 손뼉 치는데, 그 반대편에선 생존 자체가 의문시되는 상황이 지속되어도 그럴까요?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제조업, 언택트, ICT, 대기업의 호황을 전망하는데, 성장의 대열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사람들도 동시에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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