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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인 접종하려고”… 독감백신 불법 반출한 의사·간호사들
입력 2020.12.22 (21:42) 수정 2020.12.23 (09:04) 취재K

충청북도가 세운 공공병원인 청주의료원의 의사와 간호사 106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병원 밖으로 독감 백신을 반출해 가족과 지인에게 접종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경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동안 청주의료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의료진이 독감 백신 불법 반출…가족은 반값"

사건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로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지던 시기입니다. 공공병원 의료진들이 독감 백신을 집으로 가져가 투약한다는 신고가 보건당국에 접수됐습니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려면 직접 병원에 방문해 예진표를 작성하고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이 가족과 지인 이름으로 백신을 처방받아 집으로 가져갔다는 겁니다. 이들이 백신 대금 결제 과정에서 직원 할인까지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관할인 충북 청주 서원보건소는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사용량과 재고량을 확인하고 CCTV 영상자료, 결제 장부를 확보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작성하는 병원 출입자 명부도 제출받았습니다.

충북 청주 서원보건소의 조사와 청주의료원의 자체 감사 결과, 100명에 가까운 의료진이 백신을 불법 반출하고, 병원 밖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투약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보건소 측은, "병원 밖 의료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청주의료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 청주의료원, "위법인지 몰랐다… CCTV는 고장"

청주의료원 의료진의 독감 백신 불법 반출 의혹은 충청북도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손병관 청주의료원장이 백신 반출을 직접 허용했다고 시인한 겁니다.

청주의료원 측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낸 답변서에서 "백신 반출은 의사 결정권자인 원장의 구두 결정으로 이뤄진 일"이라며 "위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청주의료원 측이 CCTV가 고장 났다며 국회와 충청북도의회, 관할 보건소, 경찰에까지 영상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CCTV 영상이 없다는 날짜는 주요 보직자가 백신을 반출한 기간과 겹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청주의료원에 대한 충청북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은 이어졌습니다.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이숙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한 기본 여건이 CCTV인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손병관 청주의료원장의 '관행'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충북도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원장이 백신 불법 반출은 '관행'이라고 보고했다는 겁니다. 여러 의원들의 증언에도 손 원장은 "'관행'이라는 말은, 저는 안 썼을 가능성이 크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 의사·간호사 106명 송치… 약사·간호조무사 '혐의 없음'

경찰은 결국 어제(21일), 독감 백신을 불법 반출한 청주의료원 의사와 간호사 10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독감 백신이 입고되자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방을 받고 백신을 병원 밖으로 가져가 접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반출된 독감 백신은 모두 262명분으로 1인당 최대 11명분까지 들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의료법'은 물론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법리적 판단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백신을 맞았는지 행정기관의 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경찰 수사 결과대로라면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약사와 간호조무사 6명은 '혐의없음' 처리됐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가족과 지인 명의로 백신을 처방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병원 밖으로 가져가지 않고 약제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약하지도 않았고, 현행법 위반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 '백신 접종' 기록 있는데, '출입 기록' 없어

다시 한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청주의료원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예진표와 독감백신 접종 대장 자료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간호조무사·약사의 가족과 지인이 처방을 받았고, 청주의료원 내에서 접종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작성한 내원객 명부를 보면, 이들의 가족과 지인이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한 당일, 청주의료원에 다녀간 기록은 없었습니다. 청주의료원도 자체 감사에서 간호조무사 4명과 약사 2명의 가족과 지인 접종 내역까지는 '확인 불가'하다고 결론냈습니다.

■ 결제는 조무사가, 반출은 간호사가?

청주의료원이 국회에 제출한 백신 대금 수납 내역도 확인해봤습니다. 일부 '간호조무사'가 가족과 지인에게 접종할 백신을 자신의 명의로 할인(가족 50%, 지인 10%) 받아 결제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백신을 반출한 직원 명단에는 동료 '간호사'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자료대로라면 간호사가 동료 간호조무사의 가족과 지인을 위해 백신을 반출한 셈입니다.

청주의료원 측은 "간호조무사가 백신 대금을 결제했고, 간호사가 반출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충북 청주 서원보건소 측은 "코로나19로 업무가 많아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주의료원이 제출한 자료를 확인해, 필요할 경우 추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법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직종입니다. '간호조무사'와 '약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닙니다. 정현석 변호사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감독을 벗어나 주사를 놓으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충북도민 혈세 쓰는 공공병원… 의혹 철저히 밝혀야"

공공병원 의료진 100여 명이 독감 백신을 불법 반출한 초유의 사건.

국회의 국정감사, 충청북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경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마쳤지만, KBS의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관련 제보도 늘고 있습니다. 제보자들은 청주의료원이 지역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인 만큼 수사기관과 보건당국, 그리고 관리 주체인 충청북도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가족·지인 접종하려고”… 독감백신 불법 반출한 의사·간호사들
    • 입력 2020-12-22 21:42:13
    • 수정2020-12-23 09:04:04
    취재K

충청북도가 세운 공공병원인 청주의료원의 의사와 간호사 106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병원 밖으로 독감 백신을 반출해 가족과 지인에게 접종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경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동안 청주의료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의료진이 독감 백신 불법 반출…가족은 반값"

사건은 지난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로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지던 시기입니다. 공공병원 의료진들이 독감 백신을 집으로 가져가 투약한다는 신고가 보건당국에 접수됐습니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려면 직접 병원에 방문해 예진표를 작성하고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이 가족과 지인 이름으로 백신을 처방받아 집으로 가져갔다는 겁니다. 이들이 백신 대금 결제 과정에서 직원 할인까지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관할인 충북 청주 서원보건소는 진상조사에 나섰습니다. 사용량과 재고량을 확인하고 CCTV 영상자료, 결제 장부를 확보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작성하는 병원 출입자 명부도 제출받았습니다.

충북 청주 서원보건소의 조사와 청주의료원의 자체 감사 결과, 100명에 가까운 의료진이 백신을 불법 반출하고, 병원 밖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투약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보건소 측은, "병원 밖 의료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청주의료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 청주의료원, "위법인지 몰랐다… CCTV는 고장"

청주의료원 의료진의 독감 백신 불법 반출 의혹은 충청북도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손병관 청주의료원장이 백신 반출을 직접 허용했다고 시인한 겁니다.

청주의료원 측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낸 답변서에서 "백신 반출은 의사 결정권자인 원장의 구두 결정으로 이뤄진 일"이라며 "위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청주의료원 측이 CCTV가 고장 났다며 국회와 충청북도의회, 관할 보건소, 경찰에까지 영상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CCTV 영상이 없다는 날짜는 주요 보직자가 백신을 반출한 기간과 겹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청주의료원에 대한 충청북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은 이어졌습니다. 충청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이숙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역학조사를 위한 기본 여건이 CCTV인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 조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손병관 청주의료원장의 '관행'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충북도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원장이 백신 불법 반출은 '관행'이라고 보고했다는 겁니다. 여러 의원들의 증언에도 손 원장은 "'관행'이라는 말은, 저는 안 썼을 가능성이 크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 의사·간호사 106명 송치… 약사·간호조무사 '혐의 없음'

경찰은 결국 어제(21일), 독감 백신을 불법 반출한 청주의료원 의사와 간호사 10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독감 백신이 입고되자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방을 받고 백신을 병원 밖으로 가져가 접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반출된 독감 백신은 모두 262명분으로 1인당 최대 11명분까지 들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의료법'은 물론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법리적 판단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백신을 맞았는지 행정기관의 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경찰 수사 결과대로라면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약사와 간호조무사 6명은 '혐의없음' 처리됐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가족과 지인 명의로 백신을 처방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병원 밖으로 가져가지 않고 약제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약하지도 않았고, 현행법 위반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 '백신 접종' 기록 있는데, '출입 기록' 없어

다시 한번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청주의료원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예진표와 독감백신 접종 대장 자료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간호조무사·약사의 가족과 지인이 처방을 받았고, 청주의료원 내에서 접종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작성한 내원객 명부를 보면, 이들의 가족과 지인이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한 당일, 청주의료원에 다녀간 기록은 없었습니다. 청주의료원도 자체 감사에서 간호조무사 4명과 약사 2명의 가족과 지인 접종 내역까지는 '확인 불가'하다고 결론냈습니다.

■ 결제는 조무사가, 반출은 간호사가?

청주의료원이 국회에 제출한 백신 대금 수납 내역도 확인해봤습니다. 일부 '간호조무사'가 가족과 지인에게 접종할 백신을 자신의 명의로 할인(가족 50%, 지인 10%) 받아 결제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백신을 반출한 직원 명단에는 동료 '간호사'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자료대로라면 간호사가 동료 간호조무사의 가족과 지인을 위해 백신을 반출한 셈입니다.

청주의료원 측은 "간호조무사가 백신 대금을 결제했고, 간호사가 반출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충북 청주 서원보건소 측은 "코로나19로 업무가 많아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주의료원이 제출한 자료를 확인해, 필요할 경우 추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법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직종입니다. '간호조무사'와 '약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닙니다. 정현석 변호사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감독을 벗어나 주사를 놓으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충북도민 혈세 쓰는 공공병원… 의혹 철저히 밝혀야"

공공병원 의료진 100여 명이 독감 백신을 불법 반출한 초유의 사건.

국회의 국정감사, 충청북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경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마쳤지만, KBS의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관련 제보도 늘고 있습니다. 제보자들은 청주의료원이 지역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병원인 만큼 수사기관과 보건당국, 그리고 관리 주체인 충청북도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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